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제출 탄원서]

얼마 전 법무부는 영주권전치주의 제도를 입법예고했다. 이 법률에 따르면 영주권의 경우 7년마다 연장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영주권이라고 할 수 없고 장기체류권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모든 동포단체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서울조선족교회 서경석목사와 중국동포 교회 김해성목사, 동포사랑교회 서영희목사는 법무부에 반대의견 탄원서를 보냈는데, 그 탄원서를 싣는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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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법무부는 영주권전치주의 제도를 입법예고했다. 이 법률에 따르면 영주권의 경우 7년마다 연장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영주권이라고 할 수 없고 장기체류권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모든 동포단체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서울조선족교회 서경석목사와 중국동포 교회 김해성목사, 동포사랑교회 서영희목사는 법무부에 반대의견 탄원서를 보냈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편집자 주

1. 시민사회‧인권단체들에서는 영주자격 전치주의 도입을 반대한다.

2012년8월 입법예고한 법무부의 영주자격 전치주의는 이주민이 귀화 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전단계로서 반드시 영주자격을 취득한 후 일정 기간 한국에 거주해야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삼고 있다. 일반 외국인의 경우에는 귀화요건인 5년의 거주기간 중 3년 이상을, 결혼이주민의 경우에는 3년의 거주기간 중 1년 이상을 영주자격으로 거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영주자격의 대상자를 한국인과의 가족관계 또는 혈통관계인 자, 소위 전문인력․우수인력 등으로 기존보다 더욱 협소하게 한정했다. 이는 이주노동자와 난민 등 일반 외국인을 배제하고 결혼이주민의 체류자격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기에 법무부의 영주자격 전치주의 도입을 전면 반대한다.

2. ‘귀화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영주자격 전치주의를 반대한다.

현행 국적법 아래에서 결혼이주여성은 귀화 허가 이전의 불안정한 법적 지위로 인하여 가정폭력 피해에 취약하게 노출되어 왔다. 지난 2012년7월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의해 살해당한 중국 출신의 결혼이주여성은 결혼한 지 7년이 되었으나 국적취득을 하지 못한 상태였다. 귀화 신청에 한국인 배우자의 조력이 필수적인 것을 빌미 삼아 행해졌던 남편의 상습적인 폭행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결과였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정부에 지속적으로 결혼이주여성의 법적 지위를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권고해왔다.

그러나 본 개정 법률안은 결혼이주민의 귀화신청에 필요한 국내거주기간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상향 조정, 나아가 귀화 신청의 전제조건으로 영주자격을 취득한 후 국내 2년 거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이 안전하게 거주하기 위해서는 영주자격 심사와 귀화 심사를 이중으로 통과하여야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는 결혼이주여성의 법적지위를 더욱 취약하게 만드는 것으로 폭력 피해에 더욱 심각하게 노출될 것이 우려된다.

3. ‘사실상 거주기간을 요구하는’ 영주자격 도입을 반대한다.

출입국관리법 개정 법률안 제26조는 영주자격의 심사기준으로 별도의 대한민국 거주기간을 정하고 있지 않다. 일면 결혼이주민이 대한민국 사람과 결혼을 하면 곧 바로 영주자격을 취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개정 법률안은 영주자격 심사기준으로 “한국어 능력 및 대한민국의 풍습에 대한 이해 등 대한민국에서 계속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 소양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 귀화 심사에도 동일한 취지의 요건이 규정되어 있다. 대다수의 결혼이주민들은 본 요건의 귀화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최소한 1~2년간 한국어 공부를 해야 한다. 결국 결혼이주민에게 영주자격 취득을 위해서는 법률안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1~2년의 한국에서의 거주기간을 사실상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혼이주민은 한국인과 결혼하는 즉시 영주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행과 마찬가지로 영주자격 취득 이전에 일반 체류자격 중 하나인 F-6 비자로 거주해야한다. 현행 F-6 체류자격자에게는 초기 1년의 체류기간이 부여된다. 따라서 체류연장시 한국인 배우자의 신원보증 등 조력 해태로 인한 결혼이주여성의 법적 지위의 불안정성, 그로 인한 폭력 피해에 취약하게 노출되는 문제는 개선될 수 없다.

