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 [귀한동포연합총회 부회장]

1. 들어가며

정책! 하면 손에 잡히지 않고 거창해 보인다. 그러나 우리의 생활 곳곳에 정책과 연계되어 있다. 불과 20년 전 한·중수교가 이루어지고 꽉 막혔던 인적교류의 물꼬가 트인 것은 양국의 외교정책 덕분이다. 그 후 45만 여명의 중국동포들이 한국에 올수 있었던 것은 한국에서 방문취업정책을 실시하였기 때문이다.

작년 12월쯤 한국에 체류했던 동포들이라면 TV를 통해 국회의원들의 난투극을 보았으리라. 해마다 연말이면 반복되는 일이다. 새해의 민생정책(새해에 집행할 예산)에 대한 이견이 있어서다. 그처럼 어렵에 통과된 정책의 뚜껑을 열어보니 그 중 동포정책은 과연 어떠한가?

2011년 동포정책 특히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중국동포에 관련 된 정책은 중요한 시점에 놓여있다. 한국 체류 45만 명의 삶의 질과 직결되어있다. 그 중에서도 4년 전 방문취업정책 '덕분'에 그동안 입국을 한 30만 동포들의 운명을 좌우 할 한해이다. 2007년 방문취업제도를 시행한 첫 해에 해당 체류자격 인원이 8만 여명이다. 작년에 그중 3년 체류 만기되어 귀국하였거나 재외동포체류자격(F-4)으로 변경하였다. 그러나 3년 만기되어 귀국하였다가 재입국한 동포들은 다른 체류자격으로 변경하지 않는 한 2년 이상 체류할 수 없다. 2011년도 안으로 새로운 정책이 없으면 내년에는 대량 불법체류자가 양상 될 소지가 있다. 그래서 묻는다. 동포정책이 어디 없냐고? 묻고 또 묻는다. 어디 대답해줄 사람이 없냐고?

'2011년 동포정책' 주제를 갖고 이 포럼에서 발표하는 나 역시 정책결정자도 아니고 정책집행자도 아니다. 일반 국내 체류 동포들과 마찬가지로 법 없이도 잘 살아가는 동포출신 한 사람이다. 그러나 한국 체류 10년이 넘는 중견 선배로서 또 동포단체장의 한 사람으로서 동포들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2011년 동포정책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2. 동포정책 논의방향

동포정책하면 크게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재외동포과 국내 체류동포들을 나눌 수 있다. 재외동포는 또 국가별 체류 인원과 해당 국가와의 대외관계 따라 정책을 좀씩 달리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재외동포 중에서 중국동포, 그 중에서도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중국동포에 대한 한국의 동포정책을 중심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3. 2011년 동포정책

한국 체류 동포들에 대한 정책 규제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근 동포들에 대한 규제완화 조치로 장기불법체류동포 합법체류; 방문취업동포들을 선별적으로 재외동포체류자격으로 전환, 국적신청자 대기자 영주권 부여 등이다. 이와 같은 일련의 체류관리에 치우친 정책은 얼핏 보기에는 동포들이 낮은 단계의 체류신분에서 높은 단계의 체류신분으로 상승한 것 같아 보이지만 어디까지나 외국인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체류동포들 관련 사업이 외국인정책에 배정되어 있다. 그렇다고 외국인정책예산에서 국내 체류 동포들을 위한 예산이 넉넉히 배정된 것도 아니다. 굳이 예산액수를 말한다면 정확히 1200만원이다. 이는 2011년 전체 외국인정책 예산(중앙부처 1747억원)의 0.00006%에 불과하다.

2011년 1월 외국인정책위원회에서 발표한 2011년 외국인정책을 살펴보면 가장 큰 정책고객을 결혼이민자로 선정되어 있다. 결혼이민자와 관련하여 사회통합프로그램 이수대상 및 교육기관 확대(법무부, 29억원), 결혼이민자 지도자 양성교육(행정안전부 3.5억원), 결혼이민자 정보화 교육(행정안전부 6.5억원), 찾아가는 생애주기별 지원/아동양육 지원서비스 확대(여성부, 374억원), 다문화지원센터를 통한 결혼이민자 한국어교육(여성부,112억원) 등 특정 대상에 사업예산이 417억원이 편성되어 있다.

