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 중국동포와 재미, 재독 동포들의 애환의 고백서- 동포문학3호 시부문 심사평

[서울=동북아신문]  1, 프롤로그

조동일의 한국문학통사에 의하면 “하나의 민족으로 이루어진 국가는 전 세계 국가의 9.1%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한다. 세계 나라 간의 왕래가 잦아진 오늘날, 지구촌은 세계화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무수한 이주가 이어져 다문화 사회가 도래하였고, 그들에 대한 불평등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추세이다. 한반도에서는 1860년대를 기점으로 1세기 가까이 지속적으로 이주민이 발생하였고, 일제 강점기에는 나라조차 빼앗긴 상황에서 많은 이주민들이 고국을 떠나 중국과 러시아, 중남미 등 세계 각국으로 유랑의 길로 떠나야만 했다.  그 비운의 주역들과 그 후손들이 오매불망 그리던 조국 대한민국을 다시 찾아 삶의 터전을 가꾸어오고 있고, 오늘날 세계 각국으로 이주해간 동포들의 삶을 담은 문학이 확고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이를 지칭하여 디아스포라문학이라 한다. 일제 강점기의 경우 디아스포라문학의 중요한 특징은 고향으로부터 분리된 이산의 문제와 더불어 고향에 대한 집단적 기억이 부각되는 등 조국이 식민지로 전락한 현실에서 식민지 이전의 조선이라는 공간을 공간으로 인식하고 공유하나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는 공간으로 상상의 공간으로 문학작품에 수용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디아스포라문학은 동포들이 살고 있는 생활공간을 배경으로 디아스포라의 삶과 꿈을 반영하는 문학으로서 디아스포라문학은 다양한 문화를 융합하여 성장 발전하여 독특한 문학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2. 재한 중국교포의 디아스포라 문학 이러한 맥락에서 재한조선족 동포들이 집단촌을 이루고 살아가는 대림동과 안산시 원곡동 일대 그 밖의 도시의 집단촌을 이루어 살아가는 삶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다룬 작품이 많이 등장하고, 살아가면서 삶의 공간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다룬 문학작품으로 동질적인 연대의식으로 삶의 애환이 재한조선족 동포들의 다아스포라 문학 공통적인 주제였다. 그 중 매스콤을 떠들썩하게 했던 박춘봉 살인사건 이후의 재한조선족의 문제를 조명한 대상으로 선정된 박동찬 시인의 「대림, 그리고 朝鮮族」은 조선족들의 삶의 공간 대림을 리얼하게 묘사하여 심금을 자아내고 있다. “익숙한 사람들이/ 낯선 곳에서 다시 사는/ 그러한 상봉과 이별/ 희락과 애환”이 있는 공간으로 묘사되는 대림은 삶의 주체와 비주체가 어울려 살아가는 공간이며, 정착한 사람은 고향이 되겠지만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한 사람에게는 이방인의 공간으로 자리잡아간다는 “사람이 허기진 날에 나는/낯선 이 땅을 조용히 밟고 간다.” 아웃사이더의 격한 슬픔이 리얼리즘 수법으로 생생하게 그려놓았다.「슬픈 족속」은 적응하지 못한 “돌아가고 싶으나 그러지 못했던 조국을 가진/ 일”, “여기에 섰으나 내 조국이라 할 수 없는/ 일” 경계선상에 놓인 사람들에 대해 측은한 마음을 담은 작품이다. 하루빨리 정착하여 조국을 조국으로 사는 공간을 고향으로 자리 잡기를 바라는 동정어린 시선은 재한조선족의 공동체적인 슬픔이다.  최우수상으로 결정된 리문호의 「가리봉시장 일경」 외1수는 연작형태의 5연, 각 연 4행으로 짜인 삶의 현장 르뽀를 다룬 시다. 고향을 떠나 궁핍한 생활 속에서고 희망을 꿈꾸는 쪽방촌의 홀아비생활을 리얼하게 담아내고 있다. “곰팡이 꽃 까맣게 핀 천장은 그들의 꿈나라”로 묘사되는 삶의 공간의 리얼한 묘사와 “가리봉 시장에 수척한 그림자들이 유령처럼 지나간다.”의 인물 묘사로 보아 오랜 습작을 거친 분으로 보인다. 언어를 다루는 솜씨와 시각, 청각, 촉각 등 오관을 통한 생생한 묘사가 돋보인다. 「고독을 굽다」작품 역시 관념적인 주제를 “일상의 영양소로 응결된 고독/ 하얀 석새에 올려놓고 굽다,”라고 역동적으로 활성화시키는 노련한 시적 재능을 보인다. 우수상 김 택의 「땀 비」외1수는 삶의 현장 일터를 생생하게 스케치한 시다. “여름의 LS산전 마당”, “수출품포장 하조 한창”의 작업으로 “모두들 입었던 티/ 땀 비 물에서 건져 쥐어짠다.” 노동으로 땀을 비가 내리 듯 흘리는 일터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놓았고, 「그해 겨울은 추웠다」는 “바다 바람에 휘날리던”, “얼음목재 나르고 나르던”, “찬 바다 바람 막던” 겨울이 추웠다는 시적 진술로 “연필 보다 무거운 망치”의 상징성 등 삶의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진술하고 있다.  