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모 칼럼

[서울=동북아신문]한중수교 20주년 시점, 재한동포사회는 이미 10만 귀화 유권자에 50만 재중동포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처음 한국행을 한 사람들은 자식의 미래를 위해 어린 자식과 헤어지는 고통을 감수하며 5년, 10년, 심지어 20년을 불법체류하면서도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왔다.

한국에 와서 자식이 대학가서 졸업할 때까지만 돈을 벌겠다고, 또 돈을 많이 벌어 중국에 돌아가서 편히 살겠다고 결심했지만, 지금은 중국에 돌아가겠다고 자진해 나서는 동포는 거의 없다. 왜 처음 올 때의 그 마음이 아닐까. 그것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본주의 사회에 완전히 적응이 되어버렸고, 중국의 생활기반도 거의 없어졌다.

그러니 이제는 우리가 어떻게 하면 이 땅에서 잘 살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나도 1991년에 한국에 와서 2년 동안 악착같이 벌어 중국에 아파트 한 채 샀고, 아이들을 심양 소가툰 조선족학교에 보냈다. 중국에서 돈 벌이가 쉽지 않은지라 또다시 일본행, 한국행을 하게 되었다. 2005년에 귀화신청을 하고 국적 취득까지 하여 지금은 작은 여행사를 운영하며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고 있다.

나는 재중동포들이 한국에서 얼마나 힘들게 하루하루 살아가는지 눈에 훤히 보고 있다. 국민들과 똑같이 세금을 내면서 살고 있지만 별로 대접을 못 받을 뿐만 아니라, 지어 달갑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것이 동포들의 현실이다. 몸은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생활방식은 중국에서 생활하던 것처럼 하려고 하니, 물론 따가운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다.

요즘 뉴스를 보면 중국동포들의 위명여권, 신분세탁, 살인사고, 도박 등등 소식들로 귀가 시끄럽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 흐린다고, 좋은 것은 잊어지고 나쁜 일만 말밥에 오른다.
중국 동포들이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얼마나 큰 공헌을 했는가는 누구나 다 알 것이다. 한국기업의 중국 진출에 다리를 놓아주었고, 2천억 불 무역 달성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만약 60만 동포들이 10일만 ‘노조파업’을 한다면 한국사회 건설현장과 서비스산업 등이 어떻게 될까?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며칠 전 송모(65)씨는 일요일 날 공장에 잔업 하러 나갔다가 기계고장 때문에 수리하던 중 그가 기계 옆에 있는 줄 모르고 누군가가 스위치를 올려 기계 속에 하반신이 빨려 들어가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말았다. 그러나 회사 측에서는 장례비 1천만 원으로 합의하자고 하더니, 장례식에 한명도 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상황들은 대한민국에서 자주 벌어진다.
따라서 우리 재한동포들은 어떻게 자기의 권익을 찾아야 할지 생각해 봐야 한다.

국적회복 1세 동포들은 자식들과 함께 편하게 살자고 곰팡이 냄새 찌든 지하 단칸방에서 몇 년씩 고생하다가 2세들을 초청해서 귀화시켰다. 국적회복 부모님들의 공과 바람이 큰 것이다. 그러니 귀화2세들도 부모님들이 정부 지원도 받으면서 남은 인생동안 편안하게 살아가게 하는 것이 소원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되려면 한국에 재한동포지원법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그런 ‘지원법’은 우리 재한동포들이 하나로 뭉쳐서 만들어야지, 누가 ‘우리’를 위해 법을 세워주지 않는다.

요즘 외국인이 한국인과 결혼해서 이룬 가정을 다문화가정이라고 부르는데, 그 중 50%이상이 중국조선족이다. 정부는 다문화가정에 혜택을 준다. 필리핀, 베트남, 이란 등등 이런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이 한국인과 결혼하면 다문화 혜택을 누리지만, 중국동포 결혼이민자는 그 혜택을 받지 못한다. 그런데도 이들은 돈벌이에만 정신없어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

대선 후인 명년이면 다문화 예산이 수천억 원이 나온다. 중국동포 결혼이민자들도 이제는 당연한 혜택을 받고 권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올해 12월이면 대한민국 대통령선거, 대선이 있다. 중국동포 유권자들도 우리 동포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대통령을 선거하기 위해 소중한 한 표를 행하여야 한다.

민주사회에서 오직 유권자행사를 하여야만 힘이 생기고, 정치권도 중시하고, 재외동포법도 빨리 만들어진다.

우리 유권자의 힘을 스스로 과소평가해서는 절대 안 된다. 이번 대선에 중국동포 유권자 모두가 민주주의 꽃인 소중한 한 표를 반드시 행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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