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정책의 홍수가 오히려 다문화 갈등을 부추겨 /곽재석(이주•동포정책연구소, 소장)

다문화 외국인정책 전담 정부 조직의 개편이 필요

[서울=동북아신문]1990년대 말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외국인은 미군, 관광객, 재외동포 및 산업연수생 등 38만 여명에 불과하였고 이들은 우리사회의 이방인으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단일민족을 전통으로 삼아 온 우리 사회에도 외국인 유입이 급속도로 증가하였고 2012년 8월말 현재 체류 외국인은 총 144만명으로 국내 총인구의 2.8%에 해당할 정도로 한국사회는 외국인과 더불어 살 수 밖에 없는 다문화 환경에 진입하게 되었다.

이미 우리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저출산․고령화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는 노동력의 질과 양을 저하시키고 소비 위축으로 국가 성장의 잠재력을 약화시키며 동시에 미래 재정부담을 급격히 증가시킴으로써 후속 세대의 부양부담 급증으로 세대간 갈등을 심화시킬 가능성마저 배태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우리 사회가 외국인 유입 등을 통하여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머지않아 경제․사회적으로 큰 충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미 정부는 국가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외국인을 유치하기 위해 다문화 외국인정책 관련 예산을 대폭 확충하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서구 선진국과 같이 이민의 역사적 경험이 없는 우리에게 있어서는 다문화 사회에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건강한 다문화사회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사회통합정책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

정부는 2009년 1,033억원(190개 과제)이었던 중앙정부의 외국인정책 관련 예산을 2012년에는 2,104억원(129개 과제)으로 대폭 확충하고 다문화이해교육강화 등 다문화가족에 대한 교육지원을 강화하고, 결혼이민자와 그 자녀의 보육•취업•의료 등 사회적응 지원 예산 및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하였다.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 다문화가족지원법 등 관련법령을 제정하고, 외국인의 국내 정착을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들을 경쟁적으로 추진하였다. 법무부는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와 출입국관리법을 근거로 하여 이민자의 한국어 교육과 한국사회의 이해를 위한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으며, 여성가족부는 다문화가족지원법을 근거로 하여 결혼이민자와 그 가족의 사회적응을 위한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제를 통하여 이민자의 생활편의 및 자립을 지원하고 있으며, 문화체육관광부는 다문화에 대한 국민과 외국인의 인식을 높이고 있으며, 교육과학기술부는 다문화가족 등의 학습지원과 학생들의 다문화에 대한 이해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적극적인 예산 및 사업의 확충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국사회의 다문화 갈등은 오히려 심화되어 가고 있는 아이러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문화정책과 사업의 홍수 속에서도 외국인에 대한 혐오주의는 매우 위험한 수준까지 와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오원춘 살인사건 이후에는 다문화에 대해 단순히 반감을 표출하는 수준을 넘어 ‘조선족척살단 모집’이라는 글이 사이버 공간 상에 공공연히 올라오는 등 집단화 및 조직화하려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만약 이러한 상황을 방치할 경우 우리도 선진국과 같이 이민자와 내국인 간의 다문화 갈등이 사회의 골치 아픈 병리현상으로 고착화되어 버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최근에 심화되기 시작하는 한국사회의 다문화 혐오주의는 리먼 브라더스사태 이후 끝이 보이지 않고 지속되고 있는 만성적인 경기악화와 매우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내국인도 먹고 살기 힘든 어려운 상황에 외국인들과의 공존이나 다문화 화합 등의 구호와 이념이 헛된 이상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실업과 기업도산이 만연한 한국사회에서 외국인들이 국민의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외국인들에 대한 집단적 혐오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 여건이 호전되어 국민들이 먹고 살기 편해지면 다문화 갈등도 좀 완화될 것 같은데 해가 바뀌는 내년 2013년의 경제전망은 여전히 어둡기만 하다. 따라서 이제 한국사회는 다문화 갈등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에 온 것 같다.

이미 이러한 다문화 갈등에 대해 다양한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단일민족의 신화에 젖어있는 국민들의 보수적 시각을 문제로 보고 시민사회의 다문화 포용성 제고를 위한 맞춤형 정책지원 방안들을 제시하기도 하고 또는 다문화 가족의 낮은 인적 수준 및 역량을 갈등의 원인으로 보고 다문화 외국인들에 대한 취업지원 및 교육, 한국사회 적응 프로그램의 강화 등을 제시하기도 한다. 저소득 저숙련 위주의 외국인 유입정책을 문제로 보고 고급인력 확보를 위한 출입국 비자정책의 개선과 지역사회의 환경 인프라 개선 등을 해답으로 내놓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대안은 많은데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점증하고 있는 한국사회 다문화 갈등 해소를 위한 핵심 해법을 잡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내년에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다. 다문화정책에 대한 전반적 재평가와 변화가 이루어 질 것이다.

돌이켜 보면 이민정책의 역사와 경험이 서구 선진국에 비하여 많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다문화 프로그램의 난립적 확산이 오히려 다문화 갈등과 그간의 많은 시행착오와 문제의 근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 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결혼이민자를 포함한 외국인의 급증과 더불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 한국사회의 다문화 외국인 사회통합정책이 사회통합에 대한 정책 개념, 목표, 기본방향 등에 대한 공감대가 없이 진행되면서 사업의 중복성, 예산의 비효율적 집행, 국민과의 역차별 논란 등의 부작용을 심화시킨 것은 아닐까?

다양한 사회통합관련 정책과 예산을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없이 정부의 각 부처들이 관련 예산을 확보하여 일방적․시혜적 지원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면서 오히려 국민들의 다문화 반감을 부추긴 측면도 없지 않다. 따라서 한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다문화 통합지원을 전담하는 정책 컨트롤타워의 개편과 서비스전달체계의 개선이 시급히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오늘날 진행되고 있는 다문화 갈등과 부작용의 불길을 잡기가 매우 어려워 질 수 있다.

균형잡힌 외국인 이민정책의 틀 안에서 결혼이민자를 포함한 다양한 집단의 외국인들에 대한 노동, 사회, 문화 등의 다차원적이고 균형잡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다문화 외국인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정부조직의 개편이 다문화 갈등 해소를 위한 정부의 우선적 과제로 추진될 수 있기를 기대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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