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음 별이 어둠을 쪼아먹다가 파리해진 슬픈 밤입니다. 허수아비처럼 텅 빈 가슴에 그만이 충만합니다. 그의 얼굴과 그 얼굴에 어린 미소와 그의 목소리와 그 목소리가 담긴 말씀과 그의 몸짓과 그 몸짓에 배인 체취와…

크게 이름을 불러봅니다. 그런데 그 이름 석자가 그토록 생소하게 낯설었습니다. 아주 짧은 혼란이 왔습니다. 만날수 없어 볼수도 만질수도 없는 탓으로 감감 멀어져가버린걸가. 아니면 너무 혹독한 그리움의 형벌때문에 의식이 흐려진걸가. 아니면 내 총명함이 부질없는 감정임을 지금 눈치채고 앙큼하게 가장하는걸가.

허나 나는 결국 그때문이 아니였음을 알아버립니다. 그것은 내가 그를 생각하는 시간들이 하루하루 늘어가는 사이 어느새 그의 체취에 절은 내 피부가 그의 모습에 잠긴 내 눈이 그의 목소리에 젖은 내 귀가 그의 이름자를 기억해내기보다 그를 먼저 온몸으로 느끼고있는 까닭이였습니다. 그것은 그가 이미 내속에 깊숙이 박혀 무성하는 탓으로 굳이 이름자를 불러 찾을 필요가 없는 까닭이였습니다. 내 가슴속에 담긴 사람들속에서 누구랑 가려볼수 있는 이름을 사용할 겨를이 없이 그의 전부가 이미 나의 전부의 생각과 감정이 되여버린 까닭이였습니다.

어느날부터라고 꼭 정확히 금을 그을수 없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만큼으로 너무나 절실하게 그를 내곁에 두어버렸습니다. <<이건 분명 아닌데…>>하는 지극히 관념적인 사고를 내가 채 끄집어내기도 전에 그를 이미 내가 도망가버릴수조차 없을 만츰으로 내안에 깊숙이 들여놓아버렸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좋은 남자보다 좋은 사람으로 남아주세요>>라는 리성이 어색해할 만큼으로 우리의 시간끝에 길러져온 필연이였고 운명속의 숙명이였습니다. 이 세상에서 그가 필요해서도 그와의 감정이 필요해서도 아니고 오로지 그 리유를 알릴수 없는 무작정이였을뿐입니다.

그는 내게 있어서 옹근 우주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세상이란 이러저러하게 분해가 가능한게 아니고 오로지 옹근 하나로 만들어졌음을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그는 내게 있어서 아름다움이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세상이란 모든것이 수채화로 고운 빛갈이였음을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그는 내게 있어서 행복이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세상이란 함께 하고픈 사람이 나랑 한 시간대에 살고있어주는 곳인것을 처음으로 고마워했습니다.

나는 내 나이를 털어버리고 순진한 기대호 하루하루를 알뜰히 수놓아가는 소녀가 되였습니다.

비가 오면 그속으로 함께 꼬옥 껴안고싶어집니다. 그리고 추운 세상을 춥게만 살아가는 서로를 따스한 체온으로 덥히고싶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흥건히 젖으며 비속을 우산도 없이 걷습니다. 그를 위해 우산 하나도 준비할수 었는 내가 미워서입니다. 비록 우직스럽지만 꾸미고싶지 않은 내 마음입니다.

흰눈이 내려주면 축복받을 리유도 없을 만큼으로 가난하면서도 괜히 은총을 받은듯 행복해합니다. 그리고 성탄할아버지로 다가와줄 그를 기다립니다. 그가 어쩌면 작은 고마운 위안과 작은 순수한 랑만과 작은 따스한 감동과 작은 진실된 축복을 주렁주렁 달고 다가와주지 않을가 하는 화려한 기다림을 만듭니다. 성탄할아버지는 어쩌면 천진한 아이를 울리지 않을거라 고집합니다.

하늘이 밝게 빛나주면 나는 해살만큼이나 눈부신 행복을 갖고싶다고 구름처럼 잔뜩 부풀려진 욕심을 부려봅니다. 조용한 산밑 촐랑대는 개울가에 발 불구고 앉아 애들처럼 장난도 실컷 쳐보고 깔깔대며 시름없고싶습니다. 그리고 세상과 무관한 이야기를 주절대며 인간들과 사회와 그리고 어제와 오늘 래일까지도 홀가분하게 잊고싶습니다.

