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봉의 돈 안들이고 쉽게 할 수 있는 건강법⑲

▲ 강성봉 본지 편집인
[서울=동북아신문]많은 사람들이 살을 빼기 위해서 혹은 건강을 지키거나 회복하기 위해서 단식을 한다. 그런데 학자들은 단식보다 절식(節食)을 권한다. 학자들의 연구결과 절식은 지금까지 밝혀진 가장 확실한 노화방지 수단이다.

절식이란 몸이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열량(칼로리)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평소 섭취하던 칼로리의 양을 30% 절감하는 것이 바로 절식이다.

절식이 노화현상을 어느 정도 늦출 수 있다는 주장은 1930년대 쥐를 이용한 연구에서 시작됐다. 1935년 미국 코넬대 영양학자 클라이브 맥케이는 칼로리(열량)를 적게 섭취한 쥐가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를 학계에 보고했다. 당시 연구에서 절식을 시킨 쥐는 평균 48개월을 산 반면, 먹고 싶은 대로 먹은 쥐는 30개월밖에 살지 못했다. 이어 1961년 미국 필라델피아 암연구소의 모리스 로스 박사는 절식을 통해 59개월 동안 생존한 쥐의 사례를 발표했다. 사람으로 치면 150세 정도에 해당하는 나이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고들은 모두 실험실의 쥐를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들로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

2002년 5월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에 발표된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의 절식 실험의 중간 결과 발표는 수명과 관련하여 사상 최초로 영장류를 대상으로 장기간 연구를 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 실험에서 120마리의 원숭이를 대상으로 60마리에게는 평소 섭취하는 칼로리(1,268칼로리)로 식사를 주고 나머지 60마리에게는 칼로리의 30%를 줄인 식사(940칼로리)를 주면서 15년 동안 관찰했다. 식사의 구성을 지방은 33%에서 18%로 낮추고 단백질은 22%에서 32%로 올렸다.

그 결과 절식을 한 원숭이의 수명이 38세로 평균 수명의 30% 가까이 늘어난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를 인간에 적용하면 인간의 최대수명을 120세로 보았을 때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의 칼로리를 30% 정도 줄이면 최장 150세까지는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 것이다.

절식의 장수 효과를 이해하려면 과식이 왜 노화를 유발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여기엔 대략 3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우리가 음식을 많이 섭취할수록 이를 소화시키고 에너지로 바꾸기 위해 더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한다. 이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가 많이 생성이 되고 활성산소는 여러 가지 노화 관련 질환들을 유발한다. 또한 과도한 영양물질이 체내에 쌓이면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만성적인 염증이 생긴다. 오래된 염증은 시간이 지나면서 암이나 치매와 같은 질환들을 일으킨다.

둘째, 과식은 세포자살을 막는다. 세포자살이란 늙고 병든 세포가 개체를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현상이다. 세포자살을 통해 죽어야할 세포가 죽지 않으면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세포로 변하게 된다.

셋째, 과식은 신체의 면역기능과 해독능력을 떨어뜨린다. 무엇이든 약간 부족한 듯싶을 때가 가장 좋은 때다. 과식으로 배가 부르게 되면 인체는 태평성대가 온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입해도, 혈관에 기름 덩어리가 쌓여 동맥경화가 생겨도 무사안일하게 지낸다.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을 보면 포식한 쥐는 하루 종일 늘어져 잠만 자며 행동은 굼뜨게 된다.

단식은 주지하듯이 ‘요요현상’이라는 것이 있어 그 효과를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꾸준히 실천할 수만 있다면 굳이 어려운 단식을 하지 말고 효과도 좋은 절식을 하면 되는 것이다.

절식에서 중요한 것은 덜어낼 30%가 음식의 양이 아니란 사실이다. 소식(小食)이 아니라 절식(節食)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줄여야하는 것은 칼로리이다. 즉 지방과 탄수화물 등 칼로리가 많은 음식을 줄여야한다는 뜻이다. 채소(특히 나물 종류)나 과일 등 칼로리가 적은 식품은 다소 과식을 하더라도 좋다. 

30% 정도의 칼로리를 줄이기 위해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밥그릇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밥이 가장 중요한 한국인의 칼로리 공급원이기 때문이다. 밥그릇의 크기 자체를 3분의1 정도 줄이거나 아니면 평소 그릇에 담는 밥의 양을 3분의 1 정도 줄이면 된다. 밥을 적게 먹으면 반찬의 양도 자연히 줄게 된다. 이렇게 해서 생긴 허기는 채소나 과일 등 몸에 좋은 식사를 함으로써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절식기간과 관련해서는 우리의 상식과 달리 이미 한평생 먹고 싶은 대로 먹고 산 노인들에게도 때늦은 절식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미국의 UC 리버사이드대학의 세계적 노화학자인 스핀들러 교수는 사람의 나이로 치면 70세 이상에 해당하는 늙은 쥐들을 대상으로 2주 동안 절식을 시켜 유전자 발현이 젊어지는 쪽으로 완전히 방향을 바꾸는 현상을 관찰했다. 그는 자신의 논문에서 사람의 경우 1년 정도만 절식해도 한평생 절식한 것과 비슷한 변화가 체내에서 일어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아무리 절식이 좋아도 적게 먹고 골골거리면서 오래 사는 것은 무의미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은 사실과 다르다. 절식한 쥐의 경우 근력과 순발력, 지구력 등 체력과 호르몬 분비량과 같은 활력의 지표들이 포식한 쥐보다 훨씬 좋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원시인들을 생각하면 알기 쉽다. 원시인들이 남긴 돌도끼나 옷차림 등을 감안하면 우리보다 훨씬 무거운 것을 들 수 있고 추위에도 잘 견디는 등 체력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이 먹는다고 힘이 세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이제 절식을 위한 실천만 남았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의 원숭이 실험을 기준으로 사람에게 적용하면 사람은 이론적으로 하루 1,500칼로리 정도를 섭취해야 한다.

한국인이 즐겨 먹는 한식 위주의 식단으로 한 끼를 먹으면 대략 500칼로리 정도가 되므로 하루 세끼 이외에는 다른 음식을 먹기가 어렵다. 일반적으로 과식을 하지 않는 한국인 남성의 경우 하루 2,300~2,500칼로리 정도를 섭취하고 있다. 여성의 경우에는 1,900~2,200 정도의 칼로리를 섭취하고 있다. 이 중 500~1,000칼로리를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지만 가능은 하다.

성공적인 절식을 위해서는, 풍부한 채소와 적절한 과일 그리고 단백질을 적절히 활용하면 좋다. 물론 여기서 단백질은 기름기가 적은 육류나 생선, 닭 가슴살, 저지방 우유, 콩, 두부 등을 말한다. 단백질은 지방에 비해 단위 그램당 열량이 절반 밖에 안 되는데다가 지방이나 탄수화물처럼 체내에 쌓이지 않고 잉여 단백질은 대부분 체외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미 국립노화연구소의 원숭이 실험에서도 원숭이의 평소 입맛보다 단백질 섭취를 7% 정도 늘였더니 수명이 향상된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끼니 당 두세 점의 고기와 작은 생선 한 토막을 통해 입맛도 돋우면서 절식의 노화방지 효과를 만끽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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