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이고 권위적이며 화끈한 부산사람

▲ 칼럼니스트 김범송씨
[서울=동북아신문]한국의 제2대 도시이며 352만(2014년)의 인구를 가진 부산광역시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세계적 항구도시다. 세인의 주목을 받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19회)와 연간 방문객이 1,000만 명 이상 찾는 부산해운대는 최고의 피서지로 국내외에 유명하다. 또 다른 부산의 명소로는 태종대, 자갈치시장, 부산명물횟집, 광안대교, ‘꽃 피는 동백섬’을 꼽을 수 있다. 국민가수인 조용필을 ‘영원한 오빠’로 만들어준 국민가요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부산을 대표하는 명곡이다. 한편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이며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 부산남자의 성격특징을 한마디로 화끈하고 강인한 ‘뱃사람 기질’로 요약할 수 있다.

거친 바다와 싸우면서 형성된 강직한 성격과 부산 특유의 뱃사람 기질은 강한 자존심과 보수적이며 권위적인 경상도 사나이와 일맥상통한다. 한편 부산은 김영삼·노무현을 비롯한 경상도 출신의 역대 한국 대통령들의 ‘정치적 고향’이며 여권성향이 강한 지방이다. 결과적으로 항구도시 특유의 뱃사람 기질과 경상도 사나이의 강한 리더십 및 카리스마를 겸비한 영남출신의 대통령들이 파란만장한 한국의 현대사를 주도했다. 또한 영남 특유의 뱃사람 기질이 이만기·이태현·강호동과 같은 천하장사 씨름꾼과 추신수·이장수·조광래 등 경상도 출신의 무수한 야구·축구스타들을 배출한 밑바탕을 이뤘던 것이다.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경상도 사나이로 유명한 부산남자들은 대개 남성 중심적이며, ‘우리가 남이가’라며 의리를 중시하는 화끈한 성격의 소유자들이다. 평소 무뚝뚝하고 말수 적은 경상도 남편, 부산남자들이 집에 오면 한다는 세 마디 우스갯소리가 있다. ‘밥 묵자’, ‘아들은(아이들은)?’, ‘자자’이다. 이처럼 감정표현이 서투른 경상도 남편의 장점에 대해 경상도 아내들은 가장으로서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해서 든든하고 믿음이 간다고 칭찬한다. 또한 애정표현을 잘 안 해도 깊은 속정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의리 있는 부산남자들은 식당이나 술집에서 계산이 무지하게 빠르며, 서울이나 충청도에 비해 술상코스가 풍성하고 상대적으로 술자리가 오래간다.

부산사나이의 또 다른 매력은 부산 특유의 사투리, 강한 억양과 거친 말투에서 비롯된 극강의 카리스마이다.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경상도(부산) 사투리를 쓰는 캐릭터의 공통점은 겉으로는 보수적이고 권위적이지만 속정이 깊고 따뜻한 인간미이다. 최근 경상도 출신의 개그맨들이 TV 개그프로를 이끌어가고 있다. 얼마 전 개그콘서트 생활사투리 코너에 등장해 유행어로 된 ‘내 아이를 낳아도’는 결혼을 갈망하는 연인들 사이의 프러포즈 멘트로 확산되고 있다. 부산인 특유의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는 직설적인 부산사람들의 화끈한 성격특징과 친화력이 강한 언어적 특성을 잘 보여준다.

가부장적이고 남성중심의 권위적인 지역 이미지가 바로 경상도이다. 이러한 ‘경상도 사나이’ 이미지는 유교의 가부장적 질서가 체화된 부산남자에게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자고로 대한민국은 ‘유교의 나라’로 불린다. 특히 ‘유교의 본산지’인 경상도는 유교문화의 뿌리가 깊은 지역이며, 현재까지도 유교적 생활패턴과 가치관을 숭상하는 부산남자들은 가부장적 권위와 남존여비의 유교풍속을 구태의연하게 답습하고 있다. 즉 타인앞에서는 가장의 권위와 체면을 유지하며, 아내는 가사에 치중하면서 남편내조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무뚝뚝하고 고집불통인 경상도 남편을 대통령처럼 모시고 사는 경상도 아내들의 쌓인 스트레스를 수다로 풀기 위한 ‘영부인 클럽’까지 생겨나고 있다.

