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공동체연구회 이승률 회장

나는 하나님의 섭리를 믿는다. 국제사회에 나가 일을 할 때마다 나는 인류의 역사가 서진화(西進化)의 길을 걸어 오늘에까지 이르게 된 사례를 여러 곳에서 발견하게 되었다. 세계선교의 행적과 기독실업인회(CBMC) 사역을 통하여, 하나님의 복음이 예루살렘에서 유럽을 거쳐 신대륙에 퍼진 다음 다시 태평양을 건너 동북아시아를 지나 점점 서쪽으로 이동해 원점인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모습(Back to Jerusalem)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나는 이러한 역사적 진행과정 속에서 ‘아시아의 재발견’을 감지하고 있다. 즉 21세기를 아시아 중심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경제사적인 경향이나 국제정치적인 측면에서만 일컬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적인 역사의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서구적 가치로 인류역사상 가장 중대한 영향력을 미친 두 가지 사상체계가 형성 되었으니 그것은 곧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발달을 들 수 있다. 서구사회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발달을 바탕으로 그동안 급속한 성장을 구가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은 서구가치의 조직적인 전도에 힘입어 전 인류가 유럽과 미국 주도의 흐름으로 이끌려갔던 것이 지난 19세기 이후 진행된 세계사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발달해 가면서 그 시스템 자체가 갖고 있는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최근에 진통을 겪고 있는 세계경제위기의 화두는 서구사회가 갖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시작된 자체 모순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연고로 21세기에서 우리 아시아는 서구사회가 축적해온 가치를 토대로 발전함과 동시에 바로 이러한 서구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대안까지 제시해야 할 책무를 갖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아시아가 서구 지향의 세계화를 따라온게 과연 옳았나, 21세기도 계속 미국의 주도아래 서구의 가치가 존속되어 가리라고 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는 이제 새로운 아시아의 가치를 확립해야 하고 아시아에 의한 새로운 세계관을 정의해야 할 때가 되었다. 공동체적 가치가 개인적 자유보다 우세했던 지역인 이 아시아를 다시 한번 하나 된 아시아(One Asia)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한·중·일 3국이 새로운 아시아의 핵심세력으로 자리 잡아야 하고 또한 그들 상호간에는 과거를 뛰어넘는 화해가 필요하다.”

이 말은 세계적인 석학 기 소르망 박사(전 파리대 교수, 문화비평가)가 지난 11월 13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경제공동체회의(대회장 김학수)’의 기조연설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새로운 아시아는 결코 서양의 대체물이거나 제2의 서양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하는 요지의 신념을 밝힌 그는 자신의 견해를 ‘아시아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명명하면서 동북아 3국 가운데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자유화, 민주화, 경제적 역동성이 앞으로 새로운 아시아를 이끌어가는 이니셔티브 파워(Initiative Power)가 되리라 진단했다. 

그렇다. 지금은 세계사에서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다시 아시아가 담당해야 할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동북아 지역에 있는 한·중·일 3국이 이러한 역할과 사명을 공히 수행해야만 할 것 같다. 아시아 최대의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한 나라, 아시아에서 가장 앞선 선진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달성한 나라, 이 경이적인 성과물을 보유하고 있는 세 나라가 모두 한 곳에 밀집해 있지 않은가? 다가오는 21세기 세계사의 주연은 필연적으로 동북아지역에서 수행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런 가운데 나 역시 기 소르망 교수의 말마따나 한·중·일 3국 중에서 우리 한반도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확신한다. 먼저 한국은 역내 갈등을 중재 할 수 있는 중간적 입장의 존재이다. 동북아 3국이 상호협력하려는 과정 속에서도 중국과 일본은 여전히 자기중심적인 패권의식에 사로 잡혀 주변 국가들을 긴장의 터널로 몰아 갈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전 세계는 새로운 신흥제국주의가 태동하게 되거나, 과거 미·소 양 진영처럼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신 냉전체제로 돌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은 세계를 리드 할 수 있는 도덕적인 기반을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더욱이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나라도 아니다. 여전히 많은 소수민족과 갈등을 빚고 있으며 세계평화와 번영을 위한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천명하지도 않는 나라다. 그렇다고 일본이 아시아의 기축 역할을 하기에는 일본이 지고 있는 역사의 짐이 너무 무거워 보인다. 그러므로 이러한 상황은 한국에 사상 초유의 특이한 책임과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자신을 ‘글로벌 스탠다드 전도사’로 자처하고 있는 전성철 이사장(세계경영연구원)께서 최근에 기고한 칼럼 “아시아 시대를 이끌 대한민국”에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한국은 후진국에서 중진국으로 성장하였을 뿐 아니라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룬 나라로서 도덕적 정당성과 성공의 노하우를 가진 아시아 유일의 나라이다. 한국은 아시아의 시대에 아시아 전체를 한데로 묶고 그것이 상호 존중과 공동 번영의 공감대 위에 세계역사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촉매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것은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영광스러운 역사적 사명이다.”
 
