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韓民族 抒情詩

슬슬 마당을 쓸다 보면
어느 새 달이 차고
먼 산 다랫골에서 소슬바람 듣는 소리 ㅡ
추석이 대문간에 아버지처럼 서 있었다.

하얀 도포자락에 어린 나를 곁에 두고
차례를 지내시던 아버지
향불 피워 먼저 지방 붙이고
이어 잔을 쳐 절하면
할아버지 할머니 평안하시온지요,
보이지 않는 적막 공간에 숨결이 돈다.

아무 것도 몰랐던 코흘리개 시절에
밤 놓고 대추 놓고 송편도 놓고
사이좋게 온 식구 모두 모여
살아가는 것이 다 조상 덕이라
이 보다 아름답고 빛나는 일이 어디 있으랴,
자식 효도하는 마음 길러주고
콩 하나에도 열 사람 나눠먹는 우애 기르고

마당을 쓸고 떡시루 항아리에 불 지피면
내일 있을 추석에 누님은
물동이 이고 물 길러 오고
어머니는 화전(花煎)을 굽고 계셨다.

어제같이 살아서 정정하시던 아버지
많이 많이 드시옵소서,
정성스레 차례준비 하면
샛노란 국화 향기가 온 뜰에 가득했다.

* 서지월: 민족서정시인.  moonlove55@naver.com
현재, 한국시인협회 상임위원. 현대시창작 전문강좌 남서재 대구시인학교 지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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