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률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사장 /연변.평양과기대 대외부총장

[서울=동북아신문]아침에 눈을 뜬후 오늘은 공휴일인데 무엇을 할까 잠시 생각하다가 그냥 먹고 노는 무위도식형 공휴일이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어떤 분노같은 각성이 치밀어 올랐다. 국가 차원에서도 그렇겠지만 개인적으로도 정신적 건강을 위해 무엇인가 특별히 의미 있는 개천절을 보내고 싶어졌다.

나는 아침 식사를 마치는 대로 집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이렇게 꼬셨다.

"오늘 개천절인데 우리 강화도 마니산에 가서 기도하고 옵시다. 거기가면 좋은 구경꺼리도 있을거고 갔다오는 길에 강화농업센타에 들려 약쑥 좌훈체험도 하고 또 풍물시장에 들려 생선회도 먹고 오면 짱 아니겠소?"

아내도 내가 무슨 뜻으로 이러는지 잘 이해하고 있었기에 쉽게 동의해 주었다. 10시경 집을 나섰는데 김포에서 강화가는 제방도로가 몹씨 붐비고 길이 막혀 12시 반이 지나서야 '마니산 국민관광지'에 도착했다.  
▲ 마니산 국민관광지 입구 전경   관광지 입구에는 '제7회 강화 마니산 개천 대(大)축제'라는 대형 아치가 세워져 있고, 광장 안에는 '농산물 큰 잔치'라고 쓴 현수막과 함께 수십개의 천막 부스가 설치되어 각종 특산물을 선 보이고 있었다. 행사 안내를 하는 마이크 소리, 상품 소개를 하며 호객하는 농민들과 알바 아줌마들의 고함소리, 가족들과 함께 와서 신나게 떠들며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등이 한데 어울려 광장은 시끌벅적한 가운데 생기가 넘쳐났다.

▲ '환단고기' 도서 판매대
그런 가운데 나의 관심을 특별히 이끈 것은, 광장 초입에 길게 가판대를 설치해 놓고 '환단고기(桓檀古記)'라는 두꺼운 책을 잔뜩 쌓아놓은채 이와 관련된 여러 종류의 소책자들을 함께 끼워서 책을 팔고 있는 증산교 및 상생방송(STB) 관계자들의 열띤 모습이었다.
그들은 내가 조금 관심을 보이자 내 손을 끌다싶이 하며 단군조선에 관한 질문서 작성과 함께 증산교에서 번역 발간한 '환단고기' 책자의 국민보급운동에 참여해달라는 서명을 요청해왔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관계자 한사람에게 이렇게 말했다.

"실은 환단고기에 있는 '단군세기(檀君世紀)'의 저자가 나의 20대 선조이신 행촌(杏村) 이암 선생이며 나는 이 분야에 남다른 식견을 갖고있는데 그것은 증산교에서 발간한 책의 내용과는 사뭇 다른것이오 그걸 참작해 주시면 고맙겠소"

그들은 나를 놀랍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그럼 연락처라도 남겨 주시면 후일 본부에 연락을 취해 선생님을 한번 찾아뵙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그것까지는 뿌리 칠 수 없어 사무실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 준 다음, 떡집 부쓰앞에서 빨리 오라고 손짓하며 기다리고 있는 아내 곁으로 뛰어갔다. 거기서 쑥떡 송편을 몇개 먹는걸로 점심 요기를 대신하고 우리는 곧 바로 마니산을 등정했다.



▲ 마니산 참성단으로 오르는 가파른 돌계단
'계단로' 2.2km라고 적혀있는 이정표를 따라 가파른 능선을 타고 올라갔다. 많은 등산객들이 오르고 또 내려왔다 우리 두내외는 평상복 차림이었으며 구두도 일반화였다. 애초부터 등산이라 생각지 않고 그냥 산책하러 간다는 정도의 의미로 길을 떠났기 때문에 2킬로 남짓한 계단로를 오르는데 경사가 심하여 제법 고생했다.

