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학교 이란어과 오선교

[서울=동북아신문] 남북 간에는 6.25 전쟁 후 적대의식과 대립의 심화로 대화나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1990년대 국제적 냉전의 완화를 배경으로 제한적 대화와 교류가 시작되었다. 그 동안 남북관계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그러나 통일을 향한 굳건한 의지와 꾸준한 노력에 힘입어 반세기가 넘는 분단 경험 속에서 평화통일은 한민족 구성원 모두의 숙원으로 자리 잡았다. 전쟁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민족생존을 위한 평화유지 노력이 당연하고 절대적 과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냉전시대의 남북관계는 체제를 둘러싼 불타협의 적대적 대결을 근본적인 특징으로 하고 있다. 또한 냉전시대에서는 남북한이 냉전해체를 위한 노력보다는 국제적인 냉전체제에 조응하여 상대방과의 대결적 역량을 증대시키는 데 역점을 두어 왔다. 이에 따라 남북한은 공히 상호간의 실체불인정, 무제한적 경쟁관계에 기초하여 무조건적으로 ‘이기는 통일’을 지향하는 일방적인 관계로 점철되어 왔다.

 동시에 남북관계는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점차적으로 갈등의 구조가 대단히 복잡하게 심화되는 양상으로 전개되어 왔다. 냉전 초기에는 비교적 단순한 민족 내의 서로 다른 이념을 추종하는 두 지배집단간의 갈등관계로 출범하였으나, 점차적으로 그러한 갈등관계에 갈수록 새로운 요소들이 계속해서 추가되면서 대단히 복잡한 갈등구조의 양상으로 변질되는 모습을 띠어왔다.

  한편 탈냉전시대에 들어와서 남북한이 탈냉전의 국제질서에 대응하는 자세를 보면 여전히 갈등과 불신이 지배적이다. 또한 탈냉전기의 남북관계는 남북한 문제 논의의 축이 냉전시기에 비해 훨씬 국제화되었다. 남북한 모두 탈냉전시대의 보편주의에 편승하여 대외적인 확장을 적극적으로 추구하기 시작했으며,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는 통일문제의 국제화 추세와 함께 남북한 사이에 미국의 중재역할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미국의 역할증대는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될 수 있는 기반으로 작용한다. 북한은 미국을 한반도 문제의 실질적 당사자로 간주하고, 미국과의 관계 설정을 한반도 문제 및 남북관계의 핵심적 관건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탈냉전시대의 남북관계의 특징은 남북한 사이에 쌍무적인 관계보다는 북미관계를 중심으로 좌우되는 기형적인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탈냉전의 유리한 국제환경 속에서도 좀처럼 긴장완화를 위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냉전시대의 대결구도를 지속해 왔던 남북관계는 남북한의 내부정세가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되면서 변화의 계기를 맞게 되었다. 2000년대 이후 남북관계는 대결과 갈등에서 공존과 협력의 관계로 전환되었다. 간헐적으로 남북한 간에는 냉전시대로 회귀 모습들이 보였지만, 전체적 흐름은 한민족으로서 공존·공영을 추구하려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남북한 간에 화해와 협력의 기조를 뛰어넘어 평화의 시대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가시화되어 왔다.   

  반세기를 넘기고 있는 분단시대가 전개되어 오는 과정에서 1960년대 ‘적대적 대결관계’, 1970~1980년대 중반까지는 ‘적대적 공존관계’, 1980년대 후반 이후부터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전까지는 ‘갈등적 공존관계’ 성격을 띠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의 남북관계는 ‘갈등적 협력관계’의 양상을 띠면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처럼 남북관계를 긍정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던 건 대화와 교류협력 때문이다. 지속적 대화와 교류협력을 통해 남북은 상호신뢰를 구축할 수 있고, 상호신뢰의 과도기를 거쳐 남북은 궁극적인 민족통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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