우수상 박수산의 「저녁이 좋다」 외1수는 “푹 퍼진 저녁을 기다린다.”고 삶의 현장에서 고단함과 곤두세운 정신을 추스릴 수 있는 편안한 안식과 행복이 있는 일상을 노래했으며, 「아집」은 개미, 고양, 비둘기 등의 동물과 상징물로 안개를 객관적인 상관물로 끌어와 고달픈 일상을 진술해놓은 산문시다. 설명적이고 장식적인 수사로 다소 선명한 심상을 그려내는 데는 미흡했으나「아집」이라는 추상어를 구체적인 객관적 상관물을 끌어와 산문적으로 그려내는 점이 돋보였다. 우수상 이영철의 「2월」은 2월의 계절적인 이미지 묘사를 “말라버린 잡초덩굴”, “멧새는 한낮을 쪼아대고”, “첨탑 끝 십자가는 의연하다.” 등으로 생생하게 그려냈고, “간직했던 꽃씨봉투 들쳐본다.”, “ 엄살떠는 저녁이 정겹다.”라는 화자의 심경 묘사, “한 마음 우듬지에 멧새가 우짖는다.”는 감정이입으로 2월이라는 계절 이미지를 생생하게 살려낸 점이 돋보였다. 「귀뚜라미소리」는 귀뚜라미 울음소리의 청각적 영상을 예리한 “설치류 이빨처럼/ 질긴 세월 갉아도/ 좀처럼 지치지 않는다.”, “국화꽃에 이슬은 눈물이 된다.”로 보이지 않는 소리와 형상을 감각화 시키는 시적 기량이 돋보였다. 우수상 강효삼의 「그 이름 하나」는 자신의 감정에 대한 솔직한 장식적 진술로 “진창에 뒹굴고 가시덤불속에 갇히면서도/ 구슬처럼 간직해온/ 아, 겨레란 이름 하나”라는 자신의 의지를 담아냈으며, 「두 사람 사이에서」는 양다리 걸친 사랑에 대한 갈등,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갈등, 그리고 솔직한 심정을 고백한 시적 진술이 돋보였다. 우수상 이홍철의 「도적」 외1수는 인간관계의 갈등을 그린 심정고백으로 “아름다운 이유를 만드는/ 빨간 혀끝에서 비릿한 내음이 역겹다.” 와 같이 시각과 후각으로 감정을 심상화 시키는 점이 돋보였고, 「주먹」은 주먹을 은유와 상징으로 “순리로 살아야 할 것들을 꽉 움켜쥐어/ 굳어버린 순한 것들이/ 돌이 되었다.”고 객관화시키는 시적인 기량이 돋보였다. 우수상 오세종의 「생령 生靈을 찾아서」는 북한산 백운대를 찾은 소감을 담은 시로 “헛된 욕망과 질서, 허위의 몸짓은 사라지고/ 반추의 거울, 영혼의 정화로/ 사람 냄새 나는 따뜻한 피로 돌아가기 위함이다.”, “서쪽 하늘 끝 붉은 노을은 지고 내 안 깊은 곳에서 들리는/뜨거운 소리를 듣는다.” 라고 산을 오른 까닭과 심경을 청각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둥베이 진달래」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멀어져 가는 고향 땅을 뒤돌아보며” 고향을 떠나는 슬픈 심정과 “안개 낀 대림역/ 아침 해는 떠오른다.”고 화자의 삶의 공간과 이중 공간을 오가는 감정과 갈등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3. 재미, 재독 교포들의 디아스포라문학 특별작품상에 오른 미국 홍군식의 「뉴욕일지」는 제미교포의 생활상을 리얼리즘 수법으로 적나라하게 진술한 시로 바쁘게 살아가는 디아스포라의 정신없는 삶을 자술서다. 생활의 적응을 위해 역어공부, 문화 적응을 위해 교회에 나가야하는 압박감과 “마음을 놓고 뻗을 수 없고/ 가슴은 더욱더 열수 없으며” 불안한 심정과 “오늘을 부여잡으려 허위적 이는 뿌리/ 너는 언제 봐도 불안하다.”라고 자기 정체성을 찾기 위해 몸부림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 재미교포의 디아스포라문학작품으로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별작품상 독일 임지윤의 「상 파울리에 비가 내린다」는 재독교포의 디아스포라문학작품이다. 독일 함부르크 상 파울리라는 환락가의 “킹사이즈 비프버거를 꿈꾸는 레퍼반 거리”를 리얼하게 묘사하여 자신의 심정을 토로한 독일형 다아스포라의 애환을 담은 리얼리즘의 시다. 우리나라의 환락가와 상 파울리를 떠올려 자기 정체성에 대한 심한 갈등의 심경을 리얼하게 진술하고 “조개처럼 오므린 속 깊은 창이(創痍) 갈피갈피 헤집으며/만리 밖 상 파울리 레퍼반 거리에 비가 내린다.”라고 묘사한 시적 재치가 돋보인다.
▲ 김관식 문학평론가/ 시인

 4. 에필로그 이상에서 대상의 박동찬 시인과 최우수상의 리문호, 우수상을 수상한 김택 박수산 이영철 강효삼 이홍철 오세종은 재한교민과 중국거주 교포들의 다아스포라 문학이라면 특별작품상의 미국 홍군식과 독일 임지운은 미국과 독일거주 교포의 디아스포라문학으로 재한 중국동포와 재미, 재독 동포들의 애환의 고백서 같은 시들이다. 리얼리즘 수법으로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디아스포라문학의 밝은 미래를 보는 것 같아 반갑다. 앞으로 자기 고백의 수준에서 탈