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송 박사(흑룡강신문 논설위원)

[서울=동북아신문]한국의 지하철에는 저출산·고령화의 심각화를 반영한 광고그림이 있다. 즉 짧은 노약자석에는 어린이 2~3명이 외롭게 앉아 있고, 일반석 노인들이 근심스럽게 노약자석 어린이들을 바라보는 그림이다. ‘노약자석 어린이’는 현재 세계 최저(2009년 1.15명)의 출산율을 가진 한국의 저출산 현황을 상징한 것이며, ‘일반석 노인’들은 2026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해 ‘노인천하’가 될 미래의 한국사회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한편 이 광고그림은 소자화(少子化)의 고착화와 초고령사회(2006)에 진입한 일본사회 및 심각한 도시 저출산화와 함께 1.25억 (65세 이상)노인인구가 있는 중국사회의 미래모습을 반영한 것이다.

21세기 진입 후 동아시아국가들은 초저출산 사회에 진입했고, 2005년에는 홍콩(0.95)·한국(1.08)·대만(1.12)·일본(1.25) 순으로 세계 최저의 초저출산율을 기록했다. 1990년대 후반 저출산 현상의 고착화와 함께 2000년대 초 한·일 양국은 동시에 초저출산 국가로 전락했다. 중국에서도 국가의 강력한 계획생육정책으로 인해 1990년대 이후 도시 저출산화가 고착화되고 있다. 1990년대 진입 후 일본정부는 출산율 제고의 소자화 대책을 추진하고 있고, 2000년 초반부터 한국정부도 저출산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1세기 진입 후 중국정부는 계획생육정책을 조정하여 ‘둘째자녀’ 출산조건을 완화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중요한 인구문제는 초저출산 현상의 고착화와 고령화가 동시에 급진전되고 있는 것이다. 저출산·고령화의 심화는 구미 선진국들이 20세기에 겪은 사회현상이며, 1990년대 이후 한국·일본 등 동아시아국가들도 겪고 있는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현재 1.1대의 출산율과 함께 초저출산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는 한국은 2010년부터 노동시장의 중핵 취업연령인 25~54세 인구가 본격적으로 감소될 전망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초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면 2100년 한민족 총인구는 2010년의 50.5%인 2,468만명으로 축소되고, 2500년에는 인구가 33만명으로 감소되어 ‘민족의 소멸’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한·중·일 삼국은 다양한 가족 수용과 이민 수용성이 낮고, 혼외출산율이 낮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는 전통적으로 ‘유교국가’에 속하는 이들 삼국이 합법혼인과 결혼전제의 출산을 사회제도로 규정, 그것이 도덕규범으로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학자들은 동아시아 저출산 국가와 OECD ‘고출산 국가’의 출산력 차이는 동서양의 문화차이에서 기인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한·일 양국의 저조한 혼외출산율(2%)은 유럽 ‘고출산 국가’의 40~50%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따라서 동아시아국가의 낮은 혼외출산율은 저출산의 사회문화적 요인으로 지적되며, 국가정책의 한계점으로 인식된다.

2000년대 이후 저출산·고령화 사회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과 일본에서는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저출산 대응책으로, 일·가족 양립지원을 국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양립정책’은 고령화에 대비하는 여성인력의 투자정책이며, 장기적 안목에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정책대안으로 각국의 중시를 받고 있다. 한편 중국이 반세기 동안 기본국책으로 추진해온 남녀평등의 정책효과로, 성역할 변화와 여성의 높은 경제참여율 확보 및 직장·가정 양립이 가능해진 반면, 한국·일본 등 ‘유교국가’는 가부장적 가족제도와 성별분업 유지 및 여성의 가사전담 등으로 인해 여전히 일·가족 양립이 어렵다.

최근 한·중·일 삼국은 저출산·고령화의 심화와 국가정책의 비효율성 등 각국 나름대로의 사회문제를 안고 있다. 산업화에 따른 도시 핵가족화로 가정구조 변화와 함께 부모에 의한 양육의존도가 낮아지고 있고, 여성의 경제참여율이 증가되면서 공보육과 국가의 육아지원정책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것이 이들 국가가 보육지원을 강화하고 가족친화적 고용환경 및 일·가정 양립지원에 정부정책의 초점을 맞추게 된 직접적 이유이다. 최근 세계적 경제위기 등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로 맞벌이부부가 늘어나면서 가족 내 돌봄기능이 약화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의 육아지원 제도화와 일과 가사·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가족친화적 기업문화 조성 등의 국가역할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IMF 외환위기 후 한국사회는 기혼여성의 경제활동참여 증가로 맞벌이중심의 가족모델로 이전되었고, 기존의 남성중심적 제도와 가족문화 속에서 가족기능 약화 및 저출산·고령화의 동시 도래 등의 사회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즉 현대여성들은 취업을 독립적인 생애과업으로 수용하지만, 사회는 여전히 출산·양육의 책임과 부담을 여성과 개별가족에게 부과하고 있다. 한편 일과 육아의 양립이 어려운 일본에서는 출산여성 70%가 노동시장을 퇴출하고 있고, 여성의 비정규직 증가와 정규·비정규 간 처우 격차 등이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장시간 노동관행과 가족친화적 기업문화의 미정착에 기인한다.

구미 선진국 ‘고출산 국가’들이 출산율 회복에 성공한 요인으로 양성평등의 사회제도와 다양한 가족 및 이민자 수용의 사회문화적 기반 확립, 일·가정 양립과 공보육 중심의 육아인프라 및 육아 사회화, 유연한 노동시장 구조와 발달한 사회보장제도 등이 지적된다. 반면 동아시아 저출산 국가들은 가부장적 유교문화 속에서 일·가정 양립의 곤란, 자녀의 높은 양육비용 및 가족 내 가사·육아부담 공유의 미흡, 정책의 비효율성 등으로 출산율이 급격히 하락되어 초저출산 사회에 진입했다. 따라서 일·가정 양립과 양성평등적 가족·사회문화 조성, 사회보장제도 확립 등의 사회전반에 걸친 종합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조선족 집거지인 연변사회의 저출산 현상과 ‘노인천하’가 된 농촌의 고령화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즉 조선족사회의 저출산 원인은 중국정부의 계획생육정책에도 기인되지만, 최근 가임여성의 국제결혼 증가에 따른 고향이탈이 주요인이다. 또한 조선족 젊은이들의 연해도시와 한국 등 국외에로의 급속한 인구이동으로 조선족 농촌의 고령화가 심각하다. 즉 출산율 하락과 급격한 인구유출에 따른 인구감소는 민족공동체 해체와 연변의 사회발전을 제약하는 인구·사회학적 요인이다. 따라서 지속적 사회발전과 조선족자치주 존속을 위해서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사회문제 해결책 마련이 정부의 당면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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