결혼이민자는 국내 전체 등록외국인(91만)명 중 15%에 불과하다. 결혼이민자보다 더 큰 정책대상이 있다. 바로 국내체류동포이다. 국내 체류 동포는 40만 명, 전체 등록외국인의 40%이상에 해당된다. 그러나 2011년 정책에서 국내 체류 동포들을 위한 사업이 유일하게 동포체류지원센터에 대한 지원뿐이다. 그리고 동포체류지원센터에 대한 지원에 편성된 예산이 1200만원이 전부다.

예산 규모를 떠나서 외국인정책에서 동포들에 대한 지원 사업을 편성했다는 것 자체가가 문제가 아닌가? ‘동포’라고 해 놓고 외국인 범주에 넣는 정책은 동포들의 정체성에 많은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외국인정책에서 동포지원사업이 편성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면 재외동포정책에서 한국체류동포들에 대한 지원사업을 알아보자. 외국인정책위원회와 비슷한 시기에 재외동포정책위원회가 열렸다. 재외동포정책의 주요 추진방향은 글로벌 동포인재를 발굴·육성, 지역별 협력파트너로 활용; 동포사회의 거주국내 영향력을 기반으로 모국과 거주국간 관계 증진 도모; 모국과의 유대증진을 위한 국내의 법적·제도적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다. 관련하여 방문취업제도를 보완하고 제한적으로 복수국적 허용 및 재외국민 선거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부처별 재외동포 관련 사업을 살펴보면, 가장 많은 재외동포 지원예산을 편성한 부처는 교육과학기술부이다. 과연 교육 강국답게 재외동포에 대한 교육지원도 아낌없다. 다음으로 재외동포 사업이 많은 부처는 외교통상부이다. 아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재외동포사업은 여러 국가에 거주하고 있은 동포들에 대한 지원 사업을 전폭적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처별

2011년 동포정책 주요 예산

(총 예산 1066억원)

교육과학기술부

(589억원)

해외 13개국 현지 학교 한국어 보급 및 CIS지역 한글학교지원

교과서 및 교재 개발

재외동포 교육진흥 사업 지원

재외교육 기관 지원

외교통상부

재외동포재단

(364억원)

재외동포 교류사업

동포사회실태조사사업

재외동포 차세대 육성

동포사회 연구

통일부

(39억원)

재외동포 대상 대북정책, 이산가족정책, 남북대화 현황 등 설명

통일 및 한반도 문제에 관한 국어,영어 홍보자료 배포

재일민단 간부초청 남북관계 현황 및 대북정책 교육실시

지식경제부

(20억원)

해외 한인 무역인 네트워크 구축 및 활용, 국내기업의 해외시장 개척 지원

문화체육관광부

(12억원)

세계 한민족 축전

한국어 전문가 초청 및 파견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 개최

농업식품부

(15억원)

중국동포 농업·농촌 개발 연수

한식세계화를 위한 재외동포 네트워크 구축

보건복지부

(11억원)

해외입양인 사후관리

-현지 입양인 모국어 연수, 입양인 가족 대상 캠프 등 문화프로그램 지원

-해외 입양인 모국방문단의 한국방문 시 유적지 탐방, 숙식, 체류지원 등

고용노동부

(5억8천만원)

동포에 대한 체류지원 서비스 강화-외국인지원센터 개편, 운영

기 타 (10억원)

고국방문단 초청

국내외 한민족 여성 네트워크를 구축 및 활성화

그러나 700만 재외동포를 위한 재외동포정책에서 40만 동포에 대한 지원사업이 간과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 체류 동포들에게 가장 필요한 사업은 체류지원, 취업 및 창업지원이다. 그리고 한민족 정체성 신장을 위한 한국이해교육이다. 상기 표에서 고용노동부가 국내 체류 동포에 대한 체류지원서비스 강화에 5억원을 편성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고용노동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지원기관명은 '외국인력지원센터'이다. 기존의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를 개명한 것이다. 그러나 동포들은 실제로 이와 같은 기관을 별로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주·동포정책연구소가 지난 12월 산업인력공단의 위탁을 받고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방문취업동포들이 취업 및 체류 관련 상담을 받기 위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직업소개소(60%)와 지인·친인척(51%)로 나타났다.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바 기관명이 '외국인'으로 되어 이용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결국 국내체류동포 정책은 외국인정책에서 소외, 재외동포정책에서 제외되어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4. 효율적인 동포정책을 위한 제언