신아시아 시대의 맹주와 지배자로 군림하기를 바라는 두 강대국인 일본과 중국을 상호 견제 시키고, 소통의 논리로 서로 충돌할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미리 조정하고 완화시킬 사명이 한국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예(例)는 조정경기와 같은 스포츠의 경우에 잘 드러난다. 조정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 가운데 한명은 콕스(cox)이다. 그는 힘과 기술의 조화를 이뤄 배가 한 방향으로 정확하게 신속히 나아갈 수 있도록 그 팀웍을 조정하고 운동리듬을 관리하는 일을 한다. 덩치가 큰 선수들을 잘 다루어 게임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일은 몸집이 작지만 재능 있고 순발력이 뛰어난 콕스가 담당하는 것이다. 21세기 한국이 동북아 지역에서 해야 할 역할이 바로 이와 같은 콕스의 경우와 같은 것이다.

한국의 이러한 역할은, 동북아 3국에서 공동체를 지향하는 일이 자칫 유럽이나 미국 등의 외부 세력에게 우려스러운 행동으로 비칠 수 있는 것을 무마시키는 역할까지 하도록 만든다. 다시 말해 동북아 3국의 연합을 중국이나 일본이 주도할 경우, 다른 지역에서는 이를 새로운 패권국가집단이 등장하는 것으로 오인할 수도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동북아 3국이 공조하는 것을 견제하고 방해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국제사회로부터 협력과 용인을 얻어 낼 수 있는 유일한 국가는 분단의 아픔을 안고 있으면서도 능동적으로 열심히 국제협력에 동참하고 있는 우리 한국과 한민족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한국이 가진 역동적인 사회 시스템과 한국인이 가진 긍정적 기질과 마인드를 고려할 때 이러한 시대적 책무를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민족이라고 자부한다.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총리를 도와 일본의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을 구체화시키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 온 이토 켄이치(동아시아공동체평의회 의장)라는 분이 있다. 그는 최근에 아주경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받아들이기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한국예찬론을 늘어놓았다. “동남아시아를 주도하는 것이 동남아국가연합(ASEAN)이라면, 동북아시아를 이끄는 운전석에는 한국이 앉아야한다.” 한국이 동아시아공동체를 구축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일본이나 중국은 정부 차원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부분이 많지만 한국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며 동북아시아 통합을 주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경우 국제사회에 공헌한 바가 적고 중국 역시 일당지배체제인 만큼 외부 시선을 의식 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토 의장은 특히 “동아시아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동북아의 통합이 전제되어야한다.”며 동북아 통합의 리더로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한국은 중국이나 일본보다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또한 아시아경제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에 통합을 주도할 수 있는 저력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이토 의장의 증언은 우리로 하여금 이 시대를 이끌어갈 대한민국으로서의 자부심과 사명감을 일깨워 준다. 우리 속에 감춰져 있는 보물을 남이 먼저 꺼내 보이는 격이다. 

