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렬기자 글

[서울=동북아신문]그리운 사람들 간의 만남은 아름답다. 그러면, 그리움이 수십년 간 가슴에 아련히 남아 있던 사람들 간의 만남은 어떨까? 그것도 어느 날 문뜩...

지난 3월 말께 어느 날, 나는 카카오톡(KakaoTalk)과 중국 워이씬(WeChat)을 통해 무려 25년 만에 수많은 제자들과 격렬한 상봉을 했다. 제자 한 사람이 나의 전화를 알고 퍼뜨린 것이 계기가 되어 그들이 나를 찾아 정신없이 '전자문'을 두드린 것이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선생님, 제가 누군지 알만해요?", "선생님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요? 계속 찾았었는데...배귀봉이가 전화번호 알려주어 이제야 겨우 알게 됐어요!", "선생님, 하나도 안 변했어요. 더 젊어졌어요. 우린 나이 먹었는데…흐흐.", "선생님, 언제 만나요. 우리…정말 빨리 보고 싶다."…

언제부터 세상은 정말 좋아졌다. 한국 국내는 물론, 한국과 중국 사이에서도 카톡이나 WeChat이면 서로 문자를 주고받으며 재미있게 교류를 할 수 있다. 더구나 모두들 25년 만에 느닷없이 나타나 "까꽁"을 하니 그저 놀랍고, 가슴 떨리고, 흥분될 따름이다.

한국에 있는 제자들의 회장 조영현씨는 4월13일에 동창회를 하니 서울 구로동 모 식당에 꼭 와달라고 한다. 9일에 중국 가는 비행기 티켓을 사놓았다고 하니, 또 6일 저녁으로 부러 행사 날짜를 바꾸었다. 선생님이 안 오면 모임에 의미가 없단다. 내가, 정말, 누구한테 그렇게 중요한 존재였나!? 나는 자기가 의심이 됐다. 그리고, 너무 행복했다. 옛날, 교단에서 이들의 담임으로 글을 가르쳤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지 몰랐다. 이런 행운은 누구나 다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그들한테, 내가 잊혀 지지 않은 담임으로 남아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란 말인가.  

그날 제자 스무 여명이 모인 장소에서 나는 뭐라고 말했으면 좋을지 몰랐다. 옛말에 옷자락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한 고장, 한 학교, 한 학년, 또 더러는 한 개 반에서 사제 간으로 만나 몇 년을 동고동락을 해왔던 것. 때로는 욕도 하고, 매도 들이대고, 교사로서 참 미안한 일도 많이 했는데…이제 그들 나이도 마흔 서너살, 개별 제자들의 자제분은 대학교까지 갔다고 한다. 순간, 나는 그들과 같은 동년배로 함께 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제자가 갑자기 "따거(大哥)"라고 불렀다. 좌석은 삽시간에 웃음바다가 됐다. "따거, 깐버이(건배)…"하고 임명애란 여학생이 잔을 들었다. 좌석에서 "깐-버이"가 울려 퍼졌다.

자, 우리는 이제 동일한 인생의 코너에서 만나 서로 안부를 주고 받으며 살아가게 됐다. 누가 무슨 일을 하든지,  또는 누가 더 잘 살고 못 살든지 간에, 그 모든 게 중요하지 않다. 만남만으로 소중한 것이고, 옛 기억과 순정의 숨결과 서로 주고받던 정을 다시 되새기는 시간만으로도 행복한 것이다. 동창생 사이도 그런 것이고, 사제 간에도 그런 것이다. 이 세상에서 이런 인연을 갖는 것만으로도 아마 인생은 족할 것이다.…이제 나는 그들한테 또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좀, 고민을 했다. 솔직히, 옛날 같이 책임감이나 부담은 갖지 않는다. 그래도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네 동창들과 사제 간의 관계를 더 끈끈히 이어가고, 서로 안부를 주고받으며, 또 도우며, 이 세상을 더 보람 있게 사는 것만이 정답인 것 같았다.
이제 중국 대련에서도 4월 말께 저희들 동창모임을 한다고 한다. 그들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뿌듯해지고 설레인다!… 

 여의도 벚꽃축제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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