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송 흑룡강신문 논설위원
[서울=동북아신문]‘호랑이를 때리고 파리를 잡는다’는 타호박승(打虎拍蝇)은 2014년 13억 중국인들 속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인기 신조어이다. 따라서 공직사회에 만연된 관행적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반부패는 시진핑정권 출범 후 출현빈도가 가장 높고 민감한 정치용어가 되었다. 요즘 중국언론에 심심찮게 보도되는 고위직 부패관료의 낙마소식은 부패관료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지만 백성들의 인심을 고무한다. 특히 부패관료 대다수가 뇌물수수로 낙마했고, 부정부패 특징은 정부관료에 의해 연출되는 정경유착으로 점철된다. 이 중 제도적 특권을 가진 정부는 주동적 지위, 정책적 혜택을 기대하는 기업은 피동적 위치이다.

이른바 정경유착은 제도적 특권을 가진 정부가 기업에 정책적 특혜를 제공하고 기업은 금품·향응 등의 대가를 지불하는 검은 거래로, 정치권과 기업간의 부도덕한 밀착관계를 지칭한다. 정경유착의 사회구조와 제도적인 환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권력이 집중화된 중앙정부의 주도하에 경제개혁이 추진된다. 둘째, 시장에 개입하는 공권력을 제약하는 행정제도와 법적 체계가 완비되지 않았다. 셋째, 관시문화가 범람하는 등 인치(人治)가 법치 위에 군림하는 사회기풍이 정착했다. 넷째, 지방정부가 경제건설의 주체로서 기업의 경영활동에 관여하며 기업의 경영자주권은 약화되어 있다. 다섯째, 부패한 정부관료와 부도덕한 기업주 사이에 상부상조와 공리공생의 밀착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흔히 권력의 집중화와 급속한 경제발전은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의 사회폐단을 동반한다.

1990년대 시장경제가 도입된 후 중앙정부가 추진한 국유기업 개혁은 기간산업에 대한 공권력 개입의 빌미를 제공했다. 또한 중앙의 권력이 각 지방으로 이양되면서 경제발전의 중심축으로서의 지방정부는 ‘생산투자형 정부’로 탈바꿈했다. 즉 지방정부가 기업활동에 관여하고 경제발전을 주도하는 국면을 형성했다. 기업의 투자유치와 GDP의 증가 여부는 정부관료의 성과평가 주요기준이며 이는 지방관료의 승진과 직결된다. 이러한 정부주도식 경제발전모델은 정경유착의 원인을 제공했다. 즉 정부는 기업에 편의를 제공하고 기업은 상응한 대가를 지불하는 정경유착 패턴이 고착화되었다. 이는 최근 부패관료의 대다수가 뇌물수수로 낙마한 주요인이다. 한편 ‘정경일치’의 경제발전모델과 정경유착이 정착되면 정부의 부패관료와 악덕 기업인들 사이에는 은밀한 ‘공생관계’가 이뤄진다.

1995년부터 중앙정부는 대형 국유기업은 주식회사로, 중소형 국유기업은 민영화하는 국유기업 개혁을 단행했다. 이는 국유기업의 소유권을 장악한 국가 공권력이 기업활동에 개입하는 정경유착의 빌미가 되었다. 결국 혁명원로와 고위간부 자제, ‘태자당(太子党)’이 수익성이 높은 국유기업 요직의90%를 차지했다. 이 시기 제반 법규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부패관료와 부도덕한 기업인이 결탁한 정경유착은 시장경제 확장에 편승하여 집단화·조직화·대형화되는 특징을 보였다. 한편 재정예산권과 인사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진 중앙정부의 기업 위기관리와 대처능력은 시장 개입이 가능했던 이유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책으로 시장에 푼 막대한 정부자금이 부동산과 사회간접자본시설 개발에 몰리면서 고위직 부패관료와 국유기업의 정경유착은 최고조에 달했다.  

최근 시진핑정부가 고위직의 부패관료를 겨냥한 반부패 정책이 강화되면서 천문학적 숫자의 뇌물을 수수한 ‘호랑이’들이 속출되고 있다. 이는 고위직 부패관료와 국유기업의 정경유착이 갈수록 대형화·고급화되는 특징을 보여준다. 경화시보(京华时报)에 따르면, 이미 낙마한 25명 장차관급 고위관료의 뇌물수수액이 1인당 평균 1천600만 위안(약 27억원)에 달한다. 또한 부정부패와 연루된 대형 상장기업은 무려 70개로, 상장기업의 금고는 부패관료의 사금고로 무차별 활용되었다. 흔히 부패한 관료와 부도덕한 기업인의 밀착을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관계’에 비유한다. 물론 정경유착은 부패관료가 주도하지만 부도덕한 기업인, 정경유착을 통해 졸부가 된 신흥부자와도 밀접히 연관된다. 지난 10년 동안 고위직 부패관료의 ‘돈줄 역할’을 하다가 몰락한 기업총수가 100여 명에 달한다. 정경유착의 또 다른 특징은 ‘관피아’ 현상과 매관매직의 성행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지방정부 산하에 있는 중소형 국유기업은 외자합작과 기업합병, 임대·매각 등의 민영화가 추진되었다. 지방의 국유기업 인사권과 예산권은 지방정부가 통제했고 민영화 과정에서 정부관료와 은행관계자, 기업인 사이에 권전교역의 정경유착이 범람했다. 정부관료들은 기업의 실적을 허위로 작성하여 부실한 국유기업에 은행자금을 융통해준 반면, 기업경영자들은 정부관료와 함께 명승지를 유람하거나 접대비·유흥비로 공금을 탕진했다. 또 지방관료들은 부동산 개발업체와 암암리에 결탁, 불법적 토지거래를 통해 막대한 재산을 축적했다. 한편 정부관료들의 치적 쌓기와 승진을 위한 맹목적인 투자유치가 강행되었고 이 과정에서 정경유착과 비리가 양산되었다. 또한 지방관료들은 경영이 어려운 외자기업에 각종 명목의 찬조금, 벌금을 부과해 부당이득을 챙겼고 퇴직 후 기업에서 요직을 담당하는 무소불위의 ‘관피아’ 현상이 비일비재했다.

최근 외자기업에 대한 중국정부의 각종 법적 규제가 강화되고 정부관료의 부정부패에 기인한 기업부담이 가중되면서 많은 외자기업들이 부득불 중국시장에서 퇴출하고 있다. 이는 정부관료 주도의 정경유착과 부정부패가 일상화 된 중국사회를 일부에서 ‘외자기업 무덤’으로 부르는 주된 원인이다. 이 또한 반부패가 지속 추진돼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요컨대 부정부패 특징, 정경유착은 중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이다.

지금까지 반부패의 정치그물에 걸리지 않은 ‘호랑이’와 그물을 용케 빠져나간 ‘파리’가 부지기수다. 부패한 정부관료와 부도덕한 기업인 사이에 은밀하게 진행되는 정경유착은 현재진행형이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으려면, 정부의 시장 개입을 축소하고 의법치국의 법치국가 건설과 함께 ‘생산투자형 정부’에서 ‘공공서비스형 정부’로 거듭나야 한다.

권력의 중앙집중화를 지양하고 사법독립에 힘을 실어주는 정책대안으로, 정책의결권과 정책집행권 및 감찰권을 독립시켜야 한다는 전문가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이는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을 근절하는 '유효한 정책수단'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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