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정체성, 두 나라의 문화 융합 - 동포문학3호 수필부문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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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북아신문]디아스포라 세계시민의 갈등은 사는 곳의 국가문화와 조국문화 융합하는 과정에 겪어야 만하는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조국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확고한 갖는 교포의 자녀가 타국에 정착하여 살아가는 과정에서 결혼관계로 사는 국가의 민족과 결혼하게 될 때 그 사이에 태어난 2세들은 조국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희박해져가는 사실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두 국가의 문화혼종에 관한 갈등을 생생하게 진술한 대상을 수상하게 된 대련에 사는 김범송의 수필 「‘한족아이’로 변해가는 나의 자녀들」은 중국교포들의 자녀교육문제에 대한 심한 갈등을 리얼하게 토로하고 있다. 중국교포들이 고민하는 공통의 문제일 것이다. 언제까지 아버지의 뜻대로 아버지의 정체성을 강요할 수 없는 현실과 뿌리를 잃어버림에 대한 허탈감 등 디아스포라의 심리적인 갈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대한민국으로 유학을 와서 당당한 의사로서의 자격을 취득하고 한민족 정체성이 확고한 김범송의 경우 남달리 더욱 가슴이 아플 것이다.  연변에서 동포들이 함께 모여 살아갈 때는 한민족의 문화가 유지되어 나가지만은 중국대륙의 대련이라는 낯선 도시로 뿔뿔이 흩어졌을 때 고국의 문화가 사라지고 자녀가 한족아이로 성장해가는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나의 시대에서 대대손손 이어온 우리 ‘전주김씨’ 가문은 막을 내릴 것이다. 어쩐지 슬프고도 씁쓸하다. 요즘 들어 짓궂게 갈마드는 죄의식에 마음이 더욱 착잡해진다.”라고 뿌리의식을 상실한 아픔은 디아스포라가 갖는 중대한 고민거리이다. “최근 나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져 간다. 어쩌면 이는 나만의 슬픈 고민거리가 아닐 것이다.” 바로 이러한 문화혼종의 틈새의 고민을 다룬 주제가 재중동포의 디아스포라문학을 새로운 가치로 끌어올리는 핵심주제일 것이다. 교포들이 갈등해야만 하는 문제의식을 다룬 문학이 바로 독특한 디아스포라 문학으로서 위상을 정립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보겠다. 최우수상의 영광을 안은 영안의 최화길의 수필 「집밥」은 아내를 대한민국의 보내고 홀로 남아 재중교포의 심정을 토로한 고백서다. 오늘날의 돈을 벌기 위해 많은 재중교포들이 가족을 떠나 대한민국에서 일하고 있는 시대적인 현실에서 이산가족이 겪는 안타까운 심정이 공감이 간다. 중국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최화길의 「집밥」에 대한 그리움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일 수 있고, 조국 대한민국에 대한 향수일 것이다. 가슴을 울린다. 재중교포들이 겪는 공동의 문제의식을 다룬 수필로 공감의 폭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또 다른 최우상 수상의 영광을 차지한 박남선의 수필 「고향의 나무」는 재중교포인 박남선 수필가가 가족과 떨어져 해외근무로 한국에서 살다가 “연길에서 차로 약 세 시간 정도 걸려서 태어나고 자란 고향마을”을 찾아 나선 경험담과 심정을 담은 수필이다. 백양나무로 고향이 변해버린 모습을 보고 “유년시절에는 나무라 하면 과일나무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흔하던 과일나무들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라고 향수어린 방문담은 변해가는 고향 중국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다. 변해가는 고향의 모습과 현재 살고 있는 서울 대림동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삭막한 현실에 대한 심경을 “고향에는 나무가 없다. 사람과 함께 동고동락하고 살고 지는 나무가 인제 고향에는 없다. 메말라가고 삭막해가는 고향을 이렇게 한두 번 찾아가서는 불안한 마음으로 돌아서는 나 자신이 못나 보인다”라고 고백하는 안타까운 진술서다. 