중국에서 살 때 종종 이런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上有政策 下有對策. 정책에 따라 대책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한 이유로 '동포'전용 사업은 없지만 한국체류동포들이 여러 가지 국내 외국인지원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일예로 사회통합이수 프로그램 참여에도 가장 적극적이다. 정부의 영주권전치제도 시행에도 가장 협조적이다. 2008년 전까지만 하여도 불과 몇십 명밖에 없었던 동포출신 영주권취득자가 2010년 12월 현재 영주권 2만 명 가까이 된다. 그 외에도 기업체 대표 및 제조업 등 특정산업분야 장기 근속한 동포에게 재외동포 자격부여 정책에 적극 호응하여 현재 3만2천 여명이 체류자격을 소지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체류동포들이 정부의 정책에 적극 호응함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지원사업을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체류동포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책입안자나 정책집행자들이 왜 국내 체류동포들을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에 대한 고민이 없다. 오히려 동포들의 국내장기체류자 증가로 사회적인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든가 내국인들의 일자리를 잠식한다든가 등 부정적인 인식이 더 지배적이다. 이는 국내 체류 대다수 동포들의 인식과 맞물린다. 아직까지 나만 돈 잘 벌어 중국에 아파트를 사 놓고 자유롭게 한국에 드나들면 그만이다. 굳이 정부에서 지원해주지 않아도 된다는 식이다. 그래서 한국에 체류하면서도 주인공 의식이 없다. 불편하면 중국에 가면 된다. 이처럼 동포들이 한국정부에 대해 거는 기대도 없는 듯 하다.

이처럼 국내 체류동포들에 대한 정부의 비전 부재와 현 국내 체류동포들의 인식수준이 딱 맞아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동포들의 체류완화정책에 힘입어 장기체류 동포가 늘어나고 그 규모 역시 간과하기 어렵다. 그리고 풀뿌리 동포단체들이 생기면서 조직적으로 정부의 정책에 대한 참여와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2012년을 국내체류동포 지원정책 원년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외국인지원정책이나 재외동포정책에서 봤듯이 선심성, 일방적인 지원정책은 의미 없다. 특히 결혼이민자들에 대한 선심성 중복정책은 오히려 정책고객들의 비난을 받을 것이다. 이는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국내 체류동포들은 지원정책을 요청하기에 앞서 어떤 지원 사업이 모국의 이익과 동포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인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지금까지는 개인의 이익만을 위해 살아왔다면 이제라도 동포들의 이익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나아가서 내가 체류하고 있는 모국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귀를 귀울려야 한다. 혹여 모국이익과 동포들의 이익이 상충할 때 어떻게 지혜롭게 극복할 것인지도 함께 고민하여야 한다.

동포정책은 동포들의 수준을 초월할 수 없다. 더 좋은 동포정책을 만들려면 동포들부터 똑똑해져야 한다.

모국으로부터 가장 실질적인 지원을 끌어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재외동포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재외동포법에 '중앙부처 혹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국내체류동포들을 위한 지원사업을 해야 한다'라는 한줄 규정사항만 들어가도 오늘과 같은 토론이 무의미할 것이다. 법개정을 위해서는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국회를 통과하느냐 하지 못하느냐는 국내체류 동포들의 힘에 달렸다.

5. 맺는 말 

2011년 국내체류 외국인정책예산(1747억)과 재외동포정책예산(1066억)은 어림잡아 2813억원이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예산을 포함하지 않은 숫자이다. 이처럼 방대한 지원사업에 정작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동포들을 위한 지원예산이 고작 1200만원에 불과하다.

정책집행자들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오히려 동포들을 향해 '왜 예산까지 지원해줘야 하는가'고 반문한다. 국내 체류 동포들은 이 질문에 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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