이와 더불어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성격과 특질은 어떠한가? 한때 많은 외국인들로 부터 한국은 일본 및 중국과는 달리 문화적 규모가 작고 색깔이 불분명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왔다. 또한 배타적이고 단결력이 약하며, 성정이 급하여 ‘빨리 빨리’란 단어가 입에 배어 있어서 한국인을 상징하는 말로 치부되어 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약점들을 뛰어넘어 역사의 고난과 자성(自省)의 기회를 통해 거듭난 한국인들은 오늘날 21세기에 들어와 오히려 한국인만이 갖는 고유한 능력, 즉 한류(韓流)로 자신을 재무장했다. 그것은 한마디로 세계화의 흐름에 눈뜬 이후 우리 자신 속에 숨어 있었던 멋과 공동체 의식과 평화적 기질을 재발견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국가정신과 국민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50여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하토야마 총리가 취임 하루 전에 ‘정조처럼 정치하겠다.’고 말한 것은 부인 미유키 여사에게 잘 보이려고 했는지 아니면 한일 관계를 중시하겠다는 뜻으로 한 제스처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드라마「이산」을 보면서 공부하고 개혁하겠다.’고 한 발언을 통해 한류 드라마의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또한 단적인 예로 기독교, 불교, 천주교가 함께 공존하면서 단 한번도 종교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은 나라가 전 세계에 한국 말고 어디에 또 있겠는가? 그리고 오천년의 역사를 지켜오는 동안 외침(外侵)의 고통은 수없이 당했지만, 의도적으로 타국을 침범하거나 주변국가에 해를 끼친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오히려 희생과 굴종을 택하면서까지 이웃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로 그 시대상황과 국제질서에 순응해 오지 않았던가. 이러한 태도를 견지하며 타국의 이질적인 요소를 수용하고 묵인하면서 상호간에 공존의 미덕을 살려낼 수 있었던 너그러움과 관용의 정신이 곧 한반도와 한국인의 가슴속에 숨어있는 문화적·사회적 특질이 아니었던가. 이와 같은 한국인의 숨은 잠재력을 잘만 훈련하고 가동시킨다면 첨예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고, 역사적 앙금마저 가시지 않은 동북아 3국간에 협력과 공존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유일한 가용집단으로 쓰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들에게도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눈부신 경제 성장과 인권 수준의 상대적 부조화”

올해 들어와 유엔이 채택한 한국정부의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규약’ 이행 여부에 대한 심의보고서를 한마디로 요약한 것이다. 한국이 세계 12위 경제대국으로 급속히 성장하는 동안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의 성장은 충분치 못했다는 지적을 우리는 겸허히 받아들이며 이를 극복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내적으로도 수많은 현안들이 가로 놓여있다. 세종시 수정, 4대강 사업 착공, 행정체제 개편, 개헌, 남북 정상회담, 저출산 고령화 사회, 사교육비 대책 등은 이명박 정부가 당면하고 있는 국책과제들이다. 어디 이뿐인가. 한국의 대일 무역역조가 날로 증가 되고 있는 추세인 가운데 지난해 대일 무역 적자액이 328억 달러에 달했으며 그 중 부품·소재 비중이 63.7%(209억 달러)에 이른 것은 한국의 정밀·제조산업 분야가 선진국 수준에 다가가기에는 아직도 요원한 상태임을 증명한다.

최근 또 다른 문제는 중국의 추격이다. 그동안 한국은 중국에 부품·소재를 수출해 일본에서의 적자를 만회하는 구조를 유지해 왔는데, 올해 들어 중국이 내수화 전략으로 범용부품·소재산업을 장려하고 있어서 한국이 일본과 중국 사이에 다시 한 번 더 깊은 ‘넛 크래크’의 수렁으로 빠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긍정의 DNA’가 살아있다. 극단적인 예(例)이지만 국민 계몽을 선도하는 일간신문의 지면광고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자. 미국발(發) 금융위기의 여파는 올 한해 신문 광고면에서 화합·협력·사랑 등의 컨셉트로 형상화 됐다. 독자들은 매일 아침 배달되는 신문에서 힘을 얻었고 가족의 소중함과 이웃 사랑의 정을 느꼈다. 퀄컴이 선보인 ‘박수를 나누자(Sharing applause)’라는 광고는 기술 발전을 위한 조화와 화합을 강조하는 대표적 광고로 평가 되었다. 그리고 기업은행의 ‘아빠를 부탁해’ 편 역시 가족 구성원들의 공감을 자아낸 캠페인이었다. 어려운 경제에 자신감을 잃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던 것이다.