고향을 잃어버린 현대인의 삶의 방식에 대한 안타까운 심경이 호소력 있게 감동을 안겨준다. 우수상의 영광을 안은 박연희의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다독이며」는 고향중국을 떠나 보다 나은 생활을 위해 한국에 정착한 재한 교포의 경험담이 가슴을 울린다. “방송인으로 일했던 내 과거를 깊숙이 묻어버리고 생소하고 힘든 3D업종에 적응하기까지 나는 거울과 많이도 씨름을 했다.” 중국에서 그래도 방송인의 과거 경력을 숨기고 대한민국에서 3D업종에서 일하는 심경 고백서다. 거울을 들어다보며 나르시즘적인 자기 연민의 담담한 이야기로 “한국이라는 낯 설은 땅에서 고단하게 펼쳐지는 인생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가 쉽지 않은 과제이다. 인생이라는 이름의 거울, 그리고 아침마다 보는 거울 속의 내 모습이 부디 주위 사람들까지도 행복하게 만드는 얼굴이길 바라며 오늘도 나는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스스로 다독여 본다.”처럼 박연희 수필가가 드려다 보는 거울이 이제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켜주고 한국에서 미래의 행복을 가꾸어가야겠다는 다짐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거울이 되길 기원한다. 우수상 수상자인 전향미의 「고향에는 지금도 눈이 내린다」는 여성수필가의 섬세한 감각으로 눈이 많이 내린 고향의 서정적이고 정겨운 풍경묘사와 고향집에 홀로 남아 살아가시는 어머님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을 그린 그야말로 “하얀 겨울을 수놓는 고향의 싱싱한 숨결”을 물씬 적어들게 하는 서정적인 수필로 시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글을 다루는 천부적인 솜씨와 탁월한 재능이 “하얗디하얀 눈이 되어 평생토록 아버지의 논밭에, 엄마의 텃밭에 소리 없이 내리”는 듯하다. 우수상 박초란의 「어둠만큼 따뜻한 곳이 또 있을까」는 뛰어난 심리묘사의 재능은 수필이 아니라 소설가로서의 자질을 갖춘 분이다. “어둠은 칙칙한, 습한 묵은 냄새가 났다. 어둠만이 낼 수가 있는 독특한 냄새였다. 웅글진 목소리로 부르는 듯한 냄새, 그 안에 할머니가 있다는 걸 보고 나서도 그래도 어둠이 무섭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둠의 묘사로 자신의 심정을 그린 심리묘사는 소설가로서 손색없는 묘사력이다. “어둠 안에서는 모든 낮 동안 걸쳤던 거추장스러운 ‘옷’들을 벗어버릴 수가 있었다. 하여 누구한테 보이는 ‘나’가 아닌 진솔한 ‘나’로 자신과 만날 수가 있었다. 어둠은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모두 어둠 속에 던져버리고 나의 가장 빛나는 것들을 아름답게 빛나도록 만들어준다.” 이러한 심리 묘사정도라면 스토리를 구성하여 자신의 심경을 담은 1인칭수법의 소설을 쓴다면 좋은 소설을 쓸 것 같다. 축하를 드린다. 앞으로 소설 쪽으로 방향을 바꾸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신인상 장춘 황옥란의 「꿈을 다루는 ‘노랑이’」는 고향을 떠나 서울로 와서 호프집 주방장일 등을 하며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복이 이야기를 기록한 르뽀 형식의 수필이다. “쉴 새 없이 달리고 또 달리고 있는 복이의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속이 아려나기도 했다. 복이는 그러는 자기 인생이 팔자소관이란다. 그래도 스스로 희생하며 이룰 수 있는 것을 이뤄나가는 인생이 멋져 보인다.”로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 복이에 대한 3인칭 관찰자 시점의 수필이다. 가정사의 숱은 어려움을 극복해가며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은 아름다운 법이다. 자기가 맡은 직분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에서 인간은 자기실현을 하고 자기의 가치를 발견해나가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 자체에서 행복해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아모르파티의 모습이다. 