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기 홍익대 교수, 재외한인학회 춘계학술회의서 정부 비판

  5월 3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재외한인학회 2013 춘계학술회의.

[서울=동북아신문]“만 오천명도 동원하지 못하는 조직에게 재일동포 60만명을 보살피라는 명목으로 80억원을 지원하는 게 정당한가?”

5월 3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13 재외한인학회 춘계학술회의’ 첫 번째 패널에서 토론자로 나선 김웅기 홍익대 교수가 정부의 민단 지원을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대선에서 민단의 독려로 선거에 참여한 사람이 1만5,000명 미만일 것이라는 것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난 후다. 답변에 나선 발제자 최영호 영산대 교수는 “소수가 다수를 대변하는 민주주의 대의정치의 한계”라면서 “그래도 민단이 일본에서 역사성을 갖는 가장 큰 조직이기 때문에 지원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민단을 옹호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이 후원한 이번 학술회의는 사단법인으로 새 출발한 재외한인학회(회장 이진영)가 법인 출발 이후 처음 개최한 대회.

‘통일과 글로벌 시대, 민족과 국민 개념변화와 재외동포’란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회의는 △제1패널: 글로벌 시대 재외국민 정책-재외국민 보호와 권리 △제2패널: 글로벌 한민족과 다문화사회의 재외동포 △제3패널: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의 재외동포와 한민족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백영옥 명지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첫 번째 패널에서 ‘2012년 재외선거와 재일한인’이란 주제로 발제한 최영호 교수는 “재일동포는 보수적”이라며 “정주성 높은 재일동포가 여당성향이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 첫번째 패널토의. 사진 왼쪽부터 김웅기 교수, 이규창 연구위원, 백영옥 교수, 최영호 교수, 송석원 교수

‘재외국민보호와 재외국민정책’이란 주제로 발제한 송석원 경희대 교수는 “정부가 특정사례에 대한 정보를 차단하고 있어 사례연구가 쉽지 않았다”며 “재외국민보호가 세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나선 통일연구원 이규창 연구위원은 “외국에 있는 북한주민도 통일이 되면 우리 국민”이라며, “재외국민보호와 관련해 북한주민에 대한 대책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자인 백 교수는 제1패널을 마무리하면서 “국내거주 재외동포에 대한 사회안전망 구축도 필요하다”며 “재외한인학회가 이와 관련해 일시적 조력에 드는 비용이 얼마인지, 정책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할 것인지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정리했다.

두 번째 패널은 장경섭 서울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다문화가정을 위한 쌍방향 언어문화교육’이란 주제로 첫 발제에 나선 윤경주 글로벌 사이버대 교수는 “국내 다문화 인구가 140만을 넘었지만 결혼 5년 미만 조기이혼률이 60.7%나 될 정도로 높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그는 다문화가정의 조기 적응을 위해서는 “가족, 그중 남편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다문화 관련 가족프로그램에 남편이 참여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 두번째 패널토의. 사진 왼쪽부터 한승미 교수, 박준규 교수, 장경섭 교수, 윤경주 교수, 이창호 교수

‘화교, 화인과 재외국민 및 외국적동포 비교’란 주제로 발제한 이창호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조선족은 화교인가’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중국동포는 ‘화교가 아니다’라고 답하지만 ‘조선족은 화교가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조선족이 왜 화교가 아닌가’라는 반문이 나온다”면서도 “최근 조선족 젊은이들은 ‘중국인이기 때문에 당연히 화교라 생각한다’는 답변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조선족은 다양한 정치적 문화적 장들 속에서 때로는 화교 화인의 범주에 속할 수도 있고 속하지 않을 수도 있는 가변성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에, 조선족의 문화와 정체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밀도 있는 현지조사와 질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발제를 마무리했다. 제2패널의 토론자로는 박준규 한양대 교수와 한승미 연세대 교수가 참여해 활발한 토론을 전개했다.

이애리아 동경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세번째 패널에서 강희영 한양대 교수는 ‘구소련권 한인의 갈등적 정체성’이란 주제의 발제에서 “현지에서는 한국어 한국문학을 전공했던 사람이 한국에 유학 와서는 전공을 바꿔 영어로 진행하는 과목을 수강한다”며, “한국이 학문의 중간도매상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토론에 나선 홍웅호 동국대 교수는 구소련권 여성 유학생들이 전공을 바꾸는 이유를 “한국을 삶의 근거지로 선택하면서 택한 전략”이라며, “이들이 느끼는 갈등은 다문화사회로 변해가는 한국사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현실과 발전해가길 바라는 기대 사이에서 오는 것”이라고 그 실체를 규명했다.

▲ 세번째 패널토의. 사진 왼쪽부터 심헌용 연구원, 홍웅호 교수, 이애리아 교수, 강희영 교수, 이형근 원장
제3 패널의 두 번째 발제자 이형근 모스크바 삼일문화원장의 발제 주제는 ‘칼미크 고려인 소고’였다. 그는 “동유럽 유일의 불교국가인 칼미크 공화국은 인구 30여만명의 다민족국가인데 고려인이 1,300명밖에 살고 있지 않지만 고려인의 근면 성실성 때문에 칼미크사람들이 고려인에게 친밀감을 많이 가지고 있다”며, 구체적인 사례로 “칼미크 국립대가 2012년 한국어강좌를 개설해 현재 11명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군사편찬연구소 심헌용 연구원은 “칼미크의 고려인을 비롯해 구소련의 고려인이 정체성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근거가 고려인의 탁월한 농업생산 능력, 특히 벼농사 기술”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재외한인학회 이진영 회장은 학술회의 마무리 인사말에서 “이번 학술대회가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국민, 민족의 변화 현상들을 재외동포와 연관해 분석하는 귀중한 자리가 되었다”며, “앞으로도 학회가 동포와 민족, 국민이란 화두를 계속 연구해나가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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