또한 1990년대 말 외한위기 때는 ‘금 모으기 운동’으로 사회분위기를 일신했는가 하면 지난해 금융위기로 인해 경기가 침체하고 취업이 급속히 악화되자 ‘잡 셰어링(Job sharing)’ 캠페인으로 각 계층이 ‘희망 전선’을 펼치며 사회 안전망을 지켜 나가는데 솔선수범했던 일은 세계적인 관심과 함께 학문적 연구대상으로까지 평가받은 사례다. 이와 같이 우리 사회에는 하면 된다는 ‘긍정의 힘’으로 걸작을 만들어가는 수많은 기업과 인력들이 있다. 어떠한 고난과 시련이 와도 결국은 다시 일어서고 마는 불굴의 기상이 있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긍정심리의 저력을 갖고 ‘아시아 시대를 이끌 대한민국’을 위해, 또한 한국이 동아시아공동체를 구축하는 핵심적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손에 손 잡고’를 노래 부르며 고지를 향해 거룩한 정진을 거듭해야 한다고 외치고 싶다.

다시 말하거니와 이제 우리는 새롭게 시작할 때이다. 36년간의 식민지 시대와 전쟁의 폐허를 딛고 불과 50년 만에 OECD 가입국가를 건설한 한국이 다시 한 번 속도를 낼 때이다. 먼저 앞서 유럽통합의 길을 걸어간 EU, 건국 초부터 퓨리탄 정신을 기반으로 서로 협력하며 국가의 초석을 다진 미국과 캐나다가 건설한 NAFTA, 이에 비하면 동북아를 포함한 아시아는 이제 시작 단계이다. 더군다나 우리의 상황은 더욱 안 좋다. 유럽의 경우에는 국가 간의 경제발전 정도가 유사하여 통합이 용이했으나, 아시아는 경제발전 정도가 너무나 상이한 상황이다. 또한 유럽이 십자군 원정과 같은 역사적 협력의 성과들을 가지고 있는 데 비해 우리는 연합과 공생을 위한 역사적 공조 사례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EU와의 50년 격차를 단숨에 따라잡는데 적합한 모델을 우리 대한민국이 제시해야 한다.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차별성 있는 경쟁력을 갖고 동시 다발적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운, 50년만에 GDP 300배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한국의 초고속 국가발전 유형은 총체적으로 여러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다면적 사고에 능했기 때문이다. 조선소도 없는 상태에서 선박 수주를 따와서 조선소와 배를 동시에 건조할 수 있다고 밀어붙인 도전 정신은 한국 사람이 아니면 찾기 어렵다. 우리는 우리들이 갖고 있는 이러한 도전 정신과 다중지능의 강점을 잘 살려야 한다. 그래서 동북아 3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맨 앞에 서서 이들을 선동하고 이들에게 아시아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융합형 국가로서의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는 아시아인들에게 서로 힘을 합쳐 함께 길을 열어가자고 제언함과 동시에 이를 통해서 협력하는 법, 더불어 함께 사는 자세를 동시에 가르쳐야 할 것이다. 한국인이 각자 다른 종교를 믿으면서도 한번도 싸우지 않고 공존하며 살 수 있었던 저력이 무엇인지, 또한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동시대에 달성한 비결이 무엇인지를 많은 아시아인들에게 전하고 감화시켜야 할 것이다.  

이미 서막이 시작되었다. G20 정상회의가 내년에 한국에서 열리게 된 것이다. 세계 강대국 정상들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국제사회의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가 바로 한국에서 개최되는 것이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앞으로 전개될 아시아 통합의 흐름 속에서 지구촌사회는 유럽과 북미, 아시아로 크게 구분될 것이다. 흔히 ‘3족 정립론’이라 불리어지는 이러한 힘의 균형 상태에서 최적의 접점을 찾아야 할 시점에 각국 정상들이 한국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므로 내년에 열릴 G20 한국대회는 우리 역사상 최초로, 변방이 아니라 역사의 중심에 서는 쾌거인 동시에 국제사회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세기사적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이로 인해 글로벌 코리아(Global Korea)의 기반을 다지고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까지 열어 줄 것이다. 우리는 전 세계가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는 이러한 메시지를 결코 허술히 놓쳐서는 안된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눈을 크게 뜨고 세계를 바라봐야한다. 세계 많은 국가들이 냉전의 시대가 끝났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한반도에는 여전히 냉전이 진행 중이다. 지난 세기의 불행과 장애를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한 채 우리는 21세기 아시아통합을 위한 새로운 화두마저 요구받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남북통일을 통해서 지난 세기의 냉전을 완전히 종식시키고, 아울러 21세기 신아시아시대의 개막을 선도하는 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8일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지 20주년을 맞는 날이었다. 양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자 유대인 학살이란 ‘원죄’탓에 국제무대에서 숨죽이며 살았던 독일이, 동·서독 통일의 경험을 되살려 지금은 유럽통합을 이끌어 내는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다시 한 번 세계사의 주역(主役)으로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그동안 감내해야했던 분단의 고통과 시련을 무위로 돌리지 않고 스스로 겸비하며 연마한 인류 보편적 가치, 즉 평화와 통합의 정신을 유럽사회에 적용함으로써 이루어낸 결과가 바로 유럽연합(EU)인 것이다. 우리도 이제는 60여년이 넘도록 겪어온 분단의 고통과 시련을 국민적 역량으로 승화시켜 이 시대의 흐름을 선도하는 진취적인 국가이념과 세계정신(Weltgeist)의 표상의 날개를 달아야 하겠다.

