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허영섭 글= 중국어를 가르치는 이들에게 일상에서 겪고 생각했던 몇 마디를 해보련다.

첫째, “중국어는 병음부터 배워야한다. 병음만 배우면 절반은 먹는다.”하고 중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흔히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런데 나는 틀린 말이라고 본다.

중국어 병음이 생겨난 이유부터 따져보자.

1) 중국 한자는 뜻 글자이고 글자 수가 또 너무 많다. 평생 배워도 다 익히지 못하는 글이 중국 한자이다.

중문학과 전공한 중국인도 어떤 한자를 못 읽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 중국 한자 사전과 자전이 생겨났고 사전과 자전에서 글자를 찾아 읽을 때 통일발음법—병음이 필요했던 거다. 다시 말하면 병음은 중국어를 구사할 줄 아는 중국인 상대로 만들어진 것이다.

2)중국은 땅이 넓은 것도 있지만, 지방 방언 또한 엄청 많다. 같은 절강성내에도 서로 틀린 언어, 서로 알아듣지 못하는 방언이 열 가지가 넘는다. 전라도와 경상도 말씨가 서로 다른 정도가 아니다. 같은 글자를 엉뚱하게 읽으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기타 성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니 언어를 통일해야 할 필요성이 심각했던 거다.

위와 같은 필요성으로부터 병음이 만들어졌다. 다시 말하면 중국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을 상대로 만든 것이 병음이다. 그런데 평생 중국말을 한마디도 모르는 외국인이 병음을 알면 중국어 절반 먹는다는 건 당연히 맞지 않는 이야기다. 꼭 병음부터 배워야 할 필요성도 없다. 거꾸로 중국어를 좀 배운 후 병음에 들어가면 효과가 더욱 좋다. 중국인에게 가르치는 방법으로 한국인에게 병음을 가르치면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

예를 들어 이야기한다. 병음 ‘b’ 를 “버”로 읽을 것인가, 아니면 “뻐”로 읽을 것인가? 당연히 중국인들은 “버’로 읽는다. 그런데 실지 한자 발음을 할 때는 ㅂ일 때도 있고 ㅃ일 수도 있다. 자기들이 알아서 정확한 발음을 낸다. (粑粑=baba=바바),(爸爸=baba바바)병음으로 보면 똑 같다. 외국인은 당연히 같은 발음을 한다. 중국어를 아는 사람이 들으면 배 그러안고 웃는다. 누구 잘못인가? 병음이 잘못한 거다. 중국어를 모르는 외국인이 이걸 어떻게 판단한단 말인가?

병음 ‘d’도 마찬가지이다. 打,答,达,大,병음으로는 모두 “da’ 로 표기되나 실지 읽을 때는 선자 3개는 “다”로 발음하고 마지막자는 “따” 로 발음하게 된다. 병음의 수많은 문자 발음이 이렇게 애매하다.

그러니 병음 가르치는 선생님은 병음을 모르는 중국인에게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법칙을 자기부터 먼저 터득한 후 한국인에게 가르쳐야 한다.

둘째, 중국 한자 발음을 가르칠 때 병음 맞춤법식으로 한글을 집어넣는다. 예하면 到=dao=또아오, 또는 따오, 好了=hao le=호아오 러, 또는 “하오 러” 하고 모두 이렇게 가르친다. 정작 중국인과 맞서 대화를 하면 중국인이 못 알아듣는다. 거꾸로 아예 “또ㄹ러”, “호ㄹ러”하면 쉽게 알아듣는다.(ㄹ한개 더 기록한 이유는 “러”의 된소리음을 내야한다는 뜻이다.)

중국인이 정확한 발음을 할 수 있는 건 병음 연쇄음법을 잘하기 때문이 아니다. 병음 배우기에 앞서 그 발음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병음 연쇄음을 붙여 정확한 발음을 낸다는 건 엄청 어려운 일이다. 중국 사범대학교 본과에서 다시 북경어 발음을 배울 때 여러 가지 기구들을 이용하면서 병음연쇄 발음법을 정확히 배우는데 “예를 들면 到=dao=또아오”이다. 100명 중국학생중 정확하게 발음법을 하는 이 몇 안 된다. 재미있는 건 길림사범대학교 병음 발음법 가르치는 선생님 두 분 입모양이 다 비뚤어졌다는 사실이다. 얼마나 힘들게 연습했으면 저렇게까지 되었을까?

그러니 중국어 초보자인 한국인에게 병음연쇄발음법으로 가르치는 건 맞지 않다.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셋째, 한민족이 다른 민족의 언어를 배울 때는 꼭 아무리해도 안 되는 발음에 부딪치게 된다. 너무도 안 되어 여러 번 되풀이 하다 보면 귀까지 잘못돼 본인 발음이 선생님 발음과 같은지 분간조차 되지 않는다. 무턱대고 여러 번 따라 읽으라면 꼭 귀의 판단능력을 잃어 버리게 만든다. 그 다음부턴 자기 발음이 틀렸는데도 맞다고 우긴다. 선생님이 귀를 망가 놓았는데 누굴 탓하랴.

아래위 입술, 아래위 이, 아래위 입천장, 혀바닥 형태, 심지어 목줄기 형태까지 정확하게 짚어 주면서 가르쳐야 한다. 가능하면 발음 교수에 필요한 간단한 기구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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