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송 박사 칼럼

 1. 최근 조선족 및 한국학자들의 정체성 담론 

  그동안 논의된 조선족 정체성의 담론으로는 조선족학자들의 국민정체성을 강조한 ‘100% 조선족’, 디아스포라 성격을 강조한 ‘이중정체성’, 이중문화성격을 반영한 ‘변연문화론’이 있다. 그 외, 중국국민·한민족의 ‘이중정체성’의 상호관계를 분석한 ‘조국과 고국 및 조선족의 정체성’이 있다. 반면 한국학자들이 주장하는 조선족과 한반도의 상생관계를 반영한 ‘교포정체성’과 ‘제3의 정체성’ 및 (중국)국민정체성을 강조한 ‘100% 중국인’ 등이 있다. 기존 조선족의 정체성 담론 속에는 ‘과계민족’으로서 중국 국적을 가진 국민정체성과 디아스포라로서의 이중정체성, 인구이동에 따른 정체성의 다변화가 공통분모로 나타난다. 

  최근 중국조선족의 국민정체성을 강조한 정체성 담론으로 황유복의 ‘100% 조선족’이 대표적이다. 그는 “한(조선)반도의 이주민족으로서 중국조선족은 한민족이라는 종족집단의 한부분이지만 중국 국적을 가진 중국 소수민족의 일원”으로, 중국의 국민이라는 국민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조선족의 국민정체성은 장기적 이주정착과 항일투쟁 및 조국광복의 역사적 과정을 거쳐 ‘중국의 국민’이 된 것이며, 기존의 ‘이중정체성’을 부정하고 있다. 한편 박정희(朴婷姬)는 한중 수교 후 조선족들이 한국에 진출한 후 불공정 처우와 사회적 기시 및 동포정책 차별을 받으면서 ‘중국인’이라는 국민정체성이 강화되었다고 주장한다.  

  김호웅은 중국조선족의 정체성을 근대적 디아스포라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 즉 민족(종족)은 혈연과 역사적 기억 및 문화·영토와 관련되며, 조선족은 정치적으로 중국화(中國化)되었지만 문화적 측면에서는 한반도 문화와 밀접한 관령이 있는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한 갈래라고 주장한다. 또한 이중문화신분을 갖고 있는 조선족은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보전하면서 중국의 주류민족의 장점을 받아들이면서 그들과 선의적 경쟁으로 자립적인 민족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조선족사회의 해체와 민족정체성 상실로 주류민족에 동화된다면, 이 또한 다민족 국가가 지향하는 ‘다원문화 보전’의 비극이 된다는 것이다. 

  조선족의 이중문화성격을 반영한 ‘변연(邊緣)문화론’을 주장하는 김강일은 조선족사회의 이중적 문화성격과 사회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경로, 즉 조선족사회의 존속과 발전에 가장 유리한 문화구도를 찾아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중국조선족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면, 중국문화에로의 동화를 지양하는 동시에 한국의 극단적 민족주의 경향을 경계하면서 중국문화와 한반도문화에 대한 취사선택을 통해 보다 합리적이고 특유의 조선족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이중문화성격을 갖고 있는 조선족사회는 문화적인 우세를 이용하여 발전지향적인 측면에서 ‘현실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일부 한국학자들은 재한중국동포의 ‘정체성’에 대해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즉 재한중국동포들은 한민족의 일원이지만, 중국 국적과 강한 국민정체성을 소유한 ‘100% 중국인’이라는 것이다. 현재 대다수 재한중국동포들은 한민족으로 포용되기 보다는 불법체류자나 이주노동자로 여겨지고 있다. 즉 한국에서 3D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중국동포들의 위상은 “돈 벌러 고국에 온 사람들”로, “영국에서 파키스탄·방글라데시와 같은 최하층 수준의 외국인노동자”와 비슷하다. 이러한 중국동포 위상과 부정적 이미지 형성에는 재한중국동포에 대한 한국 매스컴의 ‘극단적 사례’ 중심의 부적절한 보도가 기여하고 있다.

