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송 박사

 [서울=동북아신문]베이징런(北京人)과 서울인은 같은 동양문화·유교권에서 속하며 동아시아 이웃국가이다. 그러나 상이한 사회문화와 생활습관 및 음식문화를 갖고 있으며, 술 마시기를 즐기는 아시아인임에도 불구하고 엄연한 차이의 음주문화를 갖고 있다. 

  베이징런과 서울사람들은 술 마시기를 즐기며 음주량과 술상소비 역시 대단하다. 음주는 친구사귀기와 비즈니스 및 팀워크 결성에 결코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일상이다. 흔히 북경인들은 떠들썩한 술상 분위기를 즐기고 도수가 높은 배갈에 많은 요리를 청해놓고 한 장소에서 장시간을 할애한다. 반면 서울인들은 담백한 요리에 도수가 낮은 소주를 선호하며, 조용한 분위기속에서 낮은 소리로 말하고 한 장소에서 오랜 시간을 소모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북경인들은 술상에서 상대와 정을 논하며 관시(인맥)를 구축하는 반면, 서울인들은 팀워크를 돈독히 하고 일상에서 지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큰 비중을 둔다. 이 또한 한국에서 회식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대개 베이징인들은 술을 마신 후 식사는 나중에 하는 반면, 서울사람들은 먼저 간단한 식사를 한 후 술을 마신다. 북경과 서울사람들은 모두 지방특산(술)을 선호하는 ‘신토불이’ 경향이 강하다. 북경인들은 도수가 높은 얼궈토우(二過頭)와 연경맥주를 즐겨 마시며, 서울인들은 참이슬과 하이트·카스를 선호한다. 

  평소 북경인들은 연장자와 술을 마셔도 잘 어울리며, 선후배의 위계질서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들은 귀객을 초대할 때 고급술과 많은 요리를 청하는데, 술 브랜드와 요리 수량에서 주객의 친분관계를 알 수 있다. 반면 서울인들은 술상에서 위계질서가 명확하며, 상사의 면전에서 말을 아끼고 과음을 삼가는 것이 술상매너로 지켜진다. 대개 한국인들은 술보다 요리와 식사에 신경을 쓰며, 소고기와 회(膾) 요리를 고급음식으로 손님접대를 한다. 다만 회 요리는 생음식은 기피하는 중국인에게 ‘인기가 없음’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한편 장소를 이동하면서 마시는 음주문화는 ‘빨리빨리’의 한국인의 성격과 성급한 기질에 부합되지만, ‘만만디(천천히)’의 기질과 늦게 끓어오르는 중국인들의 성격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장소이동’의 음주문화는 술상의 분위기를 돋우는데 일정한 시간을 소요하며, 한번 달아오른 술상의 분위기를 끝까지 지키면서 술을 마시는 중국인들의 술 습관과 음주문화에는 저촉된다. 그것이 대다수의 중국인들이 한 장소에서 장시간 술을 마시면서 쉽사리 장소를 이동하지 않는 원인이기도 하다.

  베이징인들은 초면일 경우에는 식당에 초대하지만, 친분이 가까운 사이라면 집으로 초대한다. 이때에는 부부가 함께 부엌에서 요리를 만들고 고급술과 찻물을 곁들여 풍성한 만찬을 준비한다. 따라서 식당 혹은 집에서 초대되었는가는 주객의 친분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잣대가 된다. 반면 서울인들은 절친한 사이라고 해도 쉽사리 집에 초대하지 않으며, 흔히 고급식당이나 특식요리점에 손님을 초대한다. 혹시 집에서 손님을 초대해도 식사와 술상을 구분하여 손님에게 식사를 위주로 대접하며, 권주는 삼가는 것을 예의로 간주한다.

  중·한 양국의 사회문화와 생활습관의 차이로 인해 중국인과 한국인 사이에는 엄연한 음주문화 차이가 존재한다. 예컨대 평소 한국인들이 가까운 친구 사이에 술잔을 주면서 술을 권하는 (술)습관은 중국인들에게는 실례가 된다. 이는 손님의 주량과는 상관없이 연신 술을 권하며 본인 젓가락으로 손님에게 요리를 집어주는 중국의 술문화에 한국인들이 바로 적응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한편 도수가 높은 술을 마시는 북경인들은 음주 후 많은 찻물을 마시지만, 담백한 소주를 선호하는 서울인들은 음주 후 커피를 즐겨 마신다. 

  한·중 양국 간에 현존하는 문화차이 인정·수용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돈후한 우의 증진에 필수적이다. 따라서 ‘소주와 삽겹살 조합’의 술문화와 ‘얼궈토우와 양고기 샤브샤브를 애용’하는 음주문화 모두가 존중받아야 한다. 중·한 양국의 엄연한 문화차이를 인정하며 음주문화를 비롯한 식생활의 문화차이를 상호 긍정·적응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이 서로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줄이고, 신임과 우의를 돈독히 하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 본문은 2011년 5월 2일 [人民日報 海外版/한국판]에 발표된 글입니다. 

[저작권자(c) 평화와 희망을 만들어가는 동북아신문(www.dbanews.co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