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필자의 아들은 고려대에서 유학할 때 두 가지 애로 때문에 고민한 적이 있었다. 공부만 하면 ‘범생(範生)’이라며 ‘왕따’시키고, 외국유학생을 왕따시키는 것이다. 왕따는 욕먹기가 일쑤이고 자칫하면 얻어맞는다. 중국에는 없는 한국문화이므로 어쩔 수 없다 하였다.

개별 인을 왕따시키고 주위 사람들이 그에게 박해(迫害)를 가하는 현상을 필자는 ‘박해문화’라 이름 짓는다. 한국의 왕따현상은 일종 부정적인 사회문화, 박해문화로 보아야 한다.

이런 박해문화의 뿌리는 유교문화에 있다. 유교문화의 두 가지 핵심, 혈연(血緣)과 등급(等級) 문화 중 등급문화에서 기인된다. 사람을 그의 신분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상위가 하위를 훈계, 박해, 구타할 수 있다. 유교문화의 ‘삼강(三綱: 君爲臣綱, 父爲子綱, 夫爲妻綱)’은 임금은 신하에, 부친은 자식에, 남편은 부인에 대해 절대적 권위가 있으며 신하, 자식, 부인은 그 권위에 무조건 굴종하여야 하며 심지어 박해를 받아 마땅하다.

현재 한국사회를 보면 등급은 무수히 많다. 사장/사원, 원로사원/신입사원, 선배/후배, 상급생/하급생, 교장/교원, 교원/학생, 군관/사병, 시부모/며느리, 남자/여자, 부자/빈자, 한국인/외국인, 팔팔한 자/어수선한 자, 명브랜드 사용 자/싸구려 사용 자…없는 데가 없다. 한국 사회에는 가해와 피해의 가능성과 위기가 무궁무진하게 잠재해 있으며 이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한 극치의 예가 왕따문화, 군부대, 학교 캠퍼스의 자살사건과 폭력이다.

같은 유교문화권인데 박해문화가 왜 한국에만 있고 중국에는 없는가? 중국의 유교문화는 한(漢)나라 후부터 각광을 잃었고 사회분야에서는 점점 퇴색되었다. 송(宋)~명(明) 때는 성리학의 퇴폐문화로 변질되어 더욱 국민의 버림을 받았으며 1919년 5·4운동, 1966년 문혁, 두 번의 된 서리를 맞은데다가 공산주의 평등주의까지 겹쳐 사회상 유야무야로 되었다. 단 이 등급문화가 정치상 현유 중국의 중앙집권독재통치에는 어느 정도 활용되고 있을 뿐이다.

한국은 조선 500년간 유교문화를, 그것도 퇴폐로 변질된 성리학 단계의 유교문화를 국교로 추앙하였다. 유교문화 중 ‘仁義理智信孝’ 등 인간관계의 윤리도덕관념은 구미문화에 없는 인류문화의 정화이겠다. 한국이 유교문화의 정화 ‘仁義理智信孝’ 등을 계승한 것은 좋지만 유교문화의 찌꺼기, 등급문화를 왕따-박해문화까지 악화시킨 것은 심사숙고할 문제이겠다.

한국 군부대에서 자살한 왕따, 왕따에게 사살당한 박해자를 합치면 연간 세 자리수라고 한다. 몇 차례의 전역에서 죽은 숫자에 해당된다. 또 왕따당하고 자살한 학생이 자주 나타나며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는 학생은 아주 많다는 통계가 나왔다.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런 박해현상을 즉시 없애 버린다는 군, 경찰청, 학교 등 책임자의 호언장담은 어처구니없다. 중국이 2,000년의 노력으로 퇴색시킨 유교 등급문화의 뿌리를 1년에 없앨 수 있을까? 이런 현상을 일종 그릇된 사회문화현상으로 보며 몇 년, 십여 년, 수십 년의 장기 노력을 거쳐야 한다는 전략적 계획을 세우고, 전 사회적 풍기의 개변에 경주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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