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얼마 전 연변 주 인대에서는 매년 9월 2일을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조선어문자의 날’로 결정한다고 반포하였다. 기꺼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연변은 예로부터 많은 조선족들이 본 민족의 언어와 문자로 사업을 하고 생활을 하면서 연변의 경제사회발전과 민족단결진보사업에 지울 수 없는 기여를 해 왔고, 또 지금도 그렇게 해나가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조선어문자의 날’을 제정한 것은 전 사회적으로 조선민족의 언어습관을 존중하고 조선민족의 언어문자를 발전시키고 조선민족의 우수한 문화와 민족전통을 전승, 고양하며 나아가 민족특색의 경제를 발전시키는 등 면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은 조선어란 언어가 있어 조선족이요, 우리의 문자가 있어 조선족이다. 또 우리의 언어와 문자가 있어 연변은 조선족자치주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말과 우리글에 대한 긍지를 안고 우리말과 우리글의 존엄을 지켜가야 하며, 민족적 자부심을 안고 우리말과 우리글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힘 다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민족자치 깃발아래 어느덧 62년이란 빛나는 연륜을 새겨 왔다. 1952년에 자치주가 창립된 뒤 연변에서는 조선어문자의 사용과 발전을 보장하기 위해 ‘연변조선족자치주 조선어문자사업조례’를 제정하고 조선어문자 규범화에 관한 조치도 내놓았다.  

그러나 시장경제의 도래와 더불어, 민족대이동이 시작되고, 또 우리가 처한 2중 언어의 환경으로 하여 우리말과 우리글의 사용은 점차적으로 무색해지기 시작했고, 지어 “조선어무용론"까지 다시 머리를 시작했다.  

당정기관, 사업단위, 공장, 광산, 학교 등에서 회의 시 우리말을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다. 심지어 조선족만 있는 단위에서도 회의 때마다 한어로 하는가 하면, 한족이 한 둘만 있어도 조선말로 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해마다 정례적으로 여는 인대회의, 정협회의 때에만 우리말로 하는 ‘정부사업보고’와 ‘인대사업보고’ 들을 수 있게 되지만, 소조토론은 천일색인 한어이다.  

좋은 정책, 좋은 조례, 좋은 조치들은 우선 당정 기관 간부, 사업단위 책임자, 공장장, 원장, 교장 등 지도자들에 의해 구체적으로 시달되고 집행된다. 그런데 그들에게 자치법, 자치조례에 대한 견해와 인식이 모호하고 민족적 자각과 책임감이 결여되어 있다면 아무리 좋은 정책과 조례, 조치가 있다고 해도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이 고장은 민족자치구역인데도 공무원 모집 조건에는 늘 한어를 능숙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조목이 따라 다닌다. 물론 이해가 가는 조목이지만, 대학을 나와도 아직 한어가 서툰 조선족청년들이 많은 것만큼, 그들도 공평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민족자치지구에서 사업하려면 우리말을 잘 구사하는 사람이 우세할 때가 많다.  

그런데 한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아주 우수한 청년들이 공무원모집에서 불리익을 당하거나 낙방된다면, 이는 분명 조선어를 한어와 동등한 위치에 놓는다는 자치법과 자치조례에 어긋나는 일일 것이다.  

중앙의 민족자치 법에 따라 대학시험도 우리 글로 치러 북경, 청화 등 명문대에까지 입학할 수 있는 데, 공무원 모집 조건에 소수민족을 배려하는 조목이 없다면 이는 편파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조선어문자의 날’이 지정됐다고 하여 상술한 고질병이 인차 고쳐지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조선어문자의 날”은 우리의 모든 지도자, 사회인, 지성인 그리고 일반 시민들에게 우리는 민족자치구역에서 사업하고, 생활하고 있고, 우리말 우리글은 아주 훌륭하고 쓸모 있는 것이라는 것을 명기하도록 편달 할 것이리라 믿어마지 않는다.  

바로 이것이 ‘조선어문자의 날’의 의미가 아닐까?

(조글로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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