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대림국제학원 원장

▲ 문민 대림국제학원 원장
[서울=동북아신문]미국에는 어린이날이 없다. 그런 나라에서 사는 어린이들은 얼마나 불행할까.  

중국의 어린이날은 6월 1일이다. 국제 아동절이라고도 한다. 6월 1에 어린이날을 정한 나라들은 일반적으로 단체 활동을 한다. 체육대회 등 어린이 관련 대회를 한다. 중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필자는 어린이날에 학교에서 개최하는 체육대회, 야유회를 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해마다 어린이날이 되면 마음은 어린이가 되어 그때가 그립다. 

한국의 어린이날은 5월 5일이다. 이날은 공휴일(公休日)이지만 학교에서 단체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알아서 쉬는 개인휴일이다.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들은 삼삼오오 가족 나들이를 나가게 된다. 평소에 바쁘게 보냈던 부모님들은 이날만큼은 마음 놓고 오로지 어린 자녀만을 위해 하루를 보낸다. 

중국에서 학교를 다니다 한국에 온 김군(10세) 학생은 처음으로 맞게 되는 한국의 어린이날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러나 기대만큼 실망이 클까봐 걱정이 앞선다. 며칠 전 김군 어머니는 5월 5일 어린이날에도 출근해야 하는데 공휴일이라 학교도 가지 않는데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물었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김군 아버지도 공휴일이지만 휴가를 내지 못했단다. 김군 어머니는 염치없지만 학원이라도 갈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들에게 있어 가장 안전하고 가장 안정적이여야 할 가정이 정작 가장 행복해야 할 어린이날 하루마저도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동포가정의 현실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중국에 남겨둔 자녀를 걱정하는 부모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웬만하면 미성년 자녀를 데리고 와 한국학교에 입학시키고 있다. 영등포와 구로 지역 소재 10여개 학교에 1000여명의 중국출신학생들이 재학학고 있다. 중국학생들은 한국학교에 대해 꽤 만족하는 편이다. 그러나 한국학교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중국 출신 학생이라 하더라도 어떤 학교에 다녔느냐에 따라 적응속도가 다르다. 중국에서 조선족학교에 다녔던 학생은 한국어에 대한 부담이 한족학교를 다녔던 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중국에서 똑같이 5학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학교에 편입하였을 때 조선족학교를 다닌 학생은 바로 5학년으로 편입하여 따라갈 수 있지만 한족학교를 다녔던 학생은 1년 정도 유급(留級)해야 한다. 유급하였다 하더라도 한국인 교사의 수업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 이런 학생들을 위해 일부 학교에서는 다문화강사를 두어 한국어를 집중적으로 보충하도록 돕고 있다. 다문화강사가 있는 학교에 배정된 학생은 행운이다. 그러나 다문화강사가 있다 해도 뒤처지는 아이가 있다.

학교는 모든 아이들에게 평등한 교육을 시키지만 똑같은 성취를 보장하지 않는다.  

중도입국 학생들이 한국학교를 잘 적응할 수 있는 묘책이 어디 없을까?

필자는 작년부터 중도입국 학생들을 위한 학원을 운영해오면서 임상적으로나마 얻은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경험1. 중국조선족학교를 다닌 학생은 한국학교 적응하는데 6개월, 한족학교를 다닌 학생은 한국학교를 적응하는데 1년이 필요하다. 이 기간에는 힘겹지만 인내를 갖고 이겨내도록 독려해야 한다.

경험2. 식구가 많은 가정에서 생활하는 학생이 한국어를 배우고 익히는 것이 빠른 반면 편부모나, 핵가족의 학생은 한국어를 배우고 익히는 것이 늦다. 핵가족의 자녀일수록 외부의 교육기관을 많이 활용할 필요가 있다.

경험3. 자녀의 책가방을 주1회 이상 챙겨보고 가정통신문(학교에서 가정에 보내는 교육 관련 안내문)의 내용에 따라 제때에 자녀의 상황을 학교 선생님과 자주 소통하는 학부모를 둔 자녀일수록 한국학교 적응이 빠르다.

결론적으로 자녀의 교육은 학부모의 관심과 정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조금은 늦게 시작한 중도입국 아이들이 한국아이들과 함께 잘 어울리려면 가정의 전폭적이 지지와 배려가 필요하다. 엄마, 아빠도 한국생활 적응 하느라 바쁘고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 특히 중도에 입국하여 한국학교에 편입한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자녀에 대한 관심과 세심한 보살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학부모들은 자녀에게 어떤 선물을 줄까 고민한다. 장난감, 인형, 최신 스마트폰 등등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 만져지는 것 들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아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정작 아이들이 느끼지 못하고 있다. 바로 가정교육이다. 가정교육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매일 제시간에 아이와 함께 밥 먹고 저녁이면 깨끗이 씻고 먼저 잠자리에 들게 하는 것. 아침마다 제때에 일어나 등교하도록 하고 방과 후 집에 오면 가정 통신문부터 챙겨보고 그날그날 학교에서 있었던 것들을 확인해 보고 그리고 또 저녁 같이 먹고... 하루하루 반복되는 것. 이것이 어찌 어린이 선물이 될 수 있냐고 하겠지만 이것이야 말로 가장 좋은 선물이며 가장 필요한 교육 비타민이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평범한 일고를 통해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이들에게 가장 평범한 관심과 가장 평범한 배려를 매일매일 듬뿍 주는 가정에는 어린이날이 필요 없다. 

 
미국에는 어린이날이 없단다. 궁금해서 미국 선생께 물었다. 미국선생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어린이라면 매일매일 행복하게 보낼 권리를 갖고 있죠. 어른들은 어린이들이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보살펴야 할 의무가 있는 거구요. 어린이날을 정하여 이날을 기념한다는 것은 이날만이라도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인데 그 것은 역으로 생각하면 아직까지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반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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