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 승 지 (연합뉴스 영문북한팀장/ 정치학박사)

 

Ⅰ. 시작하며

 

Ⅱ. 조선족동포의 한국진출 20년; 회고와 성찰

1. 조선족동포의 삶

2. 한국과의 관계를 통해 얻은 것

3. 한국과의 관계를 통해 잃은 것

 

Ⅲ. 21세기 트렌드와 조선족사회가 나아갈 길

1. 21세기 트렌드와 조선족

2. 조선족사회가 나아갈 길

 

Ⅳ. 구체적 목표와 실천 계획;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1. 건강한 조선족사회 만들기

2. 부강한 조선족지역 만들기

3. 더불어 사는 세상 만들기

4. 재한 조선족동포들이 해야 할 일

 

Ⅴ. 마치며

 

 

Ⅰ. 시작하며

조선족동포들의 역사를 돌아보면 도전의 연속이었다. 한반도를 떠나 중국 땅으로 이주한 것은 물론 해방 후 중국에 남기로 결정한 것, 한중 수교 이후 다시 한국 땅을 찾은 것 등은 대표적인 도전 사례이다. 그리고 지금도 조선족동포들은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도전은 그 자체로서 위대하다. 남들이 가지 못하는 새로운 길로 나서는 두려움을 떨쳐 버려야 하고 그 길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기에 그렇다. 그러나 모든 도전이 위대한 것은 아니다. 위대한 도전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우선, 가치 있는 일이어야 한다. 가치 있는 일이란 사리사욕을 추구하거나 대의(大義)에 반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대중이 공감할 수 있고 대중으로부터 지지받을 수 있는 올바른 것이어야 한다. 당연히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어야 한다.

다음은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도전은 역사에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추동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과거에 대한 미련이나 누군가에 대한 불만을 반영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반드시 과거와 현재를 극복하고 함께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구체적 목표와 행동 지침이 수반되어야 한다. 무모한 것이거나 맹목적이어서는 안 된다. 도전의 정신을 바탕으로 비전(vision)을 세우고 그를 향한 목표(goal)를 분명하게 설정하는 가운데 세밀한 행동 계획(action plan)으로 실천을 뒷받침해야 한다.

조선족동포들이 지금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도전 역시 이러한 조건을 갖춘 위대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면 새로운 위대한 도전을 위해 조선족동포들은 지금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 할까. 이런 문제의식 하에서 필자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이 글을 구성하고자 한다.

첫째, 한중 수교를 계기로 조선족동포들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이후 현재까지의 상황을 회고하면서 조선족동포들의 삶을 돌아 볼 것이다. 아울러 한국과의 관계를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인지를 살펴볼 것이다. 이는 조선족동포들의 지난날을 성찰함으로써 새로운 도전을 위한 정당성과 함께 올바른 지향점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둘째, 조선족동포들의 미래를 위한 비전을 세우고 이로부터 어떻게 현실적이고 의미 있는 목표를 제시할 것인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21세기의 새로운 시대상황은 사람들로 하여금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발상과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누가 먼저 그러한 트랜드(trend/ 추세)를 올바로 파악하고 잘 준비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살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 이는 조선족동포들이 어떤 자세와 각오로 현재를 살아가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셋째, 우리의 생각을 어떻게 구체적 행동으로 보일 것인가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냉정히 말하자면, 그동안 조선족사회에는 말과 글은 풍성했지만 그를 뒷받침할 행동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살아 왔지만 앞으로는 말과 글을 뛰어넘어 구체적 행동으로 뒷받침하지 않고는 살아남기 어렵다. 이제는 ‘할 수 있다(We Can Do)’ 또는 ‘해야 한다(We Must Do)'가 아니라 ‘하고 있다(We Do)’고 말 할 수 있어야 한다.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는 담론(談論)은 오히려 분란을 조장할 뿐이기 때문이다.

 

Ⅱ. 조선족동포의 한국진출 20년; 회고와 성찰

 1. 조선족동포의 삶 

1) 중국 내 조선족 동포사회 실상

(1) 1990년대 초 조선족 동포사회는 전체인구의 97% 이상이 동북 3성 지역에서 생활했다. 그러나 현재는 전체의 3분의 2에 가까운 110-120여만 명이 한국을 비롯한 외국 및 동북 3성 밖의 개방도시에서 생활함으로서 동북 3성 내에는 고작 70-80만 명 정도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2) 이러한 현상은 이른바 소수민족구역자치제를 유지.발전 시키는데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 이는 자치 현과 향.진은 물론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존속마저 어렵게 하고 있다. 당연히 민족의식, 민족문화의 토대를 약화시키고 민족교육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3) 조선족동포들이 집거하던 농촌지역은 대부분의 조선족동포들이 빠져나가고 한족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남아 있는 조선족동포들도 고령의 노인들이거나 아이들로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해방이후부터 조상들이 지켜온 땅을 잃고 있다.

