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남자가 무슨 따로 이유가 있다고, “남자라는 이유로”라고 하는지? 궁금증을 불러오는 노래 제목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 많은 노래 중에서 한국 조항조가수가 부른 “남자라는 이유로”를 많이 애창한다.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지만 이 노래만은 얼마간 정감을 살려내는 것 같아 스스로 감각이 좋아진다. 하기에 일단 노래방에 가면 늘 이 노래를 선곡하다보니 동료들로부터 “남자라는 이유로”가 나의 다른 한 별명으로까지 지칭될 정도다. 그래서 아내가 가볍게 오해를 하기도 했다. "무슨 말 못할 사연이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고!

생각해보면 내가 이 노래를 좋아하는 데는 별로 특별한 이유가 없다. 어느 해인 것마저 딱히 기억되지는 않지만 한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여선생이 사무실에서 녹음기를 틀어놓고 이 노래를 감상하였는데, 나는 그때 이 노래를 처음 들었었다. 그저 지나가는 바람처럼 귀를 스치었는데 그냥 음악으로만 들리지 않았다. 처음 듣는 노래임에도 인차 끌리는 데가 있었다. 그래서 그 여선생에게 다시 들려 줄 것을 요청하여 두 번 다시 들어보니 더 듣고 싶을만큼 마음에 와 닿았다. 두 번, 세 번 듣는 데만 그치지 않고 자신이 부르기까지 하며 그렇게 반복이 된 노래가 이제는 십년을 넘어서다보니 그 가사가 머리에 환하다.

 

누구나 웃으면서 세상을 살면서도/ 말 못할 사연 숨기고 살아도

나 역시 그런저런 슬픔을 간직하고/ 당신 앞에 멍하니 서있네

언제 한 번 가슴을 열고 소리 내어/ 소리 내어 울어 볼 날이

남자라는 이유로 묻어두고 지낸/ 그 세월이 너무 길었어.

 

저마다 처음인 듯 사랑을 하면서도/ 쓰라린 이별 숨기고 있어도

당신도 그런저런 과거가 있겠지만/ 내 앞에서는 미소를 짓네

언제 한번 가슴을 열고 소리 내어/ 소리 내어 울어 볼 날이

남자라는 이유로 묻어두고 지낸/ 그 세월이 너무 길었어.

 

언제 한번 그런 날 올까요, 가슴을 열고/ 소리 내어 울어울어 볼 날이

남자라는 이유로 묻어두고 지낸/ 그 세월이 너무 길어요.

 

생활 속의 남자에게 무게를 실어주는 무거운 가사의 힘을 입은 노래이다.

“남자라는 이유로 묻어두고 지낸/ 그 세월이 너무 길어요!…" 남자임에도 애절함을 숨길 수 없어 즙액처럼 흘러나오는 뜨겁고 걸쭉한 정감, 어느 세월인지는 몰라도 남자라면 수월히 뱉지 않는다는 비장함이 가슴을 때린다. 십년이고 이십년이고 마음에 묻어두고 살아야 하는 남자. 하지만 남자는 그냥 불쌍하다는 말로는 통할 수 없다. 남자로서의 자존을 세워야 하고 남자로서의 의무가 색다름을 지적해주는 통속적이면서도 의미심장한 고백이 아니랴!

숨기고 싶어서 숨기고 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남자라면 숨겨야할 일이 너무 많은 것이 아니랴! 그렇게 되는 것이 소원이 아니지만, 그렇게 되어야 하는 현실 앞에서 우리는 때론 속수무책이 아닌가? 어느 파란부부가 서로 이역만리를 떨어져 살기를 원했으랴! 하지만 그런 이별이 현실로 다가서야 했고, 그런 현실을 감내야 하는 오늘이 아닌가? 남자의 자존으로 몰아 부칠 일은 아니지만 남자가 행주치마를 둘러야 하고 남자가 애를 키워야 하고 남자가 집을 거둬야 하며…어느 세대 어느 역사에서 남자가 이렇게 비참하게 만든 적 있었던가? 그럼에도 소리쳐 하소연할 수 없고 가슴 치며 통곡할 수 없는 남자들! 그냥 숨 막히게 답답한 일상을 달리는 남자라면서도 남자로서 떳떳하지 못한 남자들이 어디 한 둘이란 말인가!?

어디론가 훌 사라지고 싶을 만큼 안스러운 나날 속에서 그냥 바라며 버티며 살아가는 남자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그 안타까움을 하소연하는 노래이다. 그런데 그 노래속의 함의는 거기에 그치는 것만이 아니다. 울고 싶으면 울라는 메시지도 내포되어 있다. 오직 "그 세월이 너무 길었어"이지, 그 세월이 끝이 없어가 아니란 말이다. 바로 그런 세월을 줄여야 하고 그런 세월로부터 해방되어야 하며 그런 세월을 개변해 나가야 하는 것이 "남자라는 이유"가 되는 것이라 본다.

물론 남자는 어깨에 힘을 실어야 한다. 아무리 무거운 짐이라도 떠멜 수 있는 힘이 실려 있어야 한다. 남자가 여자보다 다른 것이 바로 그런 타고난 힘이 아닌가. 남자가 남자답다는 또 하나의 징표는 남자가 그릇이 커야 한다. 옴니암니가 아니고 요리조리가 아니며 폴짝폴짝은 더욱 아니다. 산처럼 드놀지 않는 믿음이 있고 물처럼 유유한 여유가 있으며 용암처럼 뜨거운 불길이 있어야 한다.

문득, '남자라는 이유'를 고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가사에 이의가 있어 고쳐보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가사로부터 유발된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은 남자의 함의를 고쳐보고 싶은 것이다. 자신이 자신에게 억누름이 되는 부분을 가볍게 버려야 한다. 남자로 각인이 된 남자의 외피를 벗겨야 한다. 남자이지만 지지콜콜 끌고 가는 남자의 멍에를 벗어야 한다. 오직 삶을 즐기며 사는 남자, 남자라는 이류로 살아가는 남자가 아니고 남자로 떳떳한 남자의 삶을 사는 것이 오늘의 센스 있는 남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남자라는 억지 같은 이유가 원래 존재한 것이 아니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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