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사장 이승률

[서울=동북아신문]1. TPP 결성과 한국정부의 입장

아시아·태평양지역공동체 형성에 대한 공감대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이다.

TPP는 미국이 주도해 일본, 호주, 싱가포르, 베트남, 멕시코 등 12개 태평양 연안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으로, 현재 TPP 참가국의 경제규모를 합치면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경제의 38%(27조달러)를 차지하고 있어 TPP가 실현된다면 유럽연합(17조달러) 보다 큰 세계 최대 자유무역권이 출현하게 된다.

2010년 3월부터 올해 8월까지 총 19차례 공식 협상이 개최되었고, 지난 8월 23일에는 연내 타결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국내에서도 더 늦기 전에 참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마침 지난 9일 ‘박근혜 정부가 TPP에 참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다음날 기획재정부는 ‘실무준비가 덜 됐다.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최근 산업통산자원부가 TPP국제세미나를 주관하고 TPP를 주제로 한 전문가 회의를 연이어 개최하는 등 TPP 참여 여부 검토를 본격화하고 있는 듯하다.

그동안 한중일 FTA 타결을 목표로 진행되어 온 한중일 경제통합은 각 국가 간 이견이 커서 먼저 한-중, 한-일, 중-일 양자간 FTA논의에 주력했왔다. 지난주 한국과 중국이 FTA 협정 체결을 위한 1단계 협상을 마무리하며 한중 양자간 FTA에 진전을 보이고 있는 반면 TPP 참여를 선언한 일본이 한·일 FTA 협상에 소극적인 데다, 한국 역시 역사문제 및 독도문제 등으로 국민감정이 악화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아예 FTA 협상 시도를 꺼리고 있는 정황이다.

이런 시점에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TPP가 결성단계에 이른 듯해 보이고, 한국이 TPP 정식 협상 참가국으로 합류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9-10월중에는 TPP 참여 선언을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자 박근혜 정부가 태도를 바꾸어 전향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미국 주도의 TPP를 ‘중국 포위망’으로 인식하고 거부감을 표시해 온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해 한국은 미국의 TPP 참여 요청에도 대답하지 않았지만 지난 5월 중국이 TPP 참여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그 부담을 덜었고, 또한 FTA에 관한한 우리에게 뒤쳐져 있는 것 같은 일본이 올해 초 TPP 협상국 자격으로 공식 참가하면서 분위기가 전환되었던 것이 한국의 TPP 참여 결정에 급물살을 타게 했다는 분석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시아를 무대로 미국과 중국이 안보경제문제로 충돌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중국과는 한중 FTA를 체결하고 미국, 일본과는 TPP를 체결해 균형을 맞추겠다라는 전략적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2. 한중일 FTA의 미래지향적 확대발전 방안

그동안 본 연구재단에서는 한·중 또는 한·일 양자 FTA 기반 위에 한중일 다자 FTA를 성립시키고, 이를 기초로 해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경제통합을 목표로 하는 TPP에 참여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 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하는 동아시아 자유무역경제권 확대방안이 된다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그런 의미에서 TPP 결성이 본격화되며 동아시아경제공동체 형성이 가시화 되고 있는 이 시점에 역내 핵심축인 한중일 3국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기반이 되어야하기 때문에 차제에 한중일이 다시한번 협력하여 TPP의 선도적 위치에 서게 하는 전략이 매우 절실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러한 전략을 입체적으로 다면화하고 내실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대책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말해 지역경제공동체 즉 한중일 3국을 중심축으로 삼는 동북아경제공동체를 구축하는 방안이 급선무라 할 수 있다. 이 동북아경제공동체가 동아시아공동체사회의 중추핵심지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안하는 전략적 대안은 다음과 같다.

1단계 : 각종 현안 문제로 연기되어 있는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조속히 정상화하여 한중일 다자 FTA 협력에 대한 기본 틀을 구성한다.

2단계 : 한중일 3국이 중추역할을 감당하면서 동북아 주변국들과의 경제권 확장 및 유대강화를 위해 러시아, 북한, 몽골 등을 참여시켜 실질적인 동북아경제공동체 기본체제를 구성한다.