(4) 결혼 적령기의 조선족 여성들이 타지로 결혼 및 노동 이주를 함에 따라 농촌 총각들은 상대를 찾지 못해 결혼을 못하고 있다. 또 조선족동포들은 소수 민족으로서 산아제한 정책에 구속받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함으로써 조선족동포의 인구 감소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5) 조선족동포들이 외지로 일하러 나감에 따라 아이들에 대한 가정교육이 원만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아이들의 사회적 일탈이 늘어나고 있다. 다수의 아이들은 부모가 보내주는 돈으로 풍족한 생활을 함에 따라 노동의 가치를 외면하고 목표없는 삶을 살고 있다.

(6) 조선족 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자치지역 내의 민족간부들이 줄어드는 등 조선족동포들이 공직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줄고 있다. 한국 등지서 번 돈으로 경제적 여건은 좋아졌지만 이를 생산적인 곳에 투자하기보다 먹고 즐기는데 사용함으로써 연길 등지는 비생산적인 소비향락업이 기형적으로 발달해 있다. 노무송출로 많은 돈을 벌어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7) 아이들이 줄어들고 교사들도 학교를 떠남에 따라 조선족 학교가 현저히 줄어드는 등 민족교육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더욱이 동북3성 이외의 다른 곳으로 이주한 경우 아이들은 대부분 한족학교를 다님에 따라 사실상 민족교육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8) 중국의 주요 도시에 새로운 집거지가 형성되고 있다. 심양 대련 청도 북경 상해 등이 주요 집거지로 부상하고 있다. 새로운 집거지에서는 한국에서 이주한 사람과의 공존이 모색되고 있다. 하지만 관계는 우호적이기 보다 반목하는 상황이다.

(9) 조선족동포들은 중국내 개방도시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취업하거나 이들 기업을 상대로 사업을 하고 있어 중국내 동북3성 밖에서도 한국과의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생활하는 한국인은 1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2) 한국사회와의 관계

(1) 조선족동포들이 한국사회와 본격적인 관계를 맺은 것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부터이다. 80년대 초부터 제한적 접촉이 있었지만 그 수는 대략 2,000여명 정도에 불과하다.

(2) 양자 간 관계는 초기에는 오랜 단절로부터 비롯된 애틋한 마음을 담은 감상적 관계에서 시작했지만 한국사회의 준비 및 관심 부족으로 조선족동포들의 불만이 누적됨으로써 갈등이 증폭되어 왔다.

(3) 2004년 재외동포법이 개정된 이후 한국정부의 조선족동포 정책이 변하면서 상황이 나아졌지만 지금도 조선족동포들은 한국의 정책에 대해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다.

(4) 다수의 조선족동포들은 지난 시기 한국정부의 무관심과 한국사람들의 홀대에 대한 기억과 불만으로부터 한국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사회와 조선족사회 간에는 갈등요인이 잠복되어 있다.

(5) 조선족동포 1, 2세들은 한국사회에 대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민족의식을 기초로 하여 여전히 한국을 지향하는 마음이 있지만 동포 3, 4세들은 민족정체성이 약화됨에 따라 한국에 대해 훨씬 더 냉정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6) 조선족동포들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은 점점 현실적.경제적 관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확장될 것이다.

(7) 2010년 말 현재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조선족동포는 404,000명에 이르며 한국국적을 회복 및 취득한 동포도 5만여 명에 이른다. 현재 한국국적 취득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도 4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조선족동포들 중 유학생은 3,600여명이다.

(8) 한국에서 살고 있는 조선족동포들 중 다수는 가족 초청제도 등을 활용해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사실상 가족이 집단으로 이주하여 한국을 생활거점으로 삼고 있다.

(9) 한국에서 살고 있는 조선족동포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은 한국에서 5년 이상 장기 체류하거나 중국으로 돌아갔다가도 다시 한국을 찾는다. 이로 인해 중국보다 한국에서의 생활을 더 선호하며 실제 중국내 사회적 기반도 취약하다.

(10) 한국에서 살고 있는 조선족동포들 중 다수는 이른바 3D 업종에 종사하고 있으나 최근 자영업 등 개인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한국에 유학한 고학력자들 중에서 굴지의 한국기업에 취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2. 한국과의 관계를 통해 얻은 것

 

1) 경제적 측면

대부분의 조선족동포들은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행위자로서 조선족동포들의 일차적 목적은 경제적 실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다수의 조선족동포들은 한국에서 경제적 실리의 추구라는 당면한 목적을 달성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70퍼센트 이상의 동포들이 농사를 지으며 가난하게 살아왔으나 지금은 농촌에서 농사짓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생활이 변했다. 그런 변화를 추동한 것은 한국에서 일하여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이 주된 이유이다.