  한편 중국조선족은 국민정체성과 한민족의 문화정체성이 하나로 결합된 이중정체성과 문화신분을 가진 특수한 민족공동체이다. 또한 다문화사회는 전통적으로 공약(公約)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다름과 평등’이라는 가치의 조화를 추구하는 사회이며, 사회구성원의 개성과 문화정체성을 향유하고 평등한 권리와 의무를 공유하는 사회이다. 최근 한국정부의 다문화정책은 국적을 취득한 결혼이주민과 자녀 및 귀한동포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결국 동포를 배제한 다문화 논의와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 대상의 다문화정책으로 인해 ‘동포’도 ‘외국인’도 아닌 중국동포들은 한국사회의 관심 속에서 갈수록 멀어져 가고 있다.    

  2007년부터 재외동포정책으로 추진된 방문취업제와 재외동포(F-4) 자격으로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30여만 중국동포들에 대해 한국정부는 한민족이면서도 ‘중국인’이라는 “한국계-중국인(외국인등록증)”으로, 재한중국동포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있다. 한편 이들 대부분이 경제발전이 낙후한 중국의 변방에서 온 농민과 노동자출신으로 구성되었고, 자본주의사회의 냉혹한 경제사회 질서와 이념 및 생활문화 차이를 감지함에 따라 중국동포들의 고국에 대한 동경과 기대는 점차 사라지게 된다. 또한 중국동포들이 갖고 있는 ‘이중정체성’은 한국인의 단일정체성과 충돌되면서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된다.
 
2. 중국조선족 정체성의 유지 및 발전대안

  결론적으로 인구이동과 가치관 변화로 중국동포의 민족정체성은 약화되는 반면, 국민정체성을 강화되고 있다. 최근 한중 관계가 21세기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되었고, 경제교류를 포함해 불가분리의 관계를 갖고 있는 한국에게 있어 200만 중국동포·조선족의 정체성 다변화와 민족교육의 위축 및 민족동화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 200만 재중동포는 한중 경제발전관계에서 ‘중개적 작용’과 향후 남북통일에서의 유대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또한 고국인 한국이 재외동포인 중국조선족 정체성의 다변화와 민족동화를 중시해야 되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한편 중국조선족의 정체성은 ‘중국인’ 국민정체성과 한국인 동화지향의 ‘소수자 정체성’이 강화되고 있다. 또한 다문화사회 담론과 재외동포정책에서 배제·차별대상이 되고 있고, 3D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대다수 중국동포들은 단순 외국인노동자로 고착화되고 있다. 재외동포정책 차별화와 ‘소수자 정체성’ 강화는 대다수 중국동포·조선족들에게 ‘중국인·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분열과 ‘동화의 비애’를 맛보게 할 것이다. 한중·남북관계에서 ‘중개적 역할’의 사명감을 지닌 중국동포에게 미래지향적인 재외동포정책이 필요한 이유이다.

  인구인동에 기인한 조선족공동체 해체와 정체성의 혼란, 민족교육의 위축으로 인한 민족공동체의 위기 및 민족동화의 가속화 등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발전대안을 제언한다.

  첫째, 인구이동에 따른 저출산·고령화 현상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비책이 우선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급격한 인구이동과 낮은 출산력으로 조선족사회는 인구규모 감소와 고령화 추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또한 활발한 인구이동과 통혼권 확대 및 거주지역의 확산에 따른 직업구성의 변화도 지속될 것이며, 사회통합과 민족정체성도 점차 약화되고 있다. 현재의 인구감소가 지속된다면, 2020년에는 연변의 조선족 인구의 구성비율이 25% 이하로 낮아져 자치주는 유명무실해질 것이다. 도시공동체를 강화하는 측면에서 최근 연변정부가 추진하는 연용도(延龍圖) 통합프로젝트가 바람직한 대비책이 될 것이다. 

  둘째, 새로운 거주지 도시공동체에서 민족어를 기반으로 하는 민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개방된 사회에서 인구이동은 개개인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나 신분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도경으로, 자기재능을 과시하는 주요 수단으로 되고 있다. 특히 산업화·도시화를 지향하고 있는 중국사회에서 주류사회 진출과 경제적 지위를 향상시키려면 조선족의 도시진출은 불가피하다. 대도시와 연해도시에 형성된 코리아타운을 이용해 한글학교와 학원·야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민족어 기반의 민족교육을 강화해 민족정체성을 유지하고, 주류민족에로의 동화 가속화를 방지해야 한다.

