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 영섭

- 며칠 전에 필자는 중국 개방의 1번지 심수와 함께 성장해온 유명한 조선족 기업가 허영섭 사장에게 중국 국내 조선족에 대한 생각을 좀 정리해 달라는 부탁을 넣었었다. 그렇지 않아도 같은 민족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해 오던 그는 설 연후 시간을 이용하여 쓴 글을 인츰 메일에 첨부해 왔다. 그가 어떻게 썼던 간에 우리 조선족에 대한 근심과 우려에서 나온 심성이니 유감없이 받아 주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 편집자      

                                       

나의  아버지의 고향은 충청도이고, 나는 길림 성에서 태어나 30년을 그 곳에서 생활해 왔다.

길림 지역의 조선족들은 거의가 조상의 고향이 경산도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의 성격도 다혈질에 직선형이다.

 

우리 조선족들은 모여 사는 지역에 따라 본과 고향이 좀씩 틀려진다.

연변 지역에는 함경북도 사람들이 많이 살고, 길림과 장춘 지역에는 경산도가 많으며 오상 지역에는 강원도가 많고 심약 지역에는 평안도가 많은 편이다.

 

어느 지역이든 관계없이 요즈음의 젊은이들은 거의가 다 본래 살던 지역을 떠나 심천이나 상해, 청도, 베이징 등 여러 대도시들로 나가 취직 생활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들 대부분은 한국기업이나 한국인 회사에 취직 목적을 두고 있다.

그리고 집에 남아 있는 중 장년들은 무슨 방법으로든지 한국에 나가 돈벌이할 것을 희망하고 있다.

 

정말 한국이 없었더라면 우리 조선족들은 어쩔 번 했을까?

 

물론 똑같이 힘든 일을 해도 중국에서는 노임을 위안 천원(현, 한국 돈 약 14만.) 쯤 받기도 쉽지 않은데 한국에 나가 일하면 일이 훨씬 힘들더라도 위안 만원 좌우는 받게 되니 고국이 황금알을 낳는 노다지판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나는 조선족들의 관념에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본다.

 

과거 우리 조선족은 중국 56개 소수민족 가운데서도 깨끗하고 문명하고 문화수준이 높은 민족으로 명성이 높았었다. 

그런데 개혁개방 이래 나는 우리 조선족들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1. 개혁개방이 금방 시작되자 조선족의 수도인 연길에 백산 호텔이 생겨났고 수 많은 한국인들이 언어가 통하고 생활 습성이 같은 우리 조선족동네에서 꿈을 이뤄 보려고 연변으로 몰려 들었다. 정말이지 밤에 보면 백산 호텔의 방마다 등불이 휘황하게 밝아 있었다.

 

그런데 이 빛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희망의 빛인가를 가슴 깊이 느낀 사람이 몇이 되는가? 연변 정부 관원들을 포함해서. 연변에 대한 한국인들의 생각은 지금 백팔십 도로 바뀌어졌었다. 왜서일까? 나는 우리 조선족, 특히 정부 나으리 들이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과제라 생각한다.

 

당시 정부 나으리 들의 관념이 광주나 심천 정부 관원들과 좀만 비슷했더라면 지금의 연변은 애들과 노인네들만 사는 동네로 변해가지 않을 것이다.

미래를 대비한 우리의 의식과 철학적 사고 및 교육이 떨어져 있다는 말이다.

 

2, 지금 조선족들은 한국과 한국인을 보는 것이 너무 과분하다.

2001년, 연길 서시장 옷 파는 가게에 들린 기억이 있다. 몇몇 가게들에서 옷 샘플을 디자인하여 걸어 놓고 정종 한국산이라고 큰 글자로 써놓았기에 가까이에 다가 보니 상표가 베르사채 이었다. 오리지날 베르사채를 한국산이라니? 한심하고 맹랑했다. 이는 일례에 불과 하지만 우리 조선족들은 세계를 모르고 한국만 너무 숭배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너무 과분한 기대를 품고 있다.

 

이로 하여 초래되는 역 효과도 적지 않다.

 

3, 우리 조선족 대학생들은 대학교에서 제대로 배우지 않고 있다.

지금 조선족 대학생들의 문화수준은 너무 낮다. 거의가 한국 기업들에 취직을 바라고 있는데 원인이 구경 어디에 있겠는가? 만약 재중 한국 기업의 한국인들이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면 이런 기업들에서 배겨 낼 수 있을까?

 

ㄱ . 내가 살펴 본데 의하면 조선족들 중 진짜 문건 번역마저 제대로 할 수 있는 젊은 세대들이 결코 많지 않다. 한국인이 중국어를 모르고 중국인이 한국어를 모르는 틈 사이에 끼이여 대강 통역하는 걸로 밥통을 챙기는 청년들이 다수이다. 초등학교적부터 고등학교까지 조선족 학교에 다니다 나온 그들이 왜서 조선어(한국어)조차 제대로 구사 못하는지 통 이해를 할 수 없다. 중국어야 더 말할 나위도 없다. 

 

ㄴ. 중국 젊은 애들과 비교해 보자. 대학교를 나오면 영어 4급 정도는 물론이고 많은 청년들은 영어 6급까지 따내고 졸업한다. 그런데 조선족 대학생 중 많은 청년들은 영어도 안되고 일본어도 안 된다. 졸업장은 어떻게 따냈는지 모르겠다. 외국어4급(한국어는 포함하지 않음)을 따내지 못하면 졸업장을 안 주지 않는가? 이점도 이해가 안 된다.