특히 나는 무릎 관절이 좋지 못한데, 4년전에 두레마을 김진홍 목사님과 CTS(기독교복음방송) 감경철 회장님이 함께 참가한 한라산 등반행사에 갔다가 하산하는 길에 왼쪽 무릎 통증으로 엄청난 고생을 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그후 좀체 등산을 못하다가 이번 개천절에 특별히 마음을 먹고 마니산을 오른 케이스다. 나는 아내의 손을 붙잡아 이끌어 주며 앞장서 올라갔다 그러면서 지난날 '환단고기'에 얽힌 집안 내력을 다시한번 상고해 봤다. (* 졸저 「누가 이 시대를 이끌 것인가」에서 인용)
"난생 처음으로 접한 『환단고기』라는 책의 이름도 생소했지만, 그보다도 그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평가받고 있는 ‘단군세기(檀君世紀)’를 편찬한 분이 나의 20대 선조 되시는 행촌 이암 선생이었다. 또한 그의 현손인 일십당(一十堂) 이맥(李陌)께서도 조부의 영향을 받아 『태백일사(太白逸史)』를 저술함으로써, 한 집안에서 대를 이어 고대 민족사 정립을 위해 충성을 다 바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날 아버지께서 주신 책을 받아 들고 처음엔 좀 얼떨떨했으나, 아버지의 설명을 들으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격동의 심연으로 빠져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것을 두고 ‘운명’이라고 말해야 하는가. 그날 이후 나는 『환단고기』에 수록되어 있는 고조선의 기원과 한민족 역사에 대한 자존 의식을 단 한 번도 잊어버린 적이 없다. 고대사 기록의 진위를 논하기 이전에, 그 책에 녹아 있는 웅휘한 민족정신과 잃어버린 역사의 회복을 위한 열망이 도도히 흐르는 강물처럼 내 마음속에 차고 넘쳤다. 내가 지금 동북아 시대를 표방하며 이 지역을 기반으로 중국과 중앙아시아, 그리고 유럽에까지 이르는 신(新)실크로드의 새 길을 열어 보고자 꿈꾸고 있는 것도 어쩌면 『환단고기』에 기록되어 있는 잃어버린 고토를 찾아가려는 노력의 한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이 길은 험하고 힘들겠지만 언젠가 우리 한민족 역사의 부흥을 위해 새로운 미래를 시작하는 이정표가 되어 줄 것으로 믿는다."

나는 『환단고기』를 접하면서 우리 집안 선조들의 행적에 고무되기도 했지만, 그와 동시에 경각심을 함께 느껴야만 했다. 그것은 나 역시 후손들에게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남겨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연변과기대와 평양과기대 설립이라는 대역사에 동참함으로써 남다른 보람과 긍지를 갖게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막연하게나마 내가 해야 할 일이 더 남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선조들이 우리 민족의 발자취를 찾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행적을 남기셨다면, 나는 우리 민족의 미래상을 그리는 과정에 기여하고 싶은 열망을 갖게 되었다.

『환단고기』에 깃들어 있는 선조들의 기개와 환상을 가슴 깊이 새기며, 이를 동력으로 삼아 21세기 아시아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가는 역사의 일꾼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신념이 결국 동북아공동체사회를 향한 나의 비전이 되었다. 그 후 이러한 신념은 나의 모든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는 기본 이념이 되었고, 실천적 기초 역량이 되어 주었다.

누가 이 시대를 이끌 것인가(이승률 著, 물푸레, 2009) 中 발췌 ▶
 
등산을 시작한지 한 시간 반이 지난 오후 2시반경이 되어서야 정상부위에 있는 '참성단'에 당도했다.

회백색 돌로 정교하게 쌓아올린 참성단 앞에 향로가 있고 그 곁에 참성단을 표시하는 비석이 하나 세워져 있었다. 특이하게도 높이 5미터 이상 되어 보이는 소사나무 한그루가 참성단을 둘러싼 울타리 돌 무더기 위에 수호신처럼 버티고 서 있었다.  
▲ 마니산 참성단 전경