조선족동포들은 중국내 주요 지역에 타운을 형성하여 살고 있고 투자 차원에서 아파트를 구입해 놓고 있다. 연길을 방문할 때마다 변화된 모습을 보노라면 조선족동포들의 생활이 날로 나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해외에 나가있는 조선족동포들이 연변지역으로 송금하는 돈이 연간 10억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그 중심에 재한 조선족동포들이 있다.

조선족동포들은 한국방문 초기 불법체류를 하며 대부분 3D업종에서 일했다. 요즘도 3D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다수이지만 한국에서 돈을 벌어 사업을 하거나 기술을 배워 전문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2) 사회적 측면

(1) 조선족동포들은 한국과의 관계를 맺으면서 한국사회 및 자본주의사회의 작동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물론 중국사회 역시 역동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한국과의 관계가 없었더라도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주의 사회인 중국에서는 일하는 방식이나 자세가 자본주의 사회인 한국과 현저히 달라 한국과의 관계를 통해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는데 더 많은 기회를 얻은 것은 분명하다.

(2) 조선족동포들은 개인적 발전을 위한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되었다. 한국에 온 많은 사람들 중에는 선진된 한국사회에서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을 찾는 조선족동포들 중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이주 뿐 아니라 학업을 위한 유학생, 한중관계의 확대에 따른 중국전문가로서 취업하기 위한 사람, 개인 사업을 위한 사람 등 다양하다.

(3) 조선족동포들은 한국생활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동포 간 연대의 중요성을 느낄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조선족동포들은 한국에서 집단적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는 한국생활의 어려움과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조선족동포들 스스로 연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또한 한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4) 조선족동포들의 확산과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었다. 한국방문 혹은 중국내 한국기업 취업 등을 위해 조선족동포들은 동북 3성 지역에서 벗어나 중국의 개방도시와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곳곳에서 역동적인 삶을 개척하고 있다. 한국 내에도 조선족동포 관련 단체 및 언론매체 등이 수 십 개에 이르고 있으며 인터넷을 통해 세계 곳곳의 동포들과 연계하고 있다.

(5) 조선족동포들은 한국에서의 생활을 계기로 자신들의 삶에 대해 돌아 볼 수 있게 됐다. 중국내에서는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살았다면 한국사회에서는 자신의 권익을 위해 정부를 비판하고 데모를 하기도 하고(집회 결사의 자유), 다양한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기도 하고(언론출판의 자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힘을 모으기도 한다.

 

3. 한국과의 관계를 통해 잃은 것

(1) 조선족동포들의 민족의식의 약화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한국사회와의 관계 맺기 과정에서 겪은 부정적 경험으로 민족의 의미에 대한 회의가 작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중국 국민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로 반작용하고 있다.

(2) 조선족동포사회의 가정해체 현상이다. 중국내 동포사회에서 한국 붐이 일어나면서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앞 다투어 한국을 찾게 되고, 자유로운 왕래가 보장되지 않음에 따라 한국에 장기 체류하게 됨으로써 가정파탄이 일어났다.

(3) 청소년들의 사회적 일탈 현상이다. 조선족동포 학생의 절반 가까운 사람이 부모 중 한 사람 또는 두 사람이 한국에 나가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할머니 할아버지 또는 다른 가까운 친척이 돌보고 있다. 당연히 가정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일탈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4) 선조들이 갖은 고생을 하며 수 십 년 동안 가꾸어 온 삶의 터전을 잃게 된 것이다. 조선족동포들은 중국의 민족구역자치제에 따라 ‘대잡거 소취거’ 형태의 생활 근거지를 형성하며 살아왔다. 따라서 연길 등 큰 도시가 아닌 경우 농촌 마을 단위로 집단적으로 거주해 왔다. 그러나 다수의 동포들이 한국에서 돈을 벌게 되면서 농촌을 떠나게 되고 한족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선조들이 어렵게 가꾸어 온 마을을 너무 쉽게 버리고 있는 것이다.

(5) 조선족사회와 한국사회 간의 관계가 확대됨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관계 맺기가 이루어지지 않음에 따라 조선족동포들이 정체성 혼란 속에서 탈 한민족화 하려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조선족을 한민족에서 분리하여 ‘100% 조선족’으로 지칭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아직 제한적이지만 향후 중국의 ‘중화민족 대가정론’과 결합될 때 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다.

(6) 한국사회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됐다. 조선족동포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조선족동포 사회가 지니고 있는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한국사회와의 잘못된 관계 맺기를 지적하며 그 책임 또한 한국사회에 있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돈을 벌어 경제적으로는 부유해졌지만 인생의 소중한 가치들을 상실하게 된데 따른 원망이 마음속에 맺혀있는 것이다. 그들의 이러한 믿음은 막연한 형태로 한국사회에 대한 불만 또는 증오로 이어지고 나아가서 한국사회와의 갈등을 촉발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Ⅲ. 21세기 트렌드와 조선족사회가 나아갈 길

 

1. 21세기 트렌드와 조선족

 

1) 21세기 시대적 트랜드

(1) 세계화가 확장됨에 따라 기존의 국제사회의 틀이 크게 변하고 있다. 국가 간 교류협력이 확대되고 국제기구들이 국가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2) 각 국가 간 차이는 있겠지만 국가의 역할은 축소되고 민간단체(NGO)들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국가 간 경계는 더욱 약화될 것이다.

