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여고 졸업 후 단발머리가 깃털처럼 자랄 때 서울에서 문학동인 활동하면서 미스 김으로 만난 구루터기 아내. 서로 무엇이 좋았을까. 단발머리 달랑거리며 청바지와 장발의 허접한 스무살 총각인 나를 만났다. 지난 1983년 서울 영등포역 밤 10시 30분 호남선 야간열차를 우연히 함께 타게된 것이 ‘부부’의 길로 영원히 가게되었다.

그런 철 없던 아내와 함께 부부란 길을 걸어간지 어언 27년이다. 아내한테는 몇 개의 직함이 따라 다녔다. 수필가, 성악가, 화가, 수공예가(뜨게질) 등이다. 지난 1993년 저 유명한 동요 ‘과수원 길’의 동화작가 박화목 선생님 추천으로 수필가로 등단한 이후 책을 4권 발행하는가 하면, 여고시절부터 좋아하던 노래 시작하여 잘은 못불러도 성악가란 명칭을 듣고 활동하고 있다.

아내는 소녀시절부터 줄 곧 그리던 그림공부에 전념 수십 점의 작품을 그리는가 싶더니 지난해 11월에는 ‘대전 둔산 토지사랑 갤러리’에서 ‘여운전’이란 미술작품전시회를 가지기도 했다. 언제인가 개인전도 하겠다는 야무진 포부에 오늘도 대전 중구 문화동 ‘구루터기 갤러리’ 이젤 화폭에 여심을 그려내고 있다. 

어린 10대시절부터 친정집에서 꾸준히 배우던 뜨개질을 잘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는가 하면 이제는 주문을 받아 수공예품 특약판매까지 한다. 주로 하는 수공예 작업은 장갑, 모자, 옷, 가방 등이다. 한 가지 작품에 착수하면 1주일에서 15일이면 완성을 한다.  

아내의 애장품 제1호는 역시 내공과 수공이 많이 들어간 수공예품을 들고 있다. 자신이 뜬 가방하며, 모자, 장갑, 옷 등이다. 나하고 가깝게 지내는 분들에게 모자와 장갑 등을 선물한 바 있다. 지금도 아내가 지니고 다니는 웬만한 의상과 가방, 모자는 손수 뜬 작품이다.  

애장품 제2호는 그림작품이다. 그간 그린 여러점 그림작품에는 그간 아내의 열정과 사랑이 가득 들어있다. 주로 유화를 그리는데 문화동 ‘구루터기 갤러리’ 에서 틈 나는데로 생각나는데로 중후한 40대 중년 여심을 담아내고 있다.

애장품 제3호는 노래이다. 지금도 노트북에 연결된 특수 스피커를 통하여 아침저녁으로 허밍을 하며 노래를 연습하고 있다. ‘제2의 한국판 조수미를 꿈 꾸는 철없는 40대 아줌마’는 오늘도 이웃집에서 시끄럽다고 민원이 발생할 정도로 풍부한 성량을 높이며 발성창법을 구사, 상성의 선율 성부(聲部)의 울림으로 토해내고 있다. 주로 부르는 노래는 이태리 가곡 ‘돌아오라 소렌트로’ ‘오델미오 아마토벤’ ‘ 오델미오 돌체아르’ ‘잔니스키키’ 를 비롯하여 우리 가곡 ‘그리운 금강산’ ‘선구자’ ‘눈’ 봄처녀‘ ’시월 어느 멋진 날에‘ 등이다.

마지막으로 아내의 애장품 제4호는 나와 함께 쓴 수필집 ’부부‘등 4권의 책이다. 아내는 앞으로 자신이 살아온 풋풋한 삶을 녹녹하게 담은 내용의 수필집을 낸다고 야무지게 작품을 쓰고 있다. 어느 날 자신의 수필집을 낼 때 아내는 성악발표회와 미술전시회, 수공예품전시회를 겸한 4가지 합동발표회를 갖겠다는 포부도 있다.  

아내의 명품은 수공예품과 그림작품, 성악, 책사랑이라고 한다. 언제인가 외식을 하면서 진지하게 물었다.  

 “여보 진정한 당신의 애장품 제1호가 무어요?”

 "그대와 나의 사랑에 증거. 딸 둘과 아들 하나가 이 세상 어느 애장품에 비할까요?"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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