▲ 참성단 앞에서 이승률 이사장 내외   바닷바람을 맞으며 꿋꿋이 기운을 뻗치고 있는 모습이 내 눈에 성경에 나오는 '생명나무'처럼 신기하고 가관스럽게 보였다. 나무 하단에 설치된 화강석 표지석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강화 참성단 소사나무
"이 나무는 높이 4.8m, 뿌리부근 둘레 2.74m, 수령 150년으로 추정되어 진다. 전형적인 관목 모습에 나무갓이 단정하고 균형 잡혀 있으며 참성단의 돌단 위에 단독으로 서 있어 한층 돋보이며 규모와 아름다움에서 우리나라 소사나무를 대표한다.
소사나무는 잎이 작고 줄기가 고목의 모습을 가져 옛부터 분재 소재로 사랑을 받아온 대표적인 전통나무이나 문화재 지정(2009.09.16) 사례로는 최초이다."
수십명의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떼를 지어 참성단 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거나 망원경으로 서해안과 주변 경관을 둘러보면서 자기들끼리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모습이 보기에 썩 좋지 않았다. 기왕에 참성단에 왔으면 조용히 단군조선의 역사를 마음에 되새기며 한민족의 미래를 위해 참배하고 가는 모습을 보일수는 없을까?

내가 고지식하게 옹졸한 민족주의자가 되고 싶어서 이렇게 말하는건 아니다. 이곳은 매년 전국체전과 같은 특별 행사가 있을 때마다 채화해 가는 민족정신의 뿌리요 '물근원'과도 같은 한민족 최고의 성지가 아닌가? 그런 이곳을 단순 관광지 정도로 여기는 '의식의 경박'함이 못내 아쉬워서 하는 말이다.

▲ 멀리 북한이 보이는 서해안 전경   그렇다! 실로 이곳은 오천년을 이어온 한민족 역사의식의 봉화대요, 만대를 이어갈 미래 비전의 창(窓)으로 통하는 단상이다. 여기에 서면 하늘이 보인다. 여기에 서니 우리의 미래가 보인다. 우리가 앞으로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 그 방향과 목표가 보인다.

그래서 나는 그 자리에 서서 기도하지 않을수 없었다. 아내와 함께 서로 손을 부여잡고 드리는 기도 위에 하나님께서 반드시 귀하고 선한 응답을 해 주시리라 확신했다.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

지금 우리나라는 국내외적으로 많은 어려움 가운데 위태롭고 불확실한 게임의 현장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머리에 숯불을 이고 있는 듯 한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능력은 날로 고도화되어 가고 있으며, 한반도를 둘러싼 4대강국들은 자국의 국가이익에만 골몰하여 국제관계를 신냉전적인 갈등구조로 끌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21세기에 들어와 더욱 기승을 부리는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여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취하고 있는 '아시아 회귀전략'은 바야흐로 중국 포위망에 일본 뿐만 아니라 한국도 한층 깊이 참여해 주기를 종용하고 있으며, 중국 시진핑 정부 또한 여기에 대응하는 외교정책으로 한국에 경제적 협력과 정치적 추파를 던지며 '전략적동반자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 달라는 뜻을 노골적으로 나타내며 고삐를 틀어쥐고 있습니다.

심하게 말해 '친미'냐 '친중'이냐 라는 양대 극단에 이르는 갈등구조의 골짜기에 샌드위치 신세가 되어 어느 한쪽에도 몸을 허락할 수 없는 '코리언 패러독스'의 위험한 처지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이에 더하여 미국의 맹방인 일본은 미국을 등에 업고 '적극적 평화주의'로 위장한 집단자위권을 발동했을뿐 아니라 주변국가인 한국과 중국을 상대로 과거사 문제로 원한을 부채질하는 가운데 아베 정권은 날이 갈수록 더욱 심각한 망발로 공공연히 한국인 전체의 감정을 속속들이 할퀴다 못해 이제는 북한까지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남북한을 이간질시키려는 중상모략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2024년까지 장기집권을 내다보며 신동방정책을 펴고 있는 푸틴 주도의 러시아는 또 어떻습니까. 한국과 우호적인 관계로 발전하기를 원한다고 하지만 결국 그들도 '한미일동맹'을 저지하는 선에서 중국과 공조하며 언젠가 한국에도 적대적 관계로 대항해 올지 모르는 마피아 정권이 아닙니까.

