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민족인데...정부 “외국인이라 어쩔 수 없어”

 올해 1월 한국인과 결혼한 중국동포 정모씨는 남편과 혼인신고를 할 당시 깜짝 놀랐다. 호적상 자신의 이름이 중국식 표기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정씨는 당황했지만 ‘귀화하면 다시 본래의 이름을 쓸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지냈고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정씨는 귀화 후에도 개명절차를 밟기 전까진 한글이름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무나 화가 난 정씨는 대법원에 그 이유를 따져 물었고 대법원에서는 “귀화한 중국동포들의 이름을 일일이 한국식으로 바꾸는 행정절차에 큰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과 “중국동포에 대해서도 국적을 기준으로 외국인과 똑같이 취급한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호적예규제 662호 외국의 국호, 인명 및 지명의 표기방법에 따르면 외국인명의 표기는 원칙적으로 외래어 표기법에 의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이 법을 중국동포들도 따르게 되어있으며 다만 연변자치주에 한하여 제7항 ‘중국 국적자로서 연변조선족자치주(옌지(延吉)·투먼(圖們)·둔화(敦化)·허룽(和龍)·룽징(龍井)·훈춘(琿春)의 각 시 및 왕칭(汪淸)·안투(安圖)의 각 현)에 주소가 있는 자의 인명에 대하여는 신분증서의 성명이 한국식 발음의 한글과 한자로 함께 기재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정씨는 “조상이 대대로 한국에 살았고 순수한국혈통이라고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온 사람에게 중국식 이름을 쓰라니 말도 안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씨 이외에도 연변 출신 동포를 제외한 나머지 국제결혼 동포들 또한 귀화한 후 이름을 다시 한국식 표기로 바꾸는 복잡한 절차를 거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국동포들은 “우리는 다른 외국인과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동포들은 “혈통을 중시하는 한국이 갑자기 국적을 따지다니... 한국인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우리는 한국이름으로 살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또, ‘한국식으로 이름을 바꾸는 행정절차에 간자체 등을 몰라 어려움이 따른다’는 이유도 납득할 수 없다며 “조금만 신경써서 찾아보면 될 일인데 행정적 편의주의가 아니냐”는 비난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조선족교회는 “국적에 의해 이름을 중국식으로 표기해야 하는 것은 맞다. 연변의 동포들도 연변을 벗어나면 중국식 표기를 써야하는데 이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귀화 후 이름을 바꾸는데서 오는 혼선도 많은 문제가 되고 있다”며 “같은 민족이고 고향인 한국에서 민족의 혼이 담긴 성씨를 바꿔야 한다는 동포들의 아픔 때문에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한편, 중국동포들이 귀화 후 이름을 바꾸려면 호적예규 제548호에 따라 기재된 인명과 호적예규 제635호 및 호적예규 제662호(인명의 원지음 기재)가 정하는 방식에 따른 인명이 서로 달라 이를 일치시키기 위한 당사자의 신청이 있을 때에는 호적예규 제662호를 기준(원지음)으로 호적공무원이 간이직권정정 절차에 따라 정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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