한편 대한민국의 사회병폐이며 망국적인 영남·호남간의 뿌리깊은 지역감정은 오늘날 남남갈등을 유발하고 국론분열을 야기하고 있다. 또한 영남지역은 유교문화와 군사문화가 잔존해 있고 철옹성 같은 군부독재와 군사정권을 탄생시킨 곳이다.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경상도(부산)인들이 바로 지리멸렬한 지역주의의 장본인이며 당사자이다. 그리고 이른바 ‘색깔론’으로 이념적 갈등을 부추겨 왔고 ‘21세기 대박’인 민족통일을 저해하는 보수진영 본거지가 경상도(부산)지역이다. 따라서 ‘수구꼴통’이라는 혹평에서 보수적인 부산인들은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다. 또한 평소 경상도(부산)남자들이 남발하는 ‘우리가 남이가’에는 끼리끼리 문화의 만연과 지역감정을 조장한다는 부정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내륙지방에 위치한 서울시민들의 선호하는 대표적인 주식(酒食)은 소주에 삽겹살이다. 반면 바다를 끼고 있는 항구도시 부산사람들이 즐기는 음식은 소주와 회이며, 신선하고 양이 많지만 저렴한 부산회는 그 고소한 맛이야말로 일품이다. 만약 당신이 부산의 명소 해운대에서 시원한 바다바람을 쐬면서 소주에 신선한 회를 먹는다면, 그야말로 영원한 추억이 될 것이다. 한편 부산은 ‘야구의 도시’로 불린다. 야구는 생활자체이고 자존심일 정도로 부산시민들은 야구를 사랑한다. 부산사람 절반 이상이 ‘야구 마니아’이며 웬만한 여성들도 그 복잡한 룰(rule)을 알고 있을 정도다. 일찍이 1970~80년대 부산고·경남고 등 고교야구는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고, 여기에 한번 빠지면 확 달아오르는 뱃사람 기질이 부산이 ‘야구의 도시’로 발전하는데 한몫했다는 것이 공통적인 견해이다.

대개 부산여성은 털털하고 직설적이며 굉장히 활동적이다. 겉으로 보기엔 강하고 좀 거칠게 보이지만 내면의 속마음은 여리고 여성스럽다. 흔히 부산여성이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에 애교 섞인 어조로 ‘오빠야~’ 하면 모든 남심은 녹아내린다. 국민 MC 유재석이 총각시절 경상도 여성을 좋아했다는 고백이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물론 부산여자는 외모 가꾸기와 옷차림, 화장스타일이 세련된 서울여자보다 약간 뒤처지는 느낌이 없지 않다. 반면 검소하고 근검절약하는 생활태도, 헌신적이고 순종적인 부산아내들은 현모양처로서 손색이 없다. 수많은 서울남자들이 부산여자에 매력을 느끼는 중요한 이유이다.

조선후기 유일한 대일교류창구로서 왜관이 설치되었던 부산은 1876년 강화도조약으로 본격 개항되었다. 1910년 한일합방 후 36년 동안 일제의 식민통치를 받으면서 근대화적 도시기반시설을 겸비한 국제도시 면모를 갖추었다. 장기간에 걸친 일제 식민지배의 결과, 일본문화의 ‘낙인이 찍힌’ 부산 특유의 도시특성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일본에서 6.0 이상의 강진이 일어나면 그 진동이 부산에 감지될 정도로 지리적으로 인접한 부산에는 수많은 일본문화가 유입·정착되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19세기 말 부산항을 통해 유입된 화투로, 한국이 ‘고스톱 공화국’으로 발전할 빌미를 제공했다. 현재 부산시내에는 일식 횟집과 일본식 화로구이 전문점이 매우 많다. 오랫동안 일본문화의 영향을 받아온 부산지역이 ‘영원한 숙적’ 일본에 대해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적은’ 이유이다.

1876년 일제에 의해 강제로 개방된 항구도시 부산은 국제무역항구로서 1970~80년대 획기적인 한국경제의 발전에 크나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현재 부산은 정체상태에 빠져 있고 ‘어정쩡한 2위’로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또한 저출산·고령화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며 실업률은 7대 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다. 게다가 부산사람들은 보수적인 경향이 매우 짙고 매사를 돈·권력·인재가 집중된 특대도시 서울과 비교하면서 열등감에 빠져 있다.

향후 유구한 역사를 지닌 항만도시의 브랜드파워, 부산 특유의 도시특성과 매력을 살려 활기가 넘치는 세계적인 항구도시로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

보수적 경향이 강하고 권위적이며 고루한 ‘경상도 이미지’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는 것이 부산사람들의 최우선 당면과제이다. 한국사회 고질적인 병폐인 이념적 갈등과 뿌리 깊은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서울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오픈된 마인드와 항구도시 특유의 화끈한 뱃사람 기질을 살려 개성적이고 진보적 경향이 강한 ‘경상도 사나이’로 거듭나야 한다. 요컨대 ‘낙후한 도시’의 환골탈태와 보수적인 부산사람들의 의식구조 전환을 통해 21세기 국제화 시대에 걸 맞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수 불가결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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