(3) 정보 통신의 급속한 발달로 직접 이동하지 않더라도 세계화 현상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교통의 발달로 인구이동이 크게 늘어날 뿐 아니라 인터넷 및 모바일 혁명에 따라 사람들 간의 소통 역시 더욱 확장될 것이다.

(4) 세계화 및 정보혁명에 따라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가치가 보편화되고 있다.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기준이 일반화되고 각 국가는 이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나가게 될 것이다. 나아가서 다문화주의는 세계적인 추세로 될 것이다.

(5) 한국과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시아지역이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방향으로 역사가 움직이고 있다. 비록 20세기의 역사로 인한 갈등이 남아있지만 결국은 동북아시아지역은 이를 극복하고 함께 공동체를 지향하게 될 것이다.

(6) 동북아시아 질서의 변화에 따라 한반도와 중국 동북지역은 하나의 생활권역을 형성하게 되고 동북아시아지역의 중심이 될 것이다.

(7) 이럴 경우 한국과 한민족은 동북아시아공동체를 형성.발전시키는데 있어서 중추적 역할을 하여야 하고 또 그렇게 될 것이다. 이른바 균형자론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8) 세계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전환될 것이다. 더욱이 인구 대국인 인도 역시 고속 성장함에 따라 식량소비가 급격히 늘어나게 될 것이다.

(9) 이미 세계적으로 식량 및 자원 고갈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인구증가와 함께 저발전 국가들의 성장으로 식량소비가 급격히 증가함으로써 앞으로 식량과 생필품 등의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다. 이럴 경우 농업은 새로운 산업으로 각광받게 될 것이다.

(10) 의학의 발달로 인간은 100세 이상의 장수를 누리게 될 것이다. 세계적인 고령화시대에 즈음해 은퇴 이후의 노후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11) 21세기의 풍요로움은 개인주의적 성향을 부추길 것이며 이는 사람들 간에 각박함을 더하게 할 것이다. 따라서 미래에는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웃을 돌아보는 박애의 정신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다.

 

2) 새로운 트랜드가 조선족사회에 미치는 영향

(1) 시대상황의 변화에 따른 가치의 변화

- 조선족동포들은 한중수교 이전까지는 대부분 농촌에서 동포들끼리 촌락을 형성하여 집단적으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다. 이는 사회적 특성상 농경사회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 오늘날 중국은 개혁.개방 정책 이후 급속한 산업화에 따라 산업사회로 발전하고 있다. 조선족동포들 역시 농촌을 떠나 개방도시의 공장으로 일터를 옮기는 등 산업사회에 편입되어 가고 있다.

- 통신 및 인터넷의 발달로 세계적으로 정보유통이 보편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사회 역시 정보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한국이나 중국의 개방도시로 진출한 조선족동포들 역시 이미 정보화사회에 편입되고 있다.

- 이런 점에서 조선족동포들이 살아가고 있는 사회환경은 농경사회와 산업사회, 정보화사회가 혼재해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사회발전 과정에 따라 각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가 달라 동포들은 가치의 혼재에 따른 의식의 혼란을 겪고 있다.

- 통상 농경사회는 토지, 산업사회는 자본, 정보화사회는 삶의 가치(행복)를 중시 한다. 특히 정보화사회 나아가서 정보지식사회로 진입하면 생존의 문제로서 경제적인 것 보다 삶의 질과 관련된 문화적 가치를 중시하게 된다.

- 이에 따라 조선족동포들은 가치관의 혼란을 경험하며 인생의 목표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조선족동포들은 토지를 중시하는 농경사회에 속해 있다가 갑작스레 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땅 대신 자본(돈)을 좇게 됐다. 그러나 자본을 축적한 이후 추구해야 할 삶의 진정한 가치(행복)를 외면하는 결과를 맞았다.

- 따라서 조선족동포들은 당장은 경제적 문제를 중시할 수밖에 없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이다.

(2) 사회제도적 변화에 따른 가치의 변화

-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초까지 중국에서는 사회주의적 통치방식과 생활양식이 전반적으로 주민들의 삶을 지배했다. 조선족동포들 역시 이러한 정치.경제.사회 제도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 그러나 1992년에 즈음해 중국은 이른바 등소평의 남순강화를 통해 개혁.개방 정책을 더욱 강화하기로 결정하는 한편 한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이에 따라 한국기업들이 앞 다투어 중국으로 진출했고 조선족동포들도 중국내 개방도시의 한국기업에 취업을 하거나 직접 한국을 찾았다. 조선족동포들은 자연스럽게 과거와는 다른 정치.경제.사회적 제도 속에서 살아가게 됐다.