4. ‘권리보장 없는’ 영주자격 전치주의 도입을 반대한다.

현재 도입하고자 하는 영주자격 전치주의에는 영주자격자에게 어떠한 시민적‧사회적 권리를 부여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영주자격 전치주의를 시행하고 있는 대다수의 국가(프랑스, 독일, 영국호주, 캐나다 등)에서는 필요에 따라 거주기간의 제한을 두기도 하나, 원칙적으로 영주자격자에게 시민권자(국민)와 다름없는 사회보장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시민권 취득의 전 단계로서 이주민에게 영주자격으로 몇 년간 거주할 것을 요구하더라도 이주민이 그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생활해 나가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현재 도입하고자 하는 영주자격 전치주의 제도에는 영주자격자에게 어떠한 권리 보장을 할지에 대한 내용이 일체 누락되어 있다. 권리보장 없는 영주자격 전치주의 제도의 도입은 이주민의 안정적인 정착을 어렵게 하는 결과만 야기할 뿐이다.

다문화사회로의 이행에 발맞추어 이주민의 안전한 정착을 보장하고 사회통합을 이루어나가고자 한다면 영주자격자에게 어떠한 사회권을 부여할 것인지에 대한 범부처간 논의와 포괄적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5. 영주자격 대상자를 대폭 축소하는 법 개정을 반대한다.

법무부의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에 따르면 영주자격 대상자는 1)국민 또는 영주자격자의 배우자 및 그의 미성년 자녀 2)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의 외국국적동포 3)우수능력 보유자 및 특별 공로자 4)투자가 및 전문인력으로 한정되어 있다.

현행 법제 하에서 난민 또는 이주노동자라 하더라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여 F-2 체류자격을 소지한 채로 5년 이상을 국내 거주하면 영주자격(F-5) 신청이 가능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개정 법률안에 의하면 난민 또는 이주노동자는 아예 영주자격 신청자가 될 수 없다. 영주자격 전치주의가 도입되면 영주자격을 취득하지 못한 자는 귀화 신청을 아예 할 수 없다. 결국 개정 법률안은 난민 또는 이주노동자가 한국 구성원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전면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사회에 거주하는 대다수의 이주민은 노동 이주한 자들이다. 이주노동자들은 열악한 제조 산업 현장에서 저임금과 열악한 작업 환경을 감내해내며 묵묵히 일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한국 경제의 버팀목들이다. 이주노동자를 배제하는 정책은 이주민의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사회 불안을 야기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난민의 경우 우리나라가 비준 가입한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에 따라 보호되는 이주민이다. 한국사회에서 난민의 정주를 배제하는 방향의 법률 개정안은 국제인권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으로서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5.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법 개정을 반대한다.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에는 영주자격자에 대한 심사기준으로서 “품행이 단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현행 국적법 상 일반귀화 심사 요건으로도 요구하고 있는 사항이다. 본 요건은 그 의미가 지나치게 자의적이고 불명확하다. 불확실한 규정은 법 집행과정에서 재량의 범위가 너무 넓어져 행정행위의 예측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게 만든다. 이는 헌법상 요구되는 명합성의 원칙에 위배되며 나아가 외국인과 국민에게 입법과 행정행위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키는 결과를 야기한다.

불명확한 법 규정과 그로 인한 자의적인 행정집행이 해당 외국인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된 한국인의 삶에 얼마나 위해가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최근 외국인 지원단체를 통해 접수되었다. 한국인과 결혼하여 그 사이에서 자녀 2명을 출산하여 양육하고 있는 결혼이주여성이 귀화신청을 하였으나 불허통지를 받았다. 그 이유는 이전의 초과체류로 인한 출입국관리법 위반이 문제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해당 결혼이주여성은 이미 과태료도 이행한 상태였다.

이러한 문제를 내포한 기존 귀화심사 상의 품행단정 요건을 영주자격 심사 기준으로 만연히 도입하는 것은 그동안 지적 받아온 문제를 개선하기는커녕 확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정을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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