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소서 단식농성 열흘째 이범수씨

 서울출입국관리소 보호소의 면회장에서 만난 그는 매우 까칠한 모습이었다. 보호소 안에서 홀로 단식을 진행하는 그는 상대방의 질문을 듣고 대답하는 것조차 힘이 들어 보일 정도로 쇠약해진 상태였다.

 

 이범수씨는 2000년 3월 한국에 입국을 했다. 이씨는 지인의 소개를 통해 충청도 보령의 한 건설현장에서 일을 시작했으나 3개월 만에 9m 높이에서 추락하는 대형 사고를 겪었다.

 

 당시 이범수씨는 가슴과 허리를 크게 다쳤으나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지지 않았다. 사업주가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고 이씨 몸에 큰 멍이 들어 있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파스나 진통제 등의 간단한 약품을 제공하는 것 외에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은 것이다.

 

 사고가 있은 2~3일 후부터 허리부위의 통증이 극도로 심해지기 시작했지만 이씨는 불법체류자라는 약점 때문에 사업주에게서 산업재해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한 것은물론 그동안 일한 3개월 분의 임금마저도 포기하고 보령을 떠나야 했다.

 

 다른 곳에서 일을 해 조금 모은 돈으로 병원을 찾은 그는 병원으로부터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후 이씨는 주변에 알아본 결과 산업재해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이를 증명할 진단서가 요구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그는 진단서를 받기위해 병원에 가던 도중 법무부의 단속에 걸려 서울출입국사무소로 이송됐다.

 

 이렇게 그가 보호실에서 생활을 시작한지 1년 8개월여의 시간이 지났다. 최근까지 그와 함께 있었던 동료는 대부분 강제추방을 당하고 그는 홀로 사투를 불사한 마지막 결단을 이행하고 있다. 진통제로 하루를 버티는 그에게 단식은 매우 힘에 부치는 일이다.

 

 최근에는 중국에 살고 있는 이씨의 6살배기 아들이 교통사고로 다리를 크게 다쳤지만 병원입원은 고사하고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씨는 “제가 요구하는 것은 한국에서 산재로 얻은 병을 치료라도 받고 돌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입니다”라고 단식의 명분을 간결하고도 분명하게 밝혔다.

 

 이범수씨는 4일 그간 이씨를 지원해온 서울조선족교회의 주선으로 병원에서 건강진단을 받게 됐다.

 

 서울출입국관리소의 심사담당자는 “이전에 이씨가 몇 군데에서 병원진단을 받았고, 그를 지원하는 단체에 의해 법무부에 탄원서가 전달됐으나 그가 일시보호해제의 해당사항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풀려나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하고 “이번에 병원진단의 결과에 따라 두고 볼 일이지만 규정에 따라 해당사항에 부합이 되느냐에 따라 일시보호해제가 적용될 수 있다”라고 답해 이씨 관련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향방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임을 시사했다.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