- 자본주의사회가 개인주의적 가치를 중시하는 것과 달리 사회주의사회는 통상 집단주의적 가치를 중시한다. 또 자본주의사회가 자유를 중시하나 사회주의사회는 평등을 더 중요하게 취급한다. 두 사회 간의 문화적 정서적 차이게 있을 수밖에 없다.

- 이로부터 조선족사회와 한국사회 간 관계에 적지 않은 갈등이 형성되어 왔다. 한국 사람들은 조선족동포들을 불신하고, 조선족동포들은 한국 사람들을 경원하기 때문이다.

 

2. 조선족사회가 나아갈 길

1) 과거로부터의 교훈

앞에서 살펴본 바에서 보듯 조선족동포들이 한국과의 관계 맺기를 통해 얻은 것은 현실적이고 물질적인 것이라면 잃은 것은 전통적이고 정신적인 가치와 관련된 것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조선족동포들은 이러한 사실을 진지하게 성찰함으로써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한 중요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한국사회와 관계를 맺은 결과에 대해 올바르게 평가하여야 한다. 즉,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인지, 잃은 것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그런 결과로서 조선족사회가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하여야 한다. 그러한 평가는 단지 과거를 말하기 위함이 아니다. 이는 현재의 상황을 직시함으로써 보다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기초 작업이다.

둘째, 지난 시간에 대해 반성하여야 한다. 한국과의 관계맺기 과정에서 발생한 잘못된 결과와 관련해 조선족사회에서는 흔히 한국사회를 탓하며 원망한다. 그러나 자신이 결정한 모든 일의 책임은 결국 자신에게 있다. 상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잘못된 결과의 원인을 제공한데 대해 상대를 원망함으로써 동정은 살 수 있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하여서는 미래로 나아갈 수도 없다. 과거에 대한 반성이 없다면 미래 역시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지난날에 대한 반성은 상대에 대한 용서와 화해로 이어져야 한다.

셋째,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각오와 함께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어야 한다. 새로운 각오는 미래에 대한 희망에서 비롯된다. 과거와 다른 미래를 꿈꾸며 그 꿈을 실현하려는 강한 의지가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조선족동포들이 앞으로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과거에 겪은 일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살펴보자.

(1) 돈을 버는데 집착하지 말자

- 세상에는 돈 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직시하자

- 돈을 버는 것 못지않게 돈을 쓰는데도 관심을 갖자

- 소탐대실하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큰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2)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자

- 조지 베일런트는 <행복의 조건>에서 고통에 대응하는 성숙한 방어기제, 교육, 안정된 결혼생활 등 7가지를 행복의 비결로 제시

- 또 행복한 삶을 이루는데 중요한 것으로 올바른 인간관계, 즉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가 아니라 가까이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주장

- 성공과 행복을 혼동하지 말자. 성공은 능력에 관한 것이지만 행복은 성품에 관한 것

(3) 조선족사회 전체를 생각하자

- 조선족 개인의 미래는 밝지만 조선족사회의 미래는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다

- 조선족 개인의 미래와 조선족사회의 미래가 함께 윈윈 할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 조선족 개인의 작은 관심이 조선조사회 전체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

(4) 한국사회를 이해하자

- 조선족동포들은 한국사회와 유리되어서는 행복할 수 없다

- 한국사회에 대한 불만을 내려놓고 포용함으로써 함께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 한국사회와의 좋은 관계 맺기를 통해 조선족사회의 미래를 준비하는데 활용하자

(5) 미래를 설계하고 준비하자

- 미래는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 현재의 작은 투자가 미래의 큰 자산이 될 것이다.

- 지금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도태될지도 모른다

 

2) 비전 세우기

(1) 왜 비전을 세워야 하나

- 비전(vision)이란 미래에 이루고자 하는 세상으로 견인하는 그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내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을 만들도록 나로 하여금 더 많이 노력하도록 추동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기업으로 말하면 그 기업이 바라는 미래의 청사진(靑寫眞)을 말한다. 그 기업이 추구하고자 하는 미래의 모습이 밝고 긍정적이면 사원들은 더 열심히 일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주저앉거나 포기할 것이다.

- 비전은 구성원들이 더 좋은 세상으로 나아가도록 추동하는 동기를 불러일으킨다. 그런 점에서 비전은 꿈 또는 희망과 유사하지만 실제는 다르다. 마음에 품고 상상하는데 그치지 않고 구성원들의 생각은 물론 정치.경제.사회적 환경의 변화까지를 고려하여 전략적으로 명확하게 정립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 그래서 비전은 명백하고 간략하며 실감 있게 표현되어 구성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할 뿐 아니라 믿을 만한 내용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의도적이고 도전적이며 고무적이어야 한다. 물론 실현 가능성과 함께 가시적 효과를 보여야 한다.

