재입국한 동포 400명 모여 잔치

 지난 17일 오후 4시 서울 구로동 구로구민회관에는 수백여 명의 중국 동포들이 모였다. 이날 회관에는 동포 자진귀국조치에 따라 2003년 9월부터 2004년 2월까지 6개월간 중국에 돌아갔다가 올해 1월에서 4월 사이에 한국으로 재입국 한 동포들을 환영하는 ‘중국동포 재입국 환영 큰잔치'가 있었다.
 

 행사를 주최한 서울조선족교회는 “재작년부터 실시된 귀국조치를 통해 중국에 돌아갔던 동포 대부분이 이번에 다시 돌아왔다”면서 “동포 400명의 재입국을 축하하고 이들의 재입국을 위해 크게 힘써준 정부와 다른 교회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조선족교회 김용길 목사의 재입국 감사 기도가 1부 첫 번째 순서로 시작됐다. 이 행사는 회관 364석이 가득 메워질 정도로 큰 규모로 행해졌다. 김 목사의 기도에 이어서는 요녕성 출신의 송금선 집사가 재입국 동포를 대표해 기도를 했다. 그녀는 한국에 다시 돌아온 기쁨을 감추지 않고 그간 동포들을 위해 일해준 모두에게 일일이 고마움을 표했다.
 

 이날 행사의 설교를 맡은 서경석 목사는 “그동안의 과정을 통해 문제가 있을 때 혼자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힘을 모아 이를 풀어간다면 개인으로서는 하기 힘든 일을 이룰 수 있다는 경험을 얻었다”며 이날을 맞는 감회를 밝혔다.

  400여명의 재입국 동포들이 한자리에 모여 잔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동포 2800여명이 재작년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를 외치며 농성과 단식에 돌입한 끝에 자진귀국프로그램이라는 새로운 정책을 이끌어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동포들이 이처럼 어렵게 정부로부터 귀국조치를 얻어냈음에도 동포들의 귀국 과정에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귀국 단계에서 대부분의 동포가 ‘중국에 돌아가면 감옥에 가야한다’ ‘엄청난 벌금을 내야한다’ ‘한국에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라는 식의 잘못된 정보를 과신해 귀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조선족교회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이때 교회는 동포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선동한다는 식의 다른 교회와 일부 언론이 일방적으로 씌운 오명들을 견뎌야했다.
 서경석 목사는 이에 대해 “정부가 동포 자진귀국프로그램을 시행하기 위해 모든 외국인 노동자에게 동일한 조치를 허용해주었다. 동포 2800명 때문에 2만 명이 덕을 본 셈”이라고 설명하고 “귀중한 약속을 받아내고도 동포 2800명 중에서 정작 500명만이 재입국 혜택을 받은 것이 정말 안타깝다”라고 밝혔다.
 

 서 목사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결정을 끝까지 밀고 나간 동포들의 소신이 옳았으며 그간 교회를 향한 비난이 근거가 없는 것음이 증명됐다”라고 말하고 “재입국에 그치지 않고 이 인원들이 직장을 구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마련하는 데 앞으로 힘쓰겠다”고 밝혔다.

 서경석 목사의 설교에 이어진 ‘재입국이 있기까지’ 시간에는 지난 고향에 돌아와 살권리 운동을 회상 하는 영상물이 방영되기도 했다. 동포들은 이 시간을 통해 그간 자신이 정부를 상대로 새로운 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까지의 쉽지 않았던 과정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행사 막바지에는 ‘동포노래잔치한마당’ 시간이 마련됐다. 동포 가수 최지은씨가 나와 무대에서 ‘반갑습니다’를 부르자 이때까지 계속 자리를 지키던 동포들은 객석에서 나와 춤사위와 흥겨운 노랫가락에 재입국의 기쁨과 희망을 풀어놓았다.

 이번 재중 동포 재입국으로 지난 3월 15일에 발표된 정부의 불법체류자 자진출국 후 재입국이라는 2번째 정책이 실현됐다. 현재 진행되는 정책의 내용은 합법체류자가 귀국하면 6개월 내로 불법체류자가 귀국하면 1년 내로 재입국을 허용한다는 것으로 이번 동포들의 입국이 구체적인 증거로 작용해 자진귀국조치를 신뢰하지 못하는 동포들의 귀국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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