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고 싶은 북녁 형제들을 기다리며
 

[서울=동북아신문]문민 특약기자= 주말이면 즐겨 찾는 곳이 있다. 꽉 막힌 빌딩숲을 탈출해 파주 평화누리공원을 향해 가노라면 뻥 뚫린 자유로에서 느끼는 그 자유는 이루 형언할 수 없다. 그러나 시원한 활주로 같은 자유로의 자유도 잠깐.

자유로를 한참 신나게 달리다 보면 ‘판문점’이란 커다란 교통표지를 끝으로 더 이상 갈수 없다. 대한민국의 최북단이다. 

 매번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돌아 오군 했던 그 길을 올 추석에도  찾아 떠났다. 가족친지들과 함께 갔는데 평소에 자주 왔던 내가 모처럼 ‘가이드’를 하면서 이곳저곳을 안내했다. 
드넓은 평화누리공원의 잔디언덕을 올라가니 향기로운 가을바람에 날것만 같은 기분이다. 함께 온 일행들도 연신 환호하며 어린아이들처럼 잔디언덕 위에서 평화롭게 뛰어놀았다.

▲ 통일을 기다리는 주차장

평화누리공원이 생기기 전 가장 오래 이 지역을 지킨 건물이 하나 있다. 북쪽에 고향을 둔 실향민을 위해 1972년에 세운 임진각 전망대다. 전망대에 오르니 구름 한 점 없이 공활한 가을하늘과 맞닿을 것만 같았다.

전망대 맞은 편에는 망배단(望拜壇)이 있었는데 오늘은 추석이라 망배단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지어 있었다. 가족별로 이북에 계신 부모와 조상에게 제사를 올리고 있었다.  

평소에 소심함 딸이 엉뚱한 질문을 한다.
“엄마 저분들은 왜 밖에서 제사를 지내?”
“엉?... 그러게. 내려 가서 저분들게 물어볼까?” 나의 알맹이 없는 말에 답답한 남편이 얼른 대답한다.
“저분들은 실향민이야.”
“실...향...민?”딸은 이해가 가지 않은 듯 머리를 갸우뚱한다.
옆에서 듣고 만 있던 나는 부언설명을 하고 싶지만 어느새 목이 꽉 메여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다. 
“엄마도 실향민이야?” 철없는 딸아이의 질문에 아빠는 폭소를 터뜨리며 답을 대신했다.
임진각 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아직은 손닿을 수 없는 북녘 땅 이곳  저곳을 둘러보고 나서 2층 한식집에 들렸다. 

▲ 통일을 잇는 다리

식사하면서도 북쪽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 좋은 자리를 찾아 앉고 음식을 주문하고 있는데 옆자리에 할아버지 한분이 혼자서 음식을 주문해 놓고 훌쩍훌쩍 흐느끼고 있었다.
딸아이는 귓속말로 “저분이 실향민 같아”라고 소곤거렸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아까부터 참았던 눈물이 울컥 쏟아져 더 이상 메뉴판의 글자가 보이지 않았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자유로 중앙에 피어있는 코스모스에 반해 잠깐 차를 세웠다. 푸른 창공을 향해 어여쁘게 핀 수많은 코스모스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노래가사가 떠올랐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통일로 가는 길을 걸어갑니다.
   백두산을 지나 송화강을 지나
   내 고향 흑룡강으로 걸어갑니다.

고향으로 가는 길, 누구나 그 마음이면 모두 통일로 가는 길이 될 것이다.

문민 : 이주동포정책연구소 연구원, 재외동포문인협회 회원, '귀화시험 한권으로 합격하기' 著者

▲ 통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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