- 안타까운 일이지만 조선족사회의 비전은 없다. 이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하나는 미래를 위한 목표와 이를 위한 실천적 노력이 없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조선족사회의 미래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전망과 관련된 것이다. 따라서 조선족사회의 미래에 대한 막연한 낙관론 또는 비관론 다 적절하지 않다. 어림짐작할 것이 아니라 현실의 토대 위에서 구체적이고 분명한 비전을 세워야 한다.

- 조선족사회에 비전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현실에 매여 있기 때문이다. 눈앞의 현실을 좇는데 급급하다 보니 눈을 들어 먼 훗날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그러나 빛의 속도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21세기에 즈음해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누구든 도태되기 십상이다. 변화를 직시하며 스스로 미래를 준비하는 자만이 미래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조선족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 조선족사회는 이제 자신의 미래를 선택해야할 기로에 서 있다. 선택의 기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비전을 세우는 것이다.

- 이는 어느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조선족동포들 모두의 중지를 모아 결정해야 한다. 왜냐면 모든 사람이 동의하여야 함께 그 길로 매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그러나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모두 함께 비전을 세우기란 용이하지 않다. 그래서 지도자가 필요하다. 모두가 따르는 지도자가 나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순리이다. 그러나 지도자가 없다면 지도층 인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비전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에 대한 올바른 의제를 설정하여 수시로 토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2) 어떤 비전을 세울 것인가

- 비전을 세우는 것이 한 집단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인 만큼 어떤 비전을 세울 것인가 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비전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느냐에 따라 구성원들의 관심과 태도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 따라서 조선족사회의 비전은 조선족사회가 지향하는 바를 적절하게 담아냄으로써 조선족동포들 모두가 공감하는 그런 것이어야 한다.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할 때 조선족동포들이 바라는 미래의 세상은 적어도 다음과 같은 점들이 충족되는 그런 세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 첫째, 한민족이면서 중국국민인 조선족의 두 가지 정체성을 향유하면서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이는 정체성 문제인 동시에 생활 터전의 문제와 직결된다. 정체성 문제와 관련해 조선족동포들은 오늘날 양자택일의 문제로 인식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국과의 관계 맺기 초기에는 민족정체성을 중시하는 듯했으나 한국사회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고 중국이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오늘날에는 국민정체성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즉, 한국사회와의 좋은 관계 맺기를 하지 못한 가운데 중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바라보며 양자를 저울질 하는데 따른 현상으로 보인다. 조선족동포의 삶의 터전은 중국 동북 3성 지역이다. 이를 외면하고는 조선족동포의 역사와 미래를 말할 수 없다. 즉, 동북 3성 지역을 삶의 터전으로 하여야 조선족동포 고유의 특성을 유지.발전시킬 수 있다. 조상들이 60년 아니 100년 이상의 세월을 견디며 지켜온 이곳은 과거 뿐 아니라 조선족동포의 미래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 둘째, 경제적 어려움 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풍족한 생활을 하는 것이다. 동서 냉전체제가 해체되고 세계화가 급속히 진전됨에 따라 세계는 이제 사실상 자본주의 단일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본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졌고 사람들은 돈을 좇아 어디로든 달려간다. 조선족사회가 직면한 어려움도 이러한 현상에 따른 것이다. 결국 돈을 버는 문제는 모든 사람의 기본적 관심사일 뿐 아니라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필요조건이 되었다.

- 셋째, 가족과 함께 어우러져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다. 조선족동포들이 한국사회와의 관계 맺기 이후 겪은 많은 아픔들 중에서도 가족과 떨어져 생활해야 했던 것은 가장 큰 아픔이었다. 더욱이 그로 말미암아 아이들의 사회적 일탈과 가정파탄을 겪어야 했으니 그 아픔이 오죽하랴. 가족과 함께 더 행복한 생활을 하려는 생각으로 돈을 벌기 위해 바다 건너 한국땅을 찾았고 온갖 설움을 견딜 수 있었다. 그러나 돈을 벌어 경제적으로는 나아졌지만 가족들 간의 관계가 나빠지면서 행복한 생활에 대한 꿈은 물거품이 되었다. 그런 점에서 이는 조선족동포들 모두가 간절하게 바라는 바일 것이다.

- 결국 조선족동포들은 중국 동북지역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중국국민으로서 생활하는 가운데 한민족의 일원으로서 한국사회와 좋은 관계를 맺으며 가족과 함께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을 가장 바라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조선족사회는 이런 내용을 담아 동포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을 세워야 한다.

