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정인씨가 본지에 보내온 글입니다. 모국에서 무엇에 쫓기듯 살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본지에서는 계속 동포들의 '하고 싶은 말' 사연을 받습니다. 이메일로 글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ys048@hanmail.net. 전화 : 010-9357-3368 편집자 주]

[서울=동북아신문]저는 3년 전, 남편이랑 방문취업비자로 입국했구요, 현재는 전업주부로 애기를 키웁니다.

2년 전에 임신을 해서 병원에 갔더니 의사선생님이 첫애 유산 경험이 있어 초기에 조심해야 한다고 해서 휴직하게 되었어요.

남편은 현재 현장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현장일은 매일 갈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비오나 눈 오나 바람이 불어도, 그리고 원자재가 딸리어도 휴업해야 되니 수입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임신초기부터 현재까지 남편 월급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여 항상 생활난에 쪼들려야 합니다. 애기 키우면서 모아 놓은 돈 다 쓰고 잔고조차 없이 엄마가 한 달에 2~30만원을 보태줘서 그나마 딸아이 예방접종 하나도 누락하지 않고 다 맞혔어요. 보건소에서 맞는 기본 접종 외에 병원에서 맞는 예방접종 29만 원(폐구균, 뇌수막염, 로타바이러스)에 빈혈약까지 처방 받으면 30만 원 가지고 안 되더라고요. 오늘까지만 16개월 된 우리 딸에게 옷 한 벌 사주지 못하고 선물 들어온 옷과 조카가 입던 옷 물려 입히면서 키웁니다.

돈에 구속 받는 것이 지겨워서 일하려고 몇 번이고 맘먹고 나갔습니다. 돌쟁이 딸 땜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것을 참으면서 아기를 친정아버지한테 맡기고 소개소를 통해 면접 보러 한 시간 넘게 전철타고 버스 갈아타고 회사에 가서 면접 본 결과 기본 9시간 근무에 3시간 잔업 해야 한데요. 결혼 전엔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일 하던 제가 일에서는 무서운 것, 막히는 것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회사 근무시간 12시간에 출퇴근, 3시간 족히 15시간을 밖에서 보내야 하는데 과연 고령의 아버지가 돌 지난 딸을 볼 수 있을까 걱정만 가득합니다. 현재 아버지는 고령동포 비자로 입국하셔서 여동생네 여덟살 난 조카를 봐주고 계세요. 거기다 저의 딸까지 15시간씩이나 봐달라고 한다면 너무 무리가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가까운데서 알아보느라고 인터넷 뒤졌어요. 가사도우미로 일해서 1년 근무하면 재외동포체류자격을 얻을 수 있고, 그 후 같은 업종에서 3년 더 근무하면 영주권으로 바꿔준다기에 가사도우미 일을 하려고 가사시티 사이트에 올렸어요. 전화가 없더라고요. 한 열 곳 이상 전화 했더니 일곱 곳에서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거절했어요. 두 곳 면접 보러 가서는 노동부에 신고하고 서류계약 해야 한다고 하니까 일단 기다려 보라고 하더니 저녁에 사이트에 다시 확인 해보니 비자 3년 이상 남은 분 요구한다고 또 거절 하는 것이었어요. 그 외에도 세 곳…모두가 적당한 이유로 거절하는 것이었습니다. 열두 번 거절당하고 나니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나 이것밖에 안되나 싶어 허탈감에서 도저히 헤어 나올 수 없습니다.

제 짧은 상식으로는 미국에서 애를 낳으면 영주권을 발급한다고 들었어요. 전 영주권까지도 바라지는 않아요. 재외동포로 인정해주어서 무엇에 쫓기듯이 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저랑 같은 입장에 놓인 애기 엄마들이 많을 거라고 믿어요.

한국에서 우리 남편이랑 같이 맞들고 벌어서 마음껏 아기를 키우면서 잘 살아보고 싶습니다. 저의 소박한 염원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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