나는 이러한 시대적 과업을 달성하기 위한 상징적 기법으로 (‘동북아공동체연구회’ 창립기념사에서 이미 밝힌 바 있지만) 한반도의 미래를 ‘독수리의 비상’에 비유하고 싶다. 독수리는 몸통에 비해 커다란 두 날개를 가지고 있는 새이다. 또한 아주 높은 하늘에서 바람의 흐름을 타고 활공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바로 이러한 모습이 한국 사회가 미래에 보여주어야 할 모습인 것이다. 즉 거대한 나라 중국과 일본을 양 날개로 이용해 한반도가 부상하자는 것이다. 지정학적인 장점을 살려 양 진영으로 해저터널을 뚫는 한이 있더라도 한반도로 하여금 두 국가의 소통과 상호협력의 장(場)이 되도록 한다면 그 가운데 위치한 한반도는 자연스럽게 몸통으로 변신하게 될 것이다. 특히 날개에 비해 몸통이 작은 독수리의 모습이 두 강대국 사이에 놓인 한반도의 형국과 동일하지 않는가.

또한 독수리는 다른 새와 달리 기류를 활용하여 비행한다. 바람의 흐름을 타고 비행하는 것이다. 동북아공동체 역시 이와 동일한 효과가 있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힘의 대이동’이 서구사회에서 아시아지역으로 이전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러한 동아시아 중심의 기류는 우리 한반도와 한·중·일 3국에 새로운 기회를 부여해 주고 있다. 독수리가 마치 바람의 흐름을 타고 비상하듯 한 몸으로 연합한 동북아 3국의 진로 역시 ‘아시아의 재발견’과 함께 21세기 동아시아공동체사회라는 시대적 흐름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비전을 품고 ‘뜻으로 본 세계역사’의 진로를 가늠해 보자. 이는 곧 하나님의 섭리가 우리들에게 제시하는, 서진하는 세계역사의 진로를 깨닫는 지혜로운 각성과 대안의 물꼬가 되지 않겠는가. 서구의 가치를 기반으로 하되 그 한계를 뛰어넘어 동·서양이 융합함으로써 빚어내는 제3의 블루오션의 지평(The Third Horizon of Blue Ocean), 민족주의와 세계주의를 함께 아우르는 복합주의적 퓨전의 정신이야말로 우리들이 추구해야 될 이 시대의 국가적 이념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한국인들이여, 우리는 다시 한 번 전 세계인에게 한국인이 가진 신크레틱스 리더십(syncretics leadership : 갈등을 통합하는 리더십), 즉 더불어 살아가는 ‘함께하는 정신’과 화합의 능력을 보여줄 때가 되었다. 다시 한 번 전 세계인 앞에 한국인이 이룩한 불굴의 의지의 현장을 보여줘야 할 때가 도래한 것이다. 그래서 아주 먼 미래의 역사책에서 21세기에 대해 기술하게 될 페이지 서문에 ‘21세기 국제사회의 평화 공존의 시대정신과 활력소는 한국에서부터 태동하였다.’ 라고 기술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보자. “누가 이 시대를 이끌 것인가.” 여기에 대한 해답을 한국과 한국인이 풀어갈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을 다시 한 번 새롭게 변화시켜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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