 

3) 바람직한 조선족사회의 비전

- 앞에서 언급한 사안들을 토대로 하여 조선족사회가 만들어 가야할 비전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비전은 곧 조선족사회가 추구해야할 목표와 실천계획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 첫째, 조선족은 한민족의 일원일 뿐 아니라 중국국민의 일원으로서 동북아시아시대를 위한 린치핀(꼭 필요한 사람/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존재)이다; 건강한 조선족사회

- 둘째, 조선족동포의 삶의 터전인 중국 동북지역은 한반도와 함께 동북아시아시대의 중심지역이다; 부강한 조선족지역

- 셋째, 조선족의 변경문화적 소양은 21세기 다문화시대에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중심 가치이다; 더불어 사는 세상

- 이러한 비전을 현실화시키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그러나 그런 만큼 가치 있는 일이다. 비전은 지금 당장의 문제가 아니라 10년, 20년, 30년 혹은 50년, 100년 후의 일이다. 그때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이런 꿈을 꾸며 비전을 향해 노력한다면, 설령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할지라도 조선족사회는 이 비전에 한발 가까이 다가가게 될 것이다.

 

 

Ⅳ. 구체적 목표와 실천 계획;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1. 건강한 조선족사회 만들기

 

1) 건강한 사회 상(想)

- 구성원들이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며 긍정적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회

- 상대를 탓하거나 시기하기보다 이해하고 협력하며 당면문제를 해결하는 사회

- 세상의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며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사회

2) 건강한 조선족사회를 위한 선결조건

- 자신에 대한 긍정적 평가; 자기애

- 사회적 갈등 해소; 상호 이해 및 포용

- 올바른 가치관 확립; 탈 배금주의

- 지식인사회의 역할; 신뢰받는 지도자 및 지도층

3) 실천 계획

(1) 기본 사항

- 조선족동포들의 문화의식 함양에 대한 공감대 형성

- 사회변화 현상에 대한 이해 증진

- 건강한 사회 만들기에 대한 사회적 합의 및 동참

(2) 동포들에 대한 계몽운동

- 재교육을 위한 사회교육 여건 조성; 문화회관 건립

- 지식인 및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계몽운동; 1930년대 농촌 계몽운동

- 서적 보급 및 독서운동

(3) 지식인사회의 연대와 하방(下方)

- 지식인들 간 연대를 통해 자체 교육과 주민 계몽 실시; 조글로 CEO클럽 등

- 유학생들 간 연대를 통한 귀향 및 귀교 활동; 방학 중 대학생들 교귀활동 주목

- 인민들 속으로(브나로드/ 하방)

(4) 한국진출 동포들의 자기계발과 연대

- 커뮤니티 형성을 통한 연대와 자기 계발

- 귀향활동을 통한 한국진출 경험 나누기

- 한국에서 선진문물 습득의 성공사례 보급

 

2. 부강한 조선족지역 만들기

 

1) 부강한 지역 상

- 사람에 대한 믿음으로 정신적 풍요로움을 구가하는 사회

- 일자리가 넘쳐나서 노동의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는 사회

- 생활편의시설 및 교육문화 시설이 충분히 갖추어진 사회

2) 부강한 조선족지역을 위한 선결조건

- 구성원들의 애향심 및 미래에 대한 믿음과 노력

- 선택과 집중을 위한 지역 및 산업 선정

- 산업에 필요한 적절한 인력 수급

 

3) 실천 계획

(1) 기본 사항

- 한국 진출 동포들이 중심이 되어 가칭 ‘부강한 조선족지역 만들기’ 모임 결성

- 이 모임을 통해 관련 문제를 집중 논의하며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

- 각 시(현) 출신자들을 중심으로 하부조직을 만들어 해당 지역의 발전을 견인

- 중국 현지 각 시(현)의 동포들과 한국 이외 지역의 동포들과의 연대 추진

- 연대를 통해 해당 지역의 발전을 위한 문제를 상시적으로 논의하며 힘 결집

(2) 중점 조선족지역의 선정

- 조선족동포들의 이주 현실을 감안하여 시(현) 별로 중점 지역 선정

- 중점 지역을 중심으로 산업을 특화하려는데 대한 공감대 형성

- 중점지역 개발을 위한 생산적인 투자 및 투자 유치 전개

- 각 시(현) 출신 타지 이주자들과 연대하여 이 지역에 대한 투자 유도

(3) 지역에 적합한 산업 선택

- 지역 내 특성에 따라 중점산업을 선택하여 육성계획 추진

- 농촌지역에서는 농업을 특화하고 이를 위한 농지 확보 추진

- 도시지역에서는 지역 내 환경을 고려하여 육성할 산업을 선택해 투자 유치; 연길의 경우 최근 IT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선정, 이를 위해 한국 등지에서 기업 유치

(4) 인력 육성

- 한국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각 지역에서 필요한 인재를 육성

- 한국진출 동포들도 이러한 계획에 따라 한국에서 일자리를 찾도록 유도

- 조선족학교를 직업학교로 특화하여 인력공급 기지로 활용; 연길시 고등직업학교 사례

 