어둠이 포근한 밤이면 <<사람이 늙으면 허수아비앞에 나서기조차 부끄럽다.>>는 누군가의 시구절을 외우며 지금으 내 육체를 풀어 함께 열락하고싶습니다. 어쩌면 먼 후날 치매에 걸려서도 유독 그날밤만을 기억할수있을만큼으로 진한 몸부림을 하고싶습니다.

아침에 깨면 단내나는 그의 입김을 맞고싶고 밥을 먹으면 그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고싶고 화장을 하면 그의 턱을 파르스름하게 면도해주고싶고 옷을 입으면 그의 넥타이을 매여주고싶고 빨래를 하면 그의 양말을 씻어주고싶고 전화벨이 울리면 그의 말들을 기억해내고싶고 거리를 걸으면 그의 곁에 붙어서서 함께 걷고싶고 샤와하면 그의 등을 밀어주고싶고 잠을 자면 그의 코고는 소리를 들으며 이불을 당겨 여며주고싶고…

나는 매일매일 꼬박꼬박 그를 위해 기도했으며 아름다운 감동의 시구절을 외웠으며 설레는 맘으로 편지를 썼고 그의 아픈 사정에 가슴이 다슬도록 고민했습니다.

결국 이 모두는 나 혼자의 기막힌 망상일따름입니다. 혼자를 견디지 못하는 유난한 성격의 나였지만 무심하게 흘러가는 자연과 전혀 다른 얼굴들속에서도 그를 떠올려내는데 선수가 되여 나는 그것만으로도 무작정 행복으로 치달아가고있습니다.

어쩌면 누군가 나의 이런 가슴을 들여다본다면 바보스러운 꿈들에 <<꿈깨!>>하고 말해올지도 모릅니다. 허나 가만가만 헤픈 상상으로 행복할수 있는 지금을 나는 결코 버릴수가 없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어쩌면 누군가 관념적이고 도덕적이고 리성적인 모두를 동원해서 질타를 해오거나 조소해올지도 모릅니다. 허나 나는 심각해지고싶지 않으며 되려 그런 리성적사고를 할수 없을만큼으로 우둔해졌으면 합니다. 내가 할수 있는한 최선다&#54671; 기억하고싶으니까.

어쩌면 누군가 환상이 뭐 쓸모있냐며 말해올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관념의 동물이 아니니까. 마음은 모든걸 행하는데 결코 행동으로 가닿지 못하는것이 왜서인지를 아는 사람은 다 알것입니다. 그가 나보다 더 소중하기대문임을.

여태 살아온 날의 많은 일들은 나의 의지가 아니였습니다. 허나 이제는 살아갈 많은 날의 그리움을 나의 의지대로 마음껏 키우며 살고싶습니다. 본능으로 순수해지며 그리고 그것이 가장 인간적이고 그래서 가장 아름답다고 고집하고싶습니다.

그를 내 가슴에 담은 죄로 내가 지금 더 혹독한 그리움의 형벌을 치루어 낼지라도 그를 더 깊숙이 내안에 담그며 살것입니다.

끈끈한 그리움을
겨울밤바다에 풀어
너와 나
파도로 기승부릴수 있었으면

그토록 내 그리움을 자연의 이름으로 행하고도 싶지만 그냥 그리움 그것만으로내 생을 적셔갈것입니다. 한번 만나고 더 잔인한 벌을 받을지라도 행하고도 싶지만 그 그리움이 넘쳐나 눈물로 흐름을 행복하게 깨달아갈것입니다. 언젠가 그가 나를 만남으로 초대해 준다면 그때 진정 내 눈물뿐인 가슴을 터쳐 그 홍수에 떠밀려가리라.

사랑하는건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니라

누군가의 시구절을 나도 따라 읊조리고싶습니다. 그러면서 사랑이라는 소중한 말로 나의 혼절하는듯한 그리움을 위안하고싶습니다. 허나 감히 이를 사랑이라 부를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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