이런 4강의 모습을 보면, 죠셉 나이 교수(하버드대)가 말했던 것처럼 남북한 한반도의 정세야말로 마치 네 마리의 코끼리 틈 사이에 이리저리 쫓기며 생존전략을 펴고 있는 쥐새끼들의 다툼 같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입니다.

하나님! 제가 너무 심한 표현을 썼나요.

만일 하나님께서 저한테서 이런 소리 듣기 싫으시다면, 제발 부탁컨대 우리 한국과 북한을 화해와 협력, 상생과 공존의 장(場)으로 이동시켜 주시고 이를 기초로 하여 마침내 우리 한반도에 평화적 통합의 길을 열어 주십시오.

만일 이런 신뢰 과정이 착실하게 구축되어 간다면 그때 우리 한반도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블루오션(Blue Ocean)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다시말해 남북이 우호적 관계로 소통하게 되면 그동안 분단된 반도국가로서 가져왔던 한계를 뛰어 넘어 약점을 강점으로 변화시키는 대(大) 반전이 일어나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그동안 지정학적으로, 또 지경학적으로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 있어서 넛 크래커와 같은 신세를 면치 못했던 입장을 역전시켜 오히려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그들 양국의 현안을 조정하고 소통시키는 가교역할을 수행하게 됨으로써 한반도 자체가 동북아 지역의 중간핵심지대로 거듭나는 기회를 창출하게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 한반도는 명실공히 동북아 지역에서 교통, 환경, 에너지 분야의 통합뿐만 아니라 국제금융,교육문화.기술산업,인력교류,다자안보협력 등 제반분야에서 소통과 협력을 주도하는 중심축국가(Pivot State)로 자리 잡게 될 겁니다.

이와 더불어 남북한 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아 핵문제와 평화협정 및 경제협력방안(남북경제공동체)등을 빅딜 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하여 실질적인 공존과 상생을 위한 고위급 회담을 갖게 되고 나아가 마침내 양 진영 정상 간의 합의 하에 평화통일을 이끌어 내는 제도적 기반조성에 착수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나님! 이 희망을 현실로 이루게 해 주십시오.

마침내 우리 한반도가 동북아의 몸통이 되어 중국과 일본을, 나아가 중국과 미국을 양측 날개로 삼아 고공으로 비상하는 독수리가 되게 해 주실 뿐만 아니라 이 흐름을 활용하여 남북한 간에도 자연스럽게 화해와 협력을 통해 평화적 통합의 장을 펼쳐갈 수 있도록 한반도통일방안에 '새롭고도 거대한 대(大)전환'의 물꼬를 트는 일이 하루 빨리 찾아오도록 도와 주십시오.

다시말해 한반도가 이 시대 최고수준의 평화와 번영을 누리는 합목적적인 '포지티브 섬 게임'의 현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시옵소서. 이것이 제가 마니산 참성단에서 하늘을 우러러 보며 드리는 첫 번째 기도의 제목입니다.

그리고 이제 눈을 돌려 국내 현안을 살펴봅니다.

하나님! 하나님이 보시기에도 우리 한국 사람들이 참 독하지요.

여야를 막론하고 지역 간, 계층 간에 이토록 끈질기게 싸우는걸 보면 참 독한 사람들이거나 아니면 남의 떡만 크다고 우기면서 제 것도 챙기지 못하는 실속 없는 분열증 환자들이던가요.

세월호 사건 하나 가지고도 국가전체를 말아먹을 정도로 긴장 국면을 초래하고 있는 판국이니 이제 만일 여기에 더하여 북한에서 또는 국내외 테러분자들이 잠입하여 서울 어딘가에 주요 기간망 한곳만 폭탄을 터뜨린다고 해도 그 여파로 한국의 수도 서울은 그날로 온통 마비가 되고 말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 국회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와 법조계, 교육계 및 산업노동계를 비롯한 모든 공공기관 및 시민사회단체들은 또 저마다 극단적인 보수, 진보 양 진영의 전사가 되어 서로 헐뜯고 공방하며 국가의 운명이야 어떻게 되던 아랑곳없이 그들 자신이 속해있는 조직의 이권과 야욕을 위해서라면 무슨 말이나 행동도 서슴지 않는 추태를 보일 것이 뻔해 보입니다.

