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천시 서쪽 켠의 한 섬-

[서울=동북아신문]필자는 김훈의 역사 소설 '남한산성'을 보고 민족적 양심(?)의 감흥을 받아 언젠가는 강화도를 방문하리라 벼르고 있었다. 마침 기회가 왔다.

▲ 강화도엔 처참한 항쟁과 피눈물의 역사를 말해주는듯 민족 인물들의 묘비가 수풀처럼 세워져 있다

그것도 그럴 것이 강화도는 대한민국과 한반도 그리고 한국인의 처참할 정도로 비참한 고뇌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섬이기 때문이다. 항쟁과 실패, 포로, 학살의 역사가 대를 이어 점철된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비운의 역사를 한국은 전에는 부끄러움(?)에선지, 사람들께 널리 알리려 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오늘 한국의 발전과 국제 위상이 상행선을 그으며 올라갔다.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의식도 달라진 것 같다. 어느덧 부끄러움보다 옛적의 아픔과 상처를 과감히 드러내 놓고 이를 다시 애국주의 교육과 역사의 교훈을 찾는 유익한 교육장, 관광지로 발전시키고 있지 않는가.

한국역사의 초년생(중국에서 못 배움)이 보더라도 참 잘 하고 있는 듯하다.

▲ 출항준비를 서두르는 석모도행 큰 여객선. 차도 사람도 모두 탈 수 있어 여행이 편하다.

필자의 첫 코스가 배를 타고 석모도로 가는 길이다. 자동차와 사람을 함께 싣는 큰 배였다. 찰랑이며 잔파도 이는 서해바다의 물결위로 "휘, 휘!" 소리를 내는 갈매기떼들의 날갯짓이 바람에 부채질 하듯 시원이 안겨오는 듯했다. 어느새 갑판위로 무리지어 몰려든 갈매기떼들이 마치 함께 출항하는 전우인양 의기양양해 사람들 주위를 낮게 날고 있었다.

물결을 가르는 뱃전에 서 있노라니 김훈의 글발이 떠올랐다.

“흰 갈기를 날리며 휘날리는 물살은 출정하는 군마처럼 우우 함성을 지르며 명량해협을 빠져나가 목포 쪽으로 달려간다.” 생동하고 멋 드러진 묘사이다.

“그들의 언어는 새파랗게 날이 서 있었다.”

나는 무딘 언어로 이글을 쓰지만 명작가 김훈씨는 새파랗게 날선 필치로 ‘남한산성’이란 수난의 역사를 잘 기록해 감동을 더하여 주었던 것이다.

▲ 힘찬 날갯짓으로 두려움 없이 배와 사람들 속으로 모여드는 갈매기떼들이 필자의 카메라 렌즈에 잡혔다.

아래 강화도의 주요 역사시기에 큰 사건들만이라도 보기로 하자.

삼국 시대 - 한강의 관문이라는 특성상 백제와 고구려의 주요 전쟁 접전지중 하나,

고려 시대 - 몽골 제국과 전쟁을 위해 도읍을 강화도로 옮긴 39년의 고려왕국의 피난사. 그 와중에도 유명한 한국의 팔만대장경을 조판한 곳이 바로 강화도이다.

조선 시대 - 한강의 길목에 위치한 강화도가 수행하는 국방의 역할이 더욱 중요. 도호부로 승격. 그리고 연산군, 광해군 등 유배지로도 유명.

조선 후기 - 1866년 프랑스 함대가 쳐들어 온 병인양요, 1871년 미국 함대가 공격한 신미양요, 1875년 일본 함대가 공격한 운요호 사건 등 열강의 침략과 패전을 뒷꼬리로 불평등조약으로 이어진 가슴 아픈 역사의 땅이기도 하다.

 

 

▲ 오늘의 강화도와 북한 국경사이, 이곳 만경대가  북한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한국 땅이라 한다.

특히 김훈의 ‘남한산성’에 묘사된 것처럼 인조가 청나라군이 쳐들어 온다하여 피신하려던 곳이 바로 강화도였다. 당시 왕족과 가솔들을 먼저 강화도로 보내고 인조가 뒤따라 나섰는데 갑자기 들이닥친 청군에 의하여 강화도로 가는 피난길이 막히게 된다. 할 수 없이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피난처를 옮기게 된다. 거기서도 포위를 풀지 못하고 외로운 항쟁을 하다가 침략군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왕과 신하 모두가 투항하여 산성을 나온다. 필자는 남한산성 방문 때, 그때 투항하여 청국 군주에게 머리를 9차례 조아려 절하던 그 성문에서 이름 모를 감회를 느꼈었다.

▲ 강화도로 피난 가려던 인조가 남한산성으로 피난 갔다가 항복하여 청국군주앞에 9번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이 대형 석판에 조각되어 관람되고 있다.

그리고 그때 강화도로 피난 갔던 왕족과 식솔들도 모두 포로가 되어 강화도를 나오고, 또 수천수만의 인질과 포로들이 청나라로 잡혀가게 되는 수난의 역사가 이어진다. 이 강화도 땅을 밟으니 비록 책에서 본 역사이지만 밀려오는 푸른 파도와 함께 그 때의 장면들이 물결처럼 아련하게 떠오른다. 그 수많은 인질, 포로들은 오늘의 우리 조선족과 아무 연관이 없었을까? 아니면 몽땅 한반도로 돌아왔고 또 아니면 대륙에 동화되어 버렸을까?

역사는 아이러니컬하다. 그처럼 200여년간 청나라를 세우고 대륙을 통치하며 막강한 힘을 자랑하며 한반도를 쥐락펴락하던 강대민족 만족은 지금 부는 바람에 나부끼는 촛불처럼 대륙에서 약화되어 갔다.

파도처럼 엎치락뒤치락 뒤쳐지는 역사를 보면서 오늘의 대한민국의 발전이 그처럼 경이롭고 기적같이 느껴지는 것이 어디 두만강 넘어 어느 디아스포라 이민자 한 사람만의 심정일까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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