3. 더불어 사는 세상 만들기

 

1) 더불어 사는 세상 상

- 사람에 대한 믿음과 함께 사람을 존중할 줄 아는 사회

- 상대가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며 포용할 줄 아는 사회

- 개인주의가 아닌 공동체적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

2)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한 선결조건

- 이타적 사고에 기초한 박애 정신

- 더불어 살기 위한 똘레랑스(관용)의 정신

- 공정한 사회적 룰

 

3) 실천 계획

- 조선족사회 내에서의 화합 모색

- 조선족.한국인 간 한민족공동체에 대한 비전 공유

- 한족 등과 동북아시아공동체에 대한 비전 공유

4. 재한 조선족동포들이 해야 할 일

 

1) 조선족동포의 구심점

- 조선족동포들의 확산에 따라 동포사회를 결집시킬 수 있는 대상 필요

- 연변조선족자치주의 구심점 역할의 한계; 위상 약화 및 사회적 제약

- 재한 조선족동포사회의 규모 확대 속 활동 영역 확장

- 구심점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한국사회의 여건

 

2) 조선족사회 변화의 추동세력

- 조선족사회의 비전 공유, 목표 및 실천계획의 추진을 위한 추동세력 필요

- 조선족사회 전체의 연대는 물론 각 지역별 조직 결성 필요

-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전위로서의 역할

 

3) 구체적 활동 방향

0. 조선족 단체의 결성 및 연대

- 지역.직능 별 조직 결성을 통해 조선족동포들 간 교류 협력의 토대 구축

- 각 지역.직능 별 조직 간 연대를 위한 연합체 결성; 추진위 구성

- 한국 외 타 지역, 특히 중국 동북지역 내 단체 및 조직과의 연대 강화

0. 한국사회와의 관계 정립

- 조선족 단체들의 연대를 통해 한국 정부 및 사회에 조선족동포들의 입장 대변

- 한국에서 진행되는 각종 정치사회 행사 등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조선족 위상 제고

- 한국 내 NGO들과의 연대를 통한 활동 영역의 확장

0. 조선족사회 자체 정화운동

- 조선족동포들의 일탈행동에 대해 동포들 스스로 예방활동 전개

- 조선족동포들의 이미지 개선을 위한 사회운동 전개

0. 참여를 통한 변화 추구

- 조선족동포 활동에의 적극적인 참여 및 독려; 비전에 대해 함께 꿈꾸기

- 한국에서의 선진문물 습득 및 전수; 문화 기술 경제적 소양 함양

- 상부상조를 위한 상호부조 활동에의 참여; 조선족연합회의 신용호조부 활동 사례

- 조선족학교 지원 운동 전개; 미국의 TFA 활동 및 연길 고등직업학교 사례

- 조선족지역 돕기 운동 전개; 향우회 등을 통한 고향살리기 운동

- 가칭 ‘조선족사회 발전 기금’ 조성; 수익사업, 모금, 기부 등

 

Ⅴ. 마치며

- 너무 거시적 접근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것이 어떻게 가능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헛소리 하네” 하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 그러나 이 세상에 불가능한 일이란 없다. 꿈이 없고 비전을 만들어내지 못할 뿐이다. 지도자가 없고 계기를 포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그런 점에서 나는 여러분 모두가 지도자가 될 수 있고 또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조선족사회의 미래를 준비해 나가야 할 가장 적절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 튀니지와 이집트에서의 민주화 과정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시위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엄청난 변화가 몰려오고 있는데 그냥 앉아서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손 놓고 있지 말고 우리도 차분하게 좀 더 적극적으로 미래를 준비하자는 것이다.

- 관건은 조선족동포들의 마음가짐이다. 조선족으로서의 자부심이 없다면 건강한 조선족사회를 논의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자신들이 살아온 지역에 대해 무관심하다면 부강한 조선족지역을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람과 세상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 역시 불가능할 것이다.

- 이제는 반목과 갈등을 넘어 상호 존중하며 이해하여야 한다. 아울러 더 잘 살기 위해 상대를 넘어뜨리려 하기보다 상대와 함께 잘 사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아름다운 동행을 꿈꿔야 한다. 재한 조선족동포들, 특히 교사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분들이 조선족사회의 변화에 앞장섰으면 한다.

- 오늘의 이 자리가 새로운 위대한 도전을 위한 선포식이기를 바란다. 그래서 여기서 논의되는 사안들에 대해 참석한 사람들은 물론 참석하지 않은 모든 조선족동포들도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이에 공감하는 동포들이 하나 둘 늘어나 조선족사회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일에 함께 나섰으면 좋겠다.

- 꿈은 이루어진다. 혼자 꾸는 꿈은 일장춘몽 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오늘부터 조선족동포들 모두가 조선족사회의 밝은 미래를 꿈꾸며 그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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