아! 어쩌다 우리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 되었습니까. 하나님 제발 부탁컨대 우리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히 새롭게 세척하고 환골탈태시켜 주시옵소서.

현 정치체제상 대통령직이 누구보다 중차대한 자리이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을 예로 들겠습니다. 박 대통령이 이렇게 이렇게 하겠다고 한번 뜻을 세우면 제발 그렇게 되도록 공무원들과 사회 각 계층 지도자들이 힘을 합쳐 밀어주고 또한 국민들도 우리 손으로 직접 뽑은 대통령이니 기왕지사 확실하게 밀어줘서 임기동안에 큰일을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자. 이렇게 하는게 국민 된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이런 전통을 세워야 다음 대통령이, 또 그 다음 대통령이 마음놓고 소신껏 한번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일해 보지 않겠습니까.

정권의 정체성이야 정당의 색깔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어느 시대에서나 국가사회의 공의를 받들고 국가지도자의 품격을 지켜주는 일에는 기본적으로 법도가 있어야 하는 법, 최소한 이정도의 예의는 갖추어 줘야 그것이 건전시민사회의 양식이요 궁극적으로 우리 자신을 안정되고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만드는 최적의 규범(태도)이 되지 않겠습니까.

다만 이런 경우 특별히 박 대통령에게 요청할 사항은, '불통'의 이미지를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하는 것임을 저도 지레 짐작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제 얼마 있지 않아 집권의 절반을 넘겨야 할 시점이기 때문에 그 분수령을 넘기 전에 박 대통령께서도 최선의 자아혁신과 소통의 실효성을 창출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하나님!

하늘이 열리는 개천절을 맞이하여, 오늘 이날을 기념하여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이 청(請)은 꼭 한번 들어 주십시오. 그가 올해 신년 초에 '통일대박론'을 꺼집어냈습니다. 그런 다음 세월호 사건이 터지자 또 '국가개조론'을 외쳤습니다. 이 두가지 명제 모두 황당무계해 보이고 가당찮은 일 같습니다만, 그러나 우리 국민들의 저력으로 미루어 볼 때 한번 한다면 또 해내는 민족 아닙니까.

하나님! 우리를 굽어 살펴 주셔서 이 일이 가능하도록 도와주시옵소서. 제가 오늘 왜 여기 올라 왔겠습니까 하나님 당신께 이 정도의 부탁도 못드린다면 애초에 올라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저는 당신을 믿습니다. 태초부터 당신이 우리를 지으셨고 또한 지금도 우리의 생사화복과 길흉을 주관하고 계심을 굳게 믿습니다.

그런 믿음위에 이제 이 나라의 안녕과 발전, 한반도의 통일과 국가개조의 새날을 기원할 것이오니 우리 국민들과 세계 도처에 흩어져 살고 있는 모든 코리언 디아스포라들의 재능과 예지를 한데 모아 '동력화'하는 일에 먼저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열정(Passion)과 목표(Purpose)와 인내심(Persistence)을 갖고 지속적으로 고지를 향해 나아감으로써 마침내 그 불가능해 보였던 고지 점령을 성취하고 거기에 또 하나의 거룩한 참성단을 세우는 일에 성공함으로써 온 세계를 향해 승리의 개가를 울리는 '통일한국'의 신천지를 열어 주시옵소서.

그와 함께 마침내 우리 민족 구성원들이 모두 '홍익인간'의 정신에 합당한 인력으로 거듭나게 해 주시고 또한 이들이 추구하는 '홍익인간'의 이상과 핵심가치가 세계를 이끌어가는 '21세기 시대정신'이 되게 해 주시옵소서.

하나님! 거기까지 우리를 이끌어 주시옵소서. 거기까지 동행하며 우리의 앞길을 예비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마침내 당신 자신이 우리의 참 신(神)이요 우리의 영원한 참 생명 되심을 스스로 증명하는 기적의 역사를 베풀어 주시옵소서.”
  기도하는 도중에 눈물이 쏟구쳤다. 내가 왜 이러는가 싶기도 했지만 '그날' 개천절 한낮의 태양 빛을 받으며 서해안 갯벌과 주변 산야를 바라보며 느낀 감흥은 문자 그대로 '배달민족'의 부훙을 기리는 '충절가'같은 심경이었다. '일어나라 한국이여. 타 오르거라 겨레의 혼불이여' 이런 뜻의 시적 감동이 가슴속에 용솟음쳐 오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을 질끈 삼켰다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같다.

