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형 박사 칼럼

[서울=동북아신문]한 동안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를 비롯한 각 지방 출입국관리사무소는 한국인과 결혼했다 파혼한 결혼이주민에 대해 너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이들을 혼인피해자로 인정해 주지 않았다.

혼인 피해자로 마땅히 인정받을 만한 모든 증거 자료가 있음에도 체류연장을 불허하고 출국명령을 내려 억울한 혼인피해자들이 다수 생겼다. 이에 관련시민단체들이 들고 일어나서 혼인피해자에 대한 체류권을 보장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였다.

혼인피해자 문제가 불거져 나오게 된 결정적은 이유는 크게 지침 상의 문제와 담당 공무원들의 편협한 처분에서 찾을 수 있다. 혼인피해자의 체류와 관련한 기존의 지침은 여러 가지로 불합리한 구석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혼인피해자로 인정을 받더라도 일정 기간 내 영주권이나 국적을 취득하지 못하면 더 이상 체류연장을 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담당 공무원들이 혼인피해자들에 대한 관련 법 규정을 너무 자의적으로 적용하여 억울한 혼인피해자를 양산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예를 들어 이혼소송을 통해 한국인 배우자의 잘못으로 이혼한다는 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혼인피해자로 인정해 주지 않은 경우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억울한 혼인피해자 문제가 불거지자 법무부에서는 혼인피해자 관련 지침을 보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차제에 더 이상 억울한 혼인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문제가 된 지침을 수정하고 또 담당 공무원의 자의적인 판단을 최소화하여 억울한 혼인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혼인피해자와 관련해서 개정되는 지침이 추구해야 할 원칙과 포함해야 할 내용을 제시한다. 먼저 결격사유가 없는 한 결혼이민자의 체류권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결격사유란 한국에 영주할 목적으로 결혼을 이용하려다 위장결혼으로 처벌을 받는 경우를 말한다.

이와 같은 전제 아래 법원의 판결과 조정이나 화해권고의 결정을 통해 혼인피해자로 인정받은 경우 법원의 판결이나 결정을 존중해서 혼인피해자로 인정을 해야 한다. 이를 무시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물론 피치 못한 상황에서 이와 어긋나는 처분을 할 수도 있겠으나 그런 경우 그 처분을 뒷받침할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혼인피해자로 인정되었을 경우 이들에 대한 체류권은 끝까지 보장이 되어야 한다. 현재 지침에 의하면 혼인피해자의 경우 그 체류자격으로 계속해서 체류를 할 수 없도록 된 것으로 알다. 비록 혼인피해자라고 하더라도 영주권이나 국적을 취득하지 못하면 일정 기간 연장을 해 준 후 더 이상 연장을 해 주지 않고 출국을 하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는 범법 행위로 처벌을 받아 체류연장이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 본인의 사정이나 형편에 의해 영주권 취득이나 국적 신청을 하지 못하더라도 계속해서 체류권을 보장해 주도록 해야 한다.

혼인 피해자 가운데는 한국인과의 혼인으로 자녀를 낳은 자들이 있다. 이들에 대해서는 법원이 판결을 통해 자녀에게 접근을 금지하는 명령을 하지 않는 한 체류를 보장해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아버지나 어머니 된 자들은 그 자녀를 볼 수 있는 권리가 있고 또 자녀를 양육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해 자녀를 낳았다는 사실만으로 체류연장을 해 주지 않으면 합의이혼이나 양육권 다툼을 하지 않은 결혼이주민들이 모두 재판을 통해 면접권이나 양육권 등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된다. 이는 인도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공연히 소송을 하여 당사자들 간에 감정만 더 상하게 하고 국가적으로는 행정비용만 낭비하게 된다.

결혼 이주민의 체류권과 관련하여 생각해야 할 또 다른 문제가 있다. 결혼 이민자들 가운데는 한국인과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3년 혹은 그 이상을 한 후 사소한 문제로 인해 이혼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이혼소송에서 법원으로부터 혼인피해자라는 판결을 받기가 쉽지 않다. 그 위에 당사자의 증언 외에 달리 피해를 증언해 줄 사람이 없으면 문제는 더 어려워진다. 그리하여 한국인과 3년에서 많게는 7년 동안 결혼생활을 하면서도 영주권도 국적도 취득하지 못한 피해자들이 발생한다.

사실 이 부류에 속하는 결혼 이주민들이 가장 억울한데, 이는 우리 법이 애초에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들은 영주권이나 국적을 취득할 때까지 무조건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을 전제한데서 발생하는 문제다.

우리 법이 영주권이나 국적 취득을 위해 2년의 결혼생활을 요구한 것은 최소한의 요구라고 해야 할 것이며, 이 기간 혹은 그 이상을 잘 살다 헤어진 경우에는 결혼이주민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 자국민과 결혼을 하여 2년 혹은 3년만 지나면 무조건 장기체류를 보장해 주고 있는데 우리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결혼 이주민의 체류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위와 같은 맥락에서 영주권이나 국적 취득 혹은 혼인 피해자에 대한 결혼 실태를 조사할 때 혼인의 진정성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더 이상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처음부터 위장 결혼 여부만을 판단하도록 하고 위장결혼이라고 판단을 했을 경우에는 위장결혼으로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미 3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경과하고 이혼을 한 후에 혼인의 진정성이 없다는 사유로 체류연장을 불허하는 것은 결코 합리적인 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 위장 결혼의 의혹이 있는 경우에는 처음부터 철저한 조사를 통해 그 진위 여부를 판단해서 결정을 해야 하고, 한 번 결정을 한 사건에 대해서는 그 결혼이 위장으로 들어나서 처벌을 받지 않는 한 혼인의 진정성을 문제 삼지 말아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 결혼생활의 진정성을 조사할 때에는 위장결혼인가를 조사하지 우리처럼 이렇게 애매하게 위장도 아니면서 혼인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경우는 없다. 그러다 보니 5년, 6년 한국인과 살았으면서도 한국인이 동의해 주지 않아 영주권이나 국적을 얻지 못한 채 지내다 이혼을 하고 체류연장에 어려움을 겪는 억울한 결혼 이주민이 발생한다.

법무부에서는 혼인피해자와 관련한 지침을 개정하는 마당에 위와 같은 원칙이 지켜져서 한국인의 배우자로 이 땅에 발을 디딘 결혼이주민들이 억울한 혼인피해자로 전락을 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c) 평화와 희망을 만들어가는 동북아신문(www.dbanews.co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