3단계 : 이렇게 구성된 동북아경제공동체 기본체제를 미국이 주도하는 TPP와 연계시켜 제도화함으로써 아시아·태평양지역경제권이 명실공히 세계적인 메가경제협력체(Mega Economic Cooperation)로 거듭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런 방식으로 한중일 3국협력체제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제로 확대발전하는 모양새을 갖추며 TPP라는 글로벌다자협력 최대기구를 구축하게 될 때, 그 중심에 한국과 한반도가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전략의 핵심가치이다.

3. 한국의 역할 고민과 우리의 향후 진로

그렇다면 이러한 제안이 현실화되게 하기 위한 한국의 역할을 고민해봐야 한다. 현재 동아시아 지역은 주변 국가 간에 분쟁과 대치국면이 얽혀 있는 냉전적 상황에 버금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작금의 갈등과 대립의 질서를 상호 존중과 공동번영을 위한 협력의 질서로 전환시키는 중재자 역할이 필요한대, 그 역할을 할 만한 중립적, 중도적 국가는 누구일까?

여러 차례 강조한 바이지만 미·중간 대립과 중·일간 갈등의 틈바구니에 끼어 있는 한국이야말로 선진국과 신흥국의 가교역할을 하면서 이 지역협력의 중재와 조정 기능을 감당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본다. 더군다나 한국은 북한이라는 핵무력 군사정권을 머리에 이고 있는 분단국가이기 때문에 주변국들과의 공조를 활용하여 자신의 문제(안보 및 통일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 양날의 칼위에 서있는 국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 보다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주변국들과의 경제안보협력체제를 형성할 필요가 있으며, 이때 한중일 FTA 결성과 TPP 참여 등은 이러한 난국을 돌파하는데 긴요한 매개적 창(Frame)이 될만 하며, 나아가 그 일을 선도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자신의 역량과 주변국의 핵심이익을 공히 배가시킬 수 있는 태풍의 눈과 같은 기회를 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역내 질서 변화를 통해 지역공동체 사회의 미래를 새롭게 열어가는데 있어서 주변국들과 짜임새 있는 경제·외교·안보 협력제체에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우리 스스로 자각해야 하겠다. 또한 신흥대국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러시아 푸틴정부의 신동방정책을 적극 활용하여 한반도 연계사업(대륙철도, 가스관, 전력망 공급 등)을 활성화 시켜나가는 신북방경제외교전략을 구사함으로써 미·중간, 미·러간, 중·러간 세력 균형을 맞추는 일에 린치핀(Linchpin)과 같은 역할을 감당하도록 자신(한국)의 몸값을 업그레이드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북한이 자연스럽게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동참하도록 유도하고 지원함으로써 북핵문제를 극복하고 궁극적으로 한민족 통합과 한반도 통일을 이루는 길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 박근혜 정부가 추구해 나가야 할 역사적 과제라고 본다.

이와 같이 한국이 미중일러 등 한반도 주변국가 간에 얽혀있는 분쟁과 대치국면을 해소하고, 상호협조를 통해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유도하는데 중심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면 이러한 리더십은 동아시아 지역 핵심국가로 나아가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 창업국가형 모델이 되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한국이 TPP에 참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는 공식발표가 있었는데, 물론 이 일은 여러 계층의 충분한 토론과 검토를 거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일이지만 그렇다고 눈앞에 다가온 절호의 기회를 남의 일처럼 방치하거나 미루어서도 안 된다고 본다.

세계화시대 지역경제블록화(化)의 한 유형인 FTA(자유무역협정)가 확산되면서 급기야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라는 급물살이 한반도를 덮치고 있는 이때 우리가 세계경제질서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가는 일에 동참하지 않고 정체하거나 퇴보한다면, 이는 곧 우리 자신(한국과 한반도)을 스스로 소외시키는 일이 될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박근혜 정부의 향후 대외경제정책 수립에 매우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며, 나아가 잘만 하면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한반도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협력구상’에도 공히 부합되어 통일경제와 다자협력 안보를 함께 아우르는 포괄적인 시너지를 거둘 수 있는 대안이라고 믿어진다. 이러한 대단위 광역경제안보세력권의 신질서를 구축하는 일에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 발휘되기를 기대한다.

2013. 9. 13

[저작권자(c) 평화와 희망을 만들어가는 동북아신문,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