니체처럼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그러한 그 운명마저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라”라는 아름다운 아모르파티의 삶의 자세가 감동을 준다. 신인상 수상자 신석운의 「함양 할머니」는 신석운 수필가의 한국생활 경험담이다. 10여년전 한국에 와서 “백두대간의 남쪽 끝 지리산에서 북으로 2km, 덕유산에서 남으로 같은 거리만큼 떨어진 함양 식송마을 버섯농장에 입사”하여 시골마을에 살아가면서 고향을 북에 두고 떠나온 “옆집에 일흔 고령의 독거할머니”와의 친분을 통해 할머니의 삶을 통해 대한민국의 근대사를 리얼하게 삶은 달걀 에피소드로 재미있게 담아냈으며, “이제는 대한민국에서 산지도 벌써 10여 년이 지나 나는 아무런 제약 없이 중국과 고국을 오가며 두 자녀의 아버지로, 한 여자의 지아비로 작금의 시간들 속에서 너무나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자신의 성공적인 한국생활 수기다. 감동을 준다.  특별작품상 수상자인 엄정자의 「외로운 섬」은 중국교포가 일본에서의 생활 경험담이다. 중국과 일본과 대한민국의 세 문화 속에서 자기 정체성에 대한 갈등을 호소하는 자기 고백서다. “중국에 있을 때도, 일본에 사는 지금도, 한국에 가도 우리는 영원한 ‘이방인’이고 그래서 ‘외로운 섬’이다.”라고 세 나라 문화의 융합과정에서 겪는 이방으로서의 슬픔과 갈등을 담은 디아스포라문학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문화 장벽이 두꺼운 일본의 생활이란 정신적인 고충이 심할 것이다. 재일 동포들이 지금까지도 겪어야만 정신적인 내면의식과 역사의식 사이의 갈등은 상존하리라 본다. 세계화의 물결에 동조하면서도 국수주의 문화를 표방하는 일본의 국민성과 열린 대한민국의 시각은 열원한 평행선으로서의 문화공존을 이어갈 것이라고 본다. 아무쪼록 세계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당당한 한국인의서의 긍지와 자부심으로 살아가는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2 향후 21세기는 세계 각국이 각 나라간의 문화 충돌과 융합과정에서 갈등 양상이 매우 복잡하고 다양해질 것이다. 다문화사회로 가는 대한민국도 재외동포들이 경험과 똑 같은 양상의 갈등이 한국사회를 갈등의 질곡으로 빠뜨릴 위험이 상존해 있고, 앞으로 그 현상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김관식 문학평론가/ 시인

디아스포라의 용어가 나라 없이 떠돌아 다녀야했던 유대인들에서 유래된 만큼 국경이 허물어져 지구촌이 한 가족이 되어가는 오늘날, 가족 간, 이웃 간, 국가 간의 문화 충돌과 융합으로 새로운 문화통합이 이루어질 것이다. 여기에서 문학인의 사명은 현재의 갈등과 고민을 고발하는 고백적 진술의 디아스포라 문학이 아니라 세계시민으로서 바람직한 새 문화를 창조하는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디아스포라 문학으로 자리 잡아야 마땅하다.  앞으로 세계는 동양과 서양문화의 대립과 갈등, 각종 종교와의 대립과 갈등의 양상을 보이면서 새로운 세계시민으로서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융합문화가 형성될 것이다. 이러한 문화를 선도해서 창조해나갈 사람이 바로 문학인들에게 주어진 만큼 후손들이 지구촌 세계시민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희망의 메시지를 문학작품으로 승화시켜 나가야할 사명이 주어진 것이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갈 후손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함양시키고 문화충돌에서 빚어진 갈등을 최소화하는 미래지향적인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연출하는데 각고의 노력이 요청된다고 보겠다.  우리나라의 신화와 역사가 그 해답을 가르쳐줄 것이다. 한국의 신화와 역사에서 미래를 바라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신화는 민족 집단이 갈구하는 꿈과 희망을 담아왔기 때문에 신화를 잃지 않으면 자기의 정체성도 잃지 않음을 명심하고, 한국 신화를 바탕으로 한 세계시민으로서의 희망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디아스포라문학으로 성숙 발전하여 나아가길 바란다. 감사합니다.      심사위원: 김관식(시인, 문학평론가)강대환(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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