 

물론 고등학교까지 외국어 과목별에 일어만 고집해서 가르치는 우리들의 교육체재에도 문제가 있다. 대학 입학 율을 높인다고 옛날의 소가죽만 우려 먹을 수 없잖은가? 하물며 대학을 졸업하면 만사대통이던 세월은 까마 아득히 지나갔으니 말이다.

 

4. 우리 조선족들의 고루한, 관념상의 체질적인 문제가 너무나 엄중하다.

지금 사회에서는 우리 조선족 젊은이들을 보따리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이 회사에서 몇 달, 저 회사에서 반년, 두루두루, 대강대강 돌아 다니면서 취직하는 경향이 엄중하다. 절대로 한 회사에 오래 머물러 있지 못한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내가 보건 데는 아래 몇 가지에 있다.

 

ㄱ. 능력과 지식이 부족하다. 한 회사에 오래 있으려면 먼저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어야 한다. 정작 모르고 입사 시키고 보면 곧 몇 달 내에 약점이 드러나게 된다.   

 

ㄴ. 한국인들한테 바라는 것이 너무 과분하다. 많이 얻으려면 먼저 그 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데 이 것은 아니다. 결코 로고((勞苦)가 공로(功勞)로는 될 수 없다. 실적이 없는데 무작정 노임을 올려 달라고 한다. 자기의 노력으로 회사의 실적을 올려 보려고 고심하는 젊은이들이 정말 많지가 않다.

 

ㄷ. 자기를 도구(또는 일개 심부름꾼)로 보는 경향이 엄중하다.

별로 잘 하지도 못하는 한국어와 중국어만 믿고 항상 그 통역만 하기를 원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언어는 영원히 도구이다. 그렇다고 이 도구만 가지고 큰 돈을 벌 수 없지 않는가?

 

매달 회사에 방향이 서고 임무가 떨어지면 자기가 최적의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른 주동적인 사유와 행동을 해나가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사유는 늘 피동적이다. 회사에서 주인이 못되고 손님처럼 남의 지시와 행동만 따르니 심부름꾼이 아니고 뭔가?

 

우리 회사에서도 수 없이 면접을 해 보았다. 원래의 회사에서 무얼 했나 물어보면 무역 상담, 수출 담당, 관리를 해왔다고 하는데 정작 구체 내용에 들어가보면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 결국은 한국인들이 시키는 데로 곱게 심부름을 해온 것 뿐, 그러니 한국인을 떠나면 그들은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ㄹ. 한국인을 너무 숭배하고 있다. 이는 조선족들의 문제만 아니다.

중국인들도 지금 외국이면 무조건 숭배하고 외국인이라면 무조건 바가지 씌우고 밥 먹으면 무조건 외국인이 돈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어 방글라데시 사람들마저 노래방에 모셔 가  제일 예쁜 아가씨들을 골라 파트너로 앉혀 주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일들이 생겨나고 있다. 외국인의 말이라면 최고지시로 여기는 근성 때문이다. 

 

한국인이 지금까지 생활해온 환경은 결코 중국이 아니다. 때문에 중국에서 기업을 하거나 중국과 무역을 하는 과정에서 한국 식으로 사람을 대해고 일을 하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흔히 생기게 된다. 하기에 조선족들은 반드시 한국인들로 하여금 중국 실정에 맞게 일 하도록 전반에 거쳐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주고 의논을 해 주어야 하며 사장님이라 할 지라도 중국 실정에 안 맞게 처사하면 제때에 충고를 주고 고쳐나가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런데 우리 조선족들은 무조건 한국인의 말을 직역하고 무조건 그대로만 집행하는 경우가 절대다수이다.

 

ㅁ. 내가 요해 한데 의하면 교포들 중 진짜 능력 있고 수준 있는 애들은 지금 거의가 한국 기업에 가 있지 않는다. 한국기업 외 외국기업에 많이 들어가 있고 중국기업에 있는 애 들도 많이 있다. 그들의 노임도 한국기업 보다는 훨씬 높다.

 

아무튼, 노예적이고 회피적이며 건성적인 관념을 깨뜨리지 않는다면 우리 조선족의 장래는 결코 없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한 회사에서 적어도 4년 이상 굴러야 회사의 모든 것, 즉 경영관념과 방법, 일에 대한 판단력과 처리 능력 등을 배워 낼 수 있다고! 한 회사에서 석 달도 채우지 못하고 10년을 돌아 다녀 보았자 배운 것이 뭐 있고 남은 것이 뭐 있겠는가?

 

중국 대륙 내에 조선족 기업가들, 특히 무역이나 제조업 분야에의 인재들이 적은 원인이 여기에 있지 않은가 싶다.

 

그러니 악을 쓰며 꾸준히 배워 독립적으로 사업을 개척해 나가야지 않겠는가. 머리 허옇게 나이가 들어서도 한국인의 통역으로만 따라 다닐 수 없지 않는가? 그렇다고 나이 들어 또 한국에 나가 불법 체류 하면서 노가다 판이나 식당에서 막벌이를 하겠는가?

 

생각에 따라 길도 달라지는 법이다.

마음만 먹으면 우리도 얼마든지 해낼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조선족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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