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송 중국 중앙민족대학 객원교수

 [서울=동북아신문]현재 재한외국인 125만, 다문화가정은 18만 가구로 한국사회는 급속하게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노동력 이주와 국제결혼이 급증되면서 다양한 문화와 공존하는 다문화사회는 한국의 새로운 현실로 다가왔다. 1990년대 이후 취업·결혼·유학 등으로 온 이주민들은 한국사회의 중요한 일원이며, 한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는 인종·언어·종교·문화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주민에 대한 사회적 기시와 인종차별은 여전히 비일비재하다.

  오랜 기간 ‘단일민족국가’에서 생활해온 한국인들은 타민족에 대한 거리감이 크기에 이주민을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데 여전히 보수적이다. 한편 같은 한민족이고 동포인 한국인과 중국동포, 새터민(탈북이주민) 간에도 엄연한 민족위계가 존재한다. 중국동포는 다문화와 동포정책 사이에서 애매모호한 존재이며, 염가의 외국인노동자로 취급받고 있다. 같은 한민족이지만 이주민의 보편적 특성을 지니고 있고, ‘한국국민’인 새터민은 한국사회의 타자화·서열화 대상이 되고 있다.

  ‘다문화사회 문제점’으로의 인종차별

  ‘단일민족’ 신화를 믿고 있는 대다수 한국인들은 순혈주의를 숭상하면서 혼혈인을 배척한다. 직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인 상사의 폭언·폭행을 당하고, 한국인들은 피부색과 출신국가 등을 기준으로 이주민을 차별하고 기시한다. 대다수의 다문화가정 이주여성들은 가정에서 인격적 무시를 당하며,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2세 혼혈아들이 겪는 인종차별은 더욱 심각하다. 흔히 한국인들은 흑인이나 유색인종은 천대하는 반면, 선진국 출신 백인들에게는 관용적이며 우호적이다. 

  현재 체류자격이 제한된 고용허가제하에 56만 이주노동자들은 3D업종에서 전전긍긍하면서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 특히 불법체류 이주노동자에 대한 임금체불과 강제단속·추방은 전형적 인종차별이다. 방문동거비자로 체류하고 있는 국제결혼 이주여성들은 국적취득 전 결혼사유가 해소되면, 곧 불법체류자로 전락된다. 또한 피부와 언어·종교 및 생활습관이 다른 ‘외국인 며느리’에 대한 시댁식구들의 경제적·문화적 우월감 표출 및 인종적 멸시도 다문화가정의 갈등 요인이다. 

  다문화가정의 사회문제는 낮은 경제지위와 사회보장제도 미비, 인권과 강제출국에 따른 부부이별, 국적취득 등이다. 결혼이주여성은 가족 내 이중문화로 언어·문화적 갈등을 경험하며, 이는 다문화가정의 ‘불안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최근 ‘정부의 중시’와 언론의 부각으로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고 있지만, 아직도 배우자 국적에 따라 태도와 시선이 달라진다. 대개 한국인들은 백인종에게는 선망의 눈길, 피부색이 다른 개도국 이주민에 대해서는 차별적 시선으로 바라본다.

  오랜 기간 ‘단일민족국가’를 유지해온 한국사회에서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는 이주민에 대한 인종차별을 유발하는 주요인이다. 평소 한국인들의 백인을 숭배하고 유색인종을 차별하는 ‘이중적 잣대’ 적용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즉 개도국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경제적 우월성, 문화적·종교적 차이에 기인된 편견과 오해, 타민족과의 생활 및 이질적 문화에 대한 경험 부족, 유교적 가치판단에 의한 인종차별, 단일민족으로서 뿌리 깊은 문화적 배타성, 관련법과 사회제도의 미비 등이다.
 
  한민족인 중국동포와 새터민의 민족위계
 
  현재 ‘순혈주의’ 혈통을 중시하는 한국사회의 인종차별과 민족위계는 최근 이주민 100만 시대의 다문화사회에서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주민에 대한 사회적 거리감이나 수용성은 출신국가별 차이, 언어를 비롯한 문화적·혈통적 동질성에 대한 기대 및 해당 국가의 경제발전 수준과 문화자본 가치를 기준으로 한다. 특히 문화적·혈통적 동질성 기대는 외국인 인종차별과 다른 민족위계를 형성하고 있다. 같은 한민족이지만 중국동포와 새터민은 한국사회에서 차별과 서열화의 대상이다. 

  한국의 다문화정책은 국적을 취득한 결혼이주민과 자녀 및 귀한동포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동포 및 다문화정책에서 모두 배제되고 있는 대다수 중국동포들의 소외감을 더욱 커지고 있다. 결국 동포를 배제한 ‘다문화’ 논의와 귀화한 외국인 대상의 다문화정책은 ‘동포’도 ‘외국인’도 아닌 재한중국동포들은 한국사회의 차별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대다수의 재한중국동포들은 한민족으로 포용되기 보다는 대다수가 ‘불법체류자’나 ‘돈 벌러 고국에 온’ 염가의 외국인노동자로 취급받고 있다. 

  현재 2만명이 넘는 탈북이주민·새터민은 같은 한민족이지만, 한국사회의 차별대상인 이주자·소수자로 취급받고 있다. 1990년대 ‘귀순용사’에서 새터민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민간차원의 인식과 대응도 천차만별이다. 새터민의 대다수는 문화적 이질감으로 한국사회에 바로 적응하지 못해 빈민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최근 KBS(1)가 방송하는 ‘남북의 창’은 한국사회에서 성공한 일부 ‘행운아’의 이야기로, ‘한국인’ 동화 중 새터민의 심리적 고통과 빈곤한 생활은 간과되어 있다.

  반세기 동안의 냉전시대를 경유하면서, 이질화된 ‘한민족’으로 돌아온 새터민은 한국사회에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차별화와 문화적 서열화의 대상이다. 현재 대다수의 새터민은 최하층 영세민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면서, ‘한민족’으로 동화되는 과정에서 심리적 고통과 갈등을 겪고 있다. 그들은 한국사회에서 소외된 소수자로 한국 속 ‘오리엔탈리즘’의 대상이며, 이 시대 행운아와 거리가 먼 타자이다. 

  요컨대 ‘단일민족국가’인 한국사회에서 정체성과 피부색이 다른 이주민에 대한 사회적 기시와 인종차별의 주요인은 순혈주의에 입각한 민족배타성에 기인한다. 특히 개도국 출신에 대한 자민족중심주의와 인종주의적 문화적 경향은 한국사회의 사회통합에 걸림돌이 된다. 한편 같은 한민족이지만 차별대상인 재한중국동포에 대한 민족위계는 한중관계의 중개자, 민족통일의 교두보 역할을 할 200만 중국동포들의 지지를 잃을 수 있다. 새터민에 대한 타자화·서열화는 21세기 민족화합의 최대의 걸림돌이 될 것이며, 민족위계는 새로운 차별과 갈등을 양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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