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재외동포신문]홍익인간은 네 글자가 아니고 16글자로 이루어진 글이다.

▲ 이형모 재외동포신문 회장
일신강충/ 성통광명/ 재세이화/ 홍익인간
一神降衷/ 性通光明/ 在世理化/ 弘益人間

한분이신 하늘님이 정성스런 마음에 내려오시니
성품이 감화되어 밝은 덕과 힘을 얻고
세상에 계시면서 바른 가르침을 베푸시니
인간세상을 크게 유익하게 하였더라.

고려 공민왕 치세에 수문하시중 벼슬을 지낸 ‘이암’ 선생이 ‘단군세기’를 1363년 10월에 편찬했다. 이 16글자의 ‘홍익인간’은 단군세기 중에 11세 도해단군이 ‘대시전(大始殿)’을 완공한 후 목욕재계하고 백성들에게 가르친 내용이다.

대시전은 배달의 나라를 개천하신 환웅 큰 임금님을 추모하는 건축물이다. 이 글의 주인공은 1세 ’커밝한 환웅‘이시다. 도해단군의 이러한 설명은 1세 단군왕검에서 비롯된 것이다.

민본사상의 뿌리

환웅임금께서 신시에 배달의 나라를 개천하신 것은 단군조선의 개국보다 1565년 앞선 일이다. 단군왕검께서 조선을 개국할 때 ‘신시의 제도’를 그대로 본받아 하늘에 제사하고 개국을 선포했다. 그리고 ‘신시의 이념’을 그대로 본받아 ‘홍익인간’을 선언했다.

“신시의 제도와 이념은 모두 배달의 나라를 창건하신 환웅 임금께서 정하신 것이고 우리들은 그 공덕을 잊지 말고 보답해야 한다”는 것이 단군왕검의 가르침이다.

단군왕검께서 처음에 백두산 신단수 아래에서 8백명 족장들과 함께 하늘에 제사 드릴 때 그는 다만 하늘님 앞에서 백성들과 함께 서 있는 제사장이고 지도자였다. 그리고 백성들에게 조선의 개국을 선포하면서 ‘우리들은 하늘님의 백성이다.’라고 가르쳤다.

단군왕검의 탁월한 지도력과 용맹함에 감복한 백성들은 그를 ‘천제의 아들’이라고 생각했으나 단군왕검은 ‘자신을 포함한 우리들은 모두 하늘님의 백성’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백성과 임금이 한 형제인 것이다. 여기에 ‘한민족의 민본사상의 뿌리’가 있다.

단군의 자손

단군왕검이 백성에게 가르치신 도덕률은 경천(하늘을 공경함), 효(부모를 공경함), 보본(환웅 임금의 은공에 보답함)의 세 가지이다. 하늘님의 백성이므로 그 분을 공경해야하고, 부모는 하늘님이 우리에게 내려 주신 존재이므로 공경해야 하고, 신시의 제도와 이념을 가지고 나라를 세우신 환웅 큰 임금의 공덕을 잊지 말고 기려야 한다는 가르침인 것이다.

부모님이 우리를 낳아 주시고 길러 주시니 효도해야 한다고 하는 보편적인 설명보다 ‘부모님은 하늘님이 우리에게 내려 주신 존재이므로 공경해야 한다’라는 부분이 특별하고 뿌리가 깊은 한민족의 ‘효’ 사상이다.

어느 곳에도 단군왕검은 스스로를 내세우거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당대와 후세가 단군왕검을 바라볼 때 그는 동북아시아의 모든 기마민족과 농경민족을 통합하신 강력한 임금이요, 민족들 사이에 지배 피지배의 관계를 평등한 통합으로 바꾸는 밝은 덕을 펴신 임금이신데 모든 공덕을 ‘환웅 큰임금’에게로 돌리고 있다. 여기에서 비롯된 커다란 공감과 감동이 지금까지 전해져 오고 우리 민족의 힘이 되고 있다.

우리 민족은 그 이후 역사에서 고비 고비 마다 ‘단군왕검의 기억’ 위에 나라를 세운다. 북부여의 해모수 단군, 고구려의 고추모 대왕이나 발해의 대조영 황제도 모두 ‘단군의 계승자’를 자임한다.

이후 고구려의 다물 정신은 고려 태조 왕건으로 이어지고 조선 조 세종 7년에 이르러 세종대왕은 평양에 ‘단군사당’을 건축하고 매년 시월상달에 제향을 받들게 하여 ‘단군이 국조(國祖)’라는 오래 된 기억을 역사에 되살려낸다.

‘우리는 단군의 자손이다’ 이 생각은 모두가 존경하는 세종대왕께서 우리에게 전해 주신 ‘오래된 기억’인 것이다.

평화의 일꾼

홍익인간은 ‘인간세상을 크게 이롭게 한다’라는 말이다. 나눔과 베풂을 포괄하는 말이다. 사회공헌도 같은 범주에 들 것이다. 그런데 유념해야 될 것은 우리 조상들의 홍익인간은 깨달음의 원천이 ‘하늘님’인 것이다.

하늘님이 내 마음에 내려 오셔서, 나를 감동 시키시고 그 분의 성품을 본받게 하셔서, 밝은 덕과 실천할 수 있는 힘을 주셨으며, 세상 살면서 올바른 이치를 행하여, 인간 세상을 크게 이롭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맨 처음 환웅 임금께서 행하신 일이고 단군 임금의 가르침으로 우리가 본 받아 온 일이다.

깊이 생각해 보면 홍익인간의 시초는 환웅 임금께서 배달의 나라를 세우실 때 하늘님에게 드린 약속이고 ‘서원기도’인 것이다. 나라를 물려받은 후손들에게 실천할 의무도 계승되어 온 것이다. 오랜 역사 속에 모든 나라들이 부국강병을 건국이념으로 하고 있는데 우리 조상들은 ‘홍익인간’을 실천이념으로 후손들에게 주신 것이다. 부담스러운 일인가? 아니다.

오늘날 175개국에 7백만 재외동포가 흩어져 살고 있고 모든 나라들과 FTA를 맺고 글로벌 경영을 해야 하는 21세기 한국인으로서는, 홍익인간으로 세계평화와 번영을 돕는 일꾼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생존 전략’인 것을 자각해야 한다. 몸담아 살고 있는 크고 작은 공동체에 기여하고 공헌하면 우리들은 세상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게 되고 후손들의 삶의 터전이 넓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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