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시 문원초 교사 류시호/ 시인, 수필가

 [서울=동북아신문]“선생님, 우리 현주 오늘 미술 준비물 내용이 무엇인지 몰라서 못보냈는데---, 어쩌면 좋지요?” 함경도 사투리가 섞인 현주 엄마의 목소리에 “어머니, 걱정 마세요. 제가 준비해서 현주 미술수업 시킬 터니 걱정 마시고 일 열심히 하세요.” 하고 끊고 나니 지난 신학기 시작하며 중국에서 전학 온 현주가 내 앞에서 걱정을 하고 있었다.

 개학하던 날 아침, 평범한 옷을 입은 자모님과 여자애가 교실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하는 말이 “우리 현주 중국에서 지난 달 한국에 와서 한국 생활이 서툴다며 잘 부탁한다.” 하니 어리둥절했었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현주를 각별히 살피며 수업을 하는데, 발표도 잘 하고 아이들과 잘 어울리니 담임으로 기쁘기 그지없다. 우리 반 아이들한테 “현주는 한국생활이 좀 생소할 터니 여러분이 잘 도와주라.”고 하고, 그 대신에 국제화시대 현주는 중국어를 잘하여 여러분에게 중국말도 가르쳐 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현주의 아빠는 중국 조선족이고 엄마는 새터민으로 이렇게 현주네처럼 다문화 가족이 늘어가고 있는 것이 지금의 교육현실이다. 우선 도움을 주기 위해 ‘학교급식비’ 와 ‘방과 후 학교 수업료’ 면제 신청을 했다. 현주는 중국에서 한국학교를 다녀서 국어, 수학 등 학과목은 잘 하는데 컴퓨터는 처음이라고 했다. 그래서 먼저 컴퓨터부터 수강하도록 방과후 컴퓨터 교실에 부탁을 하고 현주를 보냈다.

 얼마 전 서울에서 새터민 학생 지도연수가 있기에 우리 반 현주를 이해하며 잘 지도하려고 연수를 받았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에 13,000여 명의 새터민 사람들이 보금자리를 꾸몄고, 그중에 초, 중, 고에 다니는 학생이 1,000여 명이 된다고 한다.

 새터민 연수를 받고 보니, 우리 반 현주는 중국에서 태어나고, 중국에서 공부했기에 보통 한국에 오기 전, 제 3국에서 2,3년간 제때에 수업을 못한 새터민 아이들과는 다르지만, 그들의 가족들을 이해하고 어떻게 따뜻하게 표시 안 나게 지도할까를 깊이 생각하게 해주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최근에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성격장애의 어린이도 있고, 돌발적이고 통제력이 상실되어 예측할 수 없는 어린이도 있다. 또한 편부모, 또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조부모님한테 맡겨 자라는 아이들 등 여러 가지 사유로 어울리지 못하여 왕따 당하는 것 때문에 담임들이 인성교육 차원에서 주시하고들 있다. 현주는 상황이 다른 중국에서 전학 왔지만, 왕따나 어울림에 문제가 없기에 정말 감사함을 느낀다.

 지천명에 살면서 다양하게 살아가는 제자들이 있고, 그들을 멋지게 가르쳐서 훗날 나를 기억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또한 어렵게 자유를 찾아 고국에 정착한 현주를 가르치게 되어 보람도 더 가지게 되었고, 현주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새터민 아이들 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다문화 가정이나 새터민 아이들도 모두 같은 한국인인데, 우리 모두 방치하지 말고 보듬어주면서 그들의 가슴에 지닌 아픈 흔적을 지워주고 동등한 청소년으로 잘 성장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주변에 평범하다고 방심하는 우리의 가정도 언제 어려움을 당할지 아무도 모르는데, 모든 국민들이 그들을 따뜻하게 포용할 수 있는 따뜻한 가슴을 열어야겠다. 또한 자라나는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이 지금의 행복함을 알도록 깨우쳐 주어야겠다. (참조 : 현주는 가명임)

류시호 프로필 :

호 : 경산(慶山),    시인/ 수필가

-서울 중앙대학교 졸업
-현 중부매일신문 : [오피니언]<아침뜨락>(2008~현재) 고정 필진
-현 과천시 문원초등학교 교사

-지필문학 : 시부문 등단
-한국공무원문학회 : 수필부문 등단
-전 글짓기 논술 웅변학원 원장 겸 유치원 원장(서울 중계동)

-저서(著書) :
(시와 수필집) ‘인생은 바람 같은 것인데’ 저자 (2007년 12월)
(칼럼집) ‘추억 속의 봄길’ 저자 (2006년 11월)
(시집) ‘옹달샘3집, 4집, 5집’ 공동저자 (2011년 3월-7월)
(산문)‘참! 잘했어요’문정희외 공동저자 (2010년 9월)
(시집) 꽃은 져도 향기는 남는다 공동저자 (2012년 10월)

-중부매일, 충북일보, 월간 샘터, 월간 좋은생각, 월간 에세이, 지필문학, 공무원문학,
  만다라문학 등에 칼럼, 수필, 시, 논문 등 300 여 편 발표

-수상(受賞) :
*글짓기지도 <대상>  충청북도교육감 (2010.12.20)
*농장 가꾸기 수기 <장려상> 서울특별시장(2001.11.)
*논문 발표대회<장려상> 중앙대학교총장(19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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