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길우의 수필 249>

말벌 한 마리가 꿀벌 통에 날아왔다.

꿀벌들은 당황하여 허둥댄다.

몇 마리가 말벌 주위를 맴돌며 윙윙거린다.

한두 마리가 말벌에게 덤빈다.

그러자 꿀벌들이 너도나도 달려든다.

말벌은 커다란 입으로 금방 물어버린다.

 

꿀벌들은 죽기로 싸워 보지만 당해내지 못한다.

덩치로나 힘으로나 꿀벌은 말벌의 상대가 못된다.

떼 지어 대들어도 말벌은 쉽게 꿀벌들을 물어 죽인다.

시간이 갈수록 벌통 아래에 꿀벌들이 떨어져 쌓인다.

그때쯤 말벌은 꿀벌의 집 안으로 들어간다.

그러고는 알과 애벌레부터 잡아먹는다.

힘센 자가 약한 자를 죽이고 빼앗는 것이다.

 

그런데,

말벌 한 마리를 꿀벌들이 둘러싼다.

꿀벌들은 꿀벌들을 또 덮어 싼다.

다복한 국화꽃 꽃잎송이처럼 한 덩이를 이룬다.

말벌은 겹겹의 꿀벌들 한가운데에서 꼼짝 못한다.

속의 온도는 점점 높아져 말벌은 죽는다.

말벌의 치사(致死) 온도는 44도이다.

꿀벌은 46도로 좀 높다.

말벌은 2도의 차로 꿀벌들에 의해 죽는다.

 

2도의 온도차

그것이 말벌과 꿀벌의 생사의 갈림길이다.

강자에게도 약점은 있다.

그 약점은 치명적일 수 있다.

힘없고 약한 꿀벌은 그것을 활용한 것이다.

 

이런 광경은 자연계에서 흔히 본다.

인간의 세계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지식은 지혜를 낳고

지혜는 약자가 사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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