  셋째, 고국과의 교류와 연대성을 강화하고, 민족문화와 정체성을 보존해야 한다. 현재 많은 중국동포들이 고국에서 ‘경제적 부’를 창조하고 있으며, 시장경제의 정수를 배우고 있다. 오늘날 조선족사회가 급속하게 발전하게 된 데는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의 혜택도 있지만, 고국인 한국과의 경제·문화교류 속에 얻은 실익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2010년 이후 재중한국인의 100만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며, 수년 후 출국했던 조선족들은 이들과 새로운 도시공동체를 형성할 것이다. 이중정체성을 지닌 중국동포에게 있어 고국과의 연대는 삶의 영역을 확장하고, 민족문화와 정체성을 지키는데 불가결의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넷째, 새로운 거주지에서 코리아타운을 형성해 한민족의 민족정체성을 지켜나가야 한다. 도시공동체에서 연대 확보와 민족성을 지키려면, 코리아타운을 만들어 민족문화와 전통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도시에서 조선족과 한국인이 공생·공존하는 집중촌을 만들어 민족의 문화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 현재 북경의 왕징, 심양의 서탑, 청도의 이촌 등은 성공적인 한겨레의 타운이다. 요컨대 도시공동체에서 ‘한민족 상징’인 코리아타운을 형성하는 것은 한민족의 단결과 융합을 의미하고, 공생공영을 이뤄가는 ‘상생의 길’이 될 것이다. 

  다섯째, 초국적 인구이동이 진행되는 글로벌시대에서 경제적·문화적 유대를 강화하는 한민족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21세기는 국적과 이념을 초월하는 세계화시대이며, 인터넷이 보급과 함께 IT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정보화시대이다. 따라서 글로벌시대에 걸 맞는 한민족네트워크를 구축해 정보를 교류하고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 민족문화와 전통을 지키고, 새로운 거주지 도시공동체에서의 한민족정체성의 유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여섯째, 최근 창지투(長吉圖) 프로젝트가 중국 국가전략으로 채택되면서 연변의 지정학적 역할이 더욱 부각될 것이다. 한편 21세기 전략적 협력동반자로 격상된 한중관계와 경색된 남북관계 회복·발전을 위해 조선족의 ‘유대적 역할’을 중시하고, 조선족 인재양성과 민족교육에 대한 한국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세계화·지역화로 발전하는 조선족의 초국적 이동의 대응수단으로 글로벌 코리안 네트워크를 형성해 소통과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요컨대 재외동포 조선족의 ‘이중정체성’ 유지는 한민족의 공생공영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 본문은 최근에 발표된 [조선족-정체성] (본인)논문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각주 해석:

 김범송, 『그래도 희망은 대한민국』, 글누림출판사, 2009. pp. 82~86.
 황유복(2010. 1. 9), “조선족 정체성에 대한 담론”, 조글로 사이트(http://www.zoglo.net).
 朴婷姬, 「試論跨國民族的多種認同: 以對中國朝鮮族認同硏究爲中心」, 『東疆學刊』, 2008年 第3期, pp. 38~39.
 김호응(2010. 2. 18), “중국조선족과 디아스포라”, 한국 방송통신대학교 재외한인학회포럼.
 김호웅(2010. 5. 11), “정체성의 분열과 동화의 비애”, 조글로 사이트(http://www.zoglo.net).
 김강일, 「조선족의 정체성과 조선족의 미래」, 『조선족의 정체성과 향후 역할에 관한 연구』, (사)동북아공동체연구회, 2010. p. 134.
 황재호, 「한국이 보는 조선족의 미래」, 『조선족의 정체성과 향후 역할에 관한 연구』, (사)동북아공동체연구회, 2010. p. 171.
 김호웅, 「다문화주의 담론과 소수자의 목소리」, 『圖們江學術論壇』, 2010. pp. 122~123.
 이진영, 『한국에 살고 있는 재중동포』 서론, 재외동포재단, 2010.
 김두섭, 「연변조선족사회의 최근 변화: 사회인구학적 접근」, 『한국인구학』 제26권 2호. 2003. p. 141.
 2009년 연길시의 인구(50만 3,800명)는 중등도시 기준인 50만을 초과했지만, 「민족지역자치법」으로 인해 자치주 수부인 연길시는 지구(地區)급 도시로 승격할 수 없다. 이러한 법적·제도적 제약으로 인해 그동안 연변정부가 추진해온 연용도(延龍圖) 통합프로젝트는 실질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편 이러한 ‘메커니즘 제약’은 연변의 도시화 발전과 두만강 지역 개발 중심도시로서의 역할에 장애가 되고 있다(衣包中,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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