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봉 기자의 삼다도 제주 탐방(6)

▲ 드라마 올인에 나왔던 교회세트장을 배경으로 섭지코지의 유채꽃밭에서 포즈를 취한 본지 이화진 국장.

[서울=동북아신문]성읍민속마을은 제주의 옛 모습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제주도는 조선초기에서 일제식민지시기에 이르는 동안 행정구역이 제주목, 정의현, 대정현으로 나뉘었다. 성읍리는 세종 5년(1423) 정의현청을 성산읍 고성리에서 이곳으로 옮긴 이래 1941년 군현제가 폐지될 때까지 500여 년 동안 현청 소재지였던 곳이다.

성읍민속마을은 마을 전체가 국가지정 중요민속문화재로 지정될 정도로 유·무형문화재가 산재되어 있다.

유형의 문화유산으로는 이 지역 특유의 민가들을 비롯하여 향교, 일관헌(동헌) 등 옛 관공서,돌하르방, 성지, 연자방아 등이 있고 무형의 문화유산으로는 제주도 중산간지대 특유의 민요, 민속놀이, 향토음식, 민속공예, 방언 등이 풍부하게 남아 있다.

성읍민속마을은 아직도 주민들이 옛 생활방식대로 504가구나 거주하면서 마을을 소개하는 가이드까지 겸하고 있다. 우리를 안내했던 여성은 관광객이 왔을 때 반별로 돌아가며 한 가구만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의 풍물을 소개하며 “한 집에 부엌이 하나인데도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각각 밥을 해먹는다”며 그 이유를 “자립심을 키워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주도의 대표적인 풍물 중의 하나인 정낭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제주도의 대문인 정낭은 3개의 구멍에 막대기 3개로 이뤄져 있다. 정낭에 나무가 하나도 걸쳐 있지 않으면 집에 사람이 있다는 표시고, 하나만 걸쳐 있으면 집안에 사람이 없지만 곧 돌아온다는 의미, 두개의 정낭이 걸쳐져 있으면 오늘 중에 돌아온다는 표시, 세개의 정낭이 모두 걸쳐 있으면 집에서 먼 곳으로 나갔다는 표시다.

▲ 디지털통신의 효시라고도 일컬어지는 정낭.

가이드는 ‘알았습니까’를 뜻하는 제주도 사투리 ‘알았수까’와 그에 대한 답 ‘알았수다’를 가르쳐 주고는 이것 저것 설명하면서 “알았수까”를 반복했다. 그러면 우리 모두 “알았수다”라고 답했다.

성읍민속마을은 옛 모습을 그대로 지키는 대신 오미자 발효액, 말골(骨) 등을 관광객들에게 판매해 생계를 유지한단다. 우리는 오미자 발효액도 한잔씩 마셔봤다. 일행 중 신혼부부가 오미자 한 세트를 구입했다.

성읍민속마을 다음 일정은 일출랜드.

일출랜드는 제주 동부지역의 생태 문화체험 관광을 위한 테마파크. 5만여평의 대지위에 제주 야생화 현무암 분재정원, 선인장 온실, 화석원, 제주 종가집 초가, 조각의 거리, 아열대 산책로, 돌하르방 코너, 비석거리, 수변공원, 포대화상 등을 조성해 놓았다. 특히 지하의 신비를 간직한 자연동굴인 미천굴까지 있어 다양한 볼거리를 가지고 있다.

미천굴 앞에는 분수대가 있었다. 분수대 광장에서 헬멧을 쓰고 높이 뛰는 놀이를 하다 헬멧을 땅에 떨어뜨릴 뻔 했다. 일행중 기자만 헬멧을 쓰고 미천굴에 들어갔다. 굴은 그렇게 길지는 않았지만 물방울이 많이 떨어져 헬멧을 쓰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굴에 들어갔다 나오느라 다른 사람들에게 뒤떨어졌기 때문에 부지런히 걸어서 따라잡았다. 우리는 고릴라를 닮은 돌하르방 옆에서 돌하르방의 표정을 따라하며 사진을 찍었고, 산책로를 걸으며 깊은 사색에 잠겨보기도 했다.

일출랜드는 SBS의 예능 프로그램인 ‘런닝맨’의 촬영지이기도 했다.

다음 일정은 섭지코지.

섭지코지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리에 있는 해안이다. 신양 해수욕장에서 2㎞에 걸쳐 바다를 향해 길게 뻗어 있다. 섭지란 재사(才士)가 많이 배출되는 땅이란 뜻이며 코지는 곶을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 예전에는 섭지코지 가까이 있는 성산일출봉이 제주도 최고의 관광지로 꼽혔으나 요즈음엔 섭지코지를 더 쳐준다는 느낌이다.

일출봉의 아름다운 경관을 보기 위해서는 봉우리까지 올라가야 해 접근이 쉽지 않지만 섭지코지는 해안을 따라 가는 길 내내 볼거리가 많아서일 듯.

섭지코지는 그림 같은 언덕과 푸른 바다의 조화가 빼어나 제주도에서 영화나 드라마 배경으로 가장 많이 등장한 곳이기도 하다. 영화 ‘단적비연수’, ‘이재수의 난’, 드라마 ‘올인’ 등이 섭지코지에서 촬영되었다. 특히 드라마 ‘올인’에서 여주인공인 송혜교가 생활했던 수녀원 세트장과 드라마 기념관인 올인하우스가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우리가 갔을 때는 유채꽃이 활짝 피어 있어 모두들 성산 일출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여러 컷 찍었다.

섭지코지를 마지막으로 우리 일행이 이번 여행에 예정된 기본 일정은 다 마무리가 되었다. 공항으로 향하는 길에 운전기사는 “일출랜드, 선녀와 나무꾼 같은 테마파크가 제주도에 300개나 있다”고 우리를 놀라게 했다.

제주도에 아무리 자주와도 ‘제주의 볼거리는 끝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운전기사는 시간에 여유가 있는지 특별서비스로 우리를 도두봉이란 곳으로 데리고 갔다. 도두봉은 제주국제공항 근처에 있는 해발 67미터의 작은 오름이다. 운전기사는 “도두봉이 신제주와 구제주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공항에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모습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이 기가 막힌 곳”이라고 설명했다.

도두봉 정상에는 저녁 바람을 즐기려는 듯 많은 제주 주민이 모여 있었다. 기사는 “맑은 날 이곳에서 보면 한라산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고 했으나 이날은 날이 흐려 한라산은 잘 보이지 않았다. 도두봉은 기사의 설명대로 사방이 탁 트여 전망이 좋았다. 제주에는 이렇게 지역 주민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비경이 곳곳에 숨어 있다.

도두봉을 내려가 우리 일행은 기념품점을 들려 가족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 첫날 도착해 저녁을 먹었던 해녀식당에서 전복죽으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모두들 발걸음 가볍게 제주공항으로 향했다. 

▲ 이번 여행 일정에 함께 했던 모든 사람이 도두봉옆 바닷가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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