아무튼 나는 그날 '하늘이 열린 날'의 중심축 참성단 위에서 지난 60평생 그 어떤 날보다 더 진한 민족애를 느끼며 폐부 깊숙히 강화의 신선한 청량 공기를 들이마셨다. 날아 오를 것 같은 '의식의 팽배'가 온 몸을 뜨겁게 달구었다. 참으로 기특하고 뜻 깊은 개천절 행사가 되었다.

하산할 때는 왼쪽 무릎이 또 심하게 아파왔다. 4년전 한라산 하산 때의 고통이 재현되는 것 같았다. 스틱이 없어서 되도록 천천히 게걸음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내려 왔다. 마니산 하단부에 이르러 길이 좀 평탄해 지자 뒷걸음질 치며 걸었더니 한결 통증이 풀리고 운동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았다.

'역발상의 효과'라는 게 이런 걸까? 각종 사물을 대하는데 있어서 평형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선 때때로 '뒷걸음의 파격'을 시도해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났다. 남북관계에 있어서의 '뒷걸음의 파격'은 어떤 것일까. 알듯 알듯 하면서도 잘 모르겠는 심정이다 그러면서도 무언가 있을 것 같아 계속 미련이 남는 그런 물음이다.

'7.4 공동성명인가?' '6.15정상회담인가?' '10.4정상회담인가?'  
▲ 제2회 강화 전국 국악 경연대회 전경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뒷걸음으로 관광지 입구까지 다 내려 왔더니 길옆 녹지공원(상설공연장)에서 '제2회 강화 전국 국악 경연대회'를 진행하고 있어서 잠시 기웃거려 봤다. 젊은 청년들이 연주하는 '사물놀이' 소리가 천지를 진동했고 뒤이어 예쁘장하게 생긴 처녀아이들의 낭랑한 판소리 합창이 귓전을 어지럽게 때렸다. 갑자기 오래전에 작고하신 박동진 명창이 생각나면서 그가 늘 입에 달고 살았던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여'라고 했던 CF가 비수처럼 내 마음을 찔러 왔다.

그렇다. '우리 것은 참으로 소중한 것이다' 어쩌면 이 말이 새로운 '역발상의 근거'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온고지신(溫故知新)'을 훈련하는 일이야 말로 오늘날 세대에 단군조선의 기상을 되살리는 교육방안으로 매우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 있겠다는 밑도 끝도 없는 생각이 뭉게구름처럼 가슴속에 피어올랐다.

이렇게 나의 강화 마니산 참성단 등정기는 끝이 난다. 돌아오는 길에 강화농협센타에 들려 한 시간 정도 강화 사자발 약쑥으로 좌훈을 하고 나니 아랫배가 훈훈하고 정력이 배가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장기능을 활성화 시켜줄 뿐만 아니라 전립선 비대증과 여성 냉대하증에 특효라고 한다.

얼마 후 강화읍으로 나와 풍물시장에 들려 장을 본 후 재래시장 2층에 있는 횟집센터로 가서 전어구이를 맛있게 먹었다. 가을철 전어는 '집 나간 며느리가 고기 굽는 냄새를 맡고 잊지 못해 돌아 온다'고 할 정도로 고소하고 별미를 자랑하는 어종이다. 아내와 함께 오손도손 얘기하며 푸짐하고도 맛있는 저녁상을 대하고 있으니 세상 자체가 행복덩어리 같이 기쁘고 즐거웠다.

밤에 집에 돌아오니 밤 9시가 지나 있었다. 두 내외 모두 많이 피곤할 것 같았는데 의외로 전혀 피곤한 기색이 들지 않았다. 그만큼 오늘 2014년 개천절은 우리 생애 가장 기특한 하루로 기억될 것이다.

참으로 뜻 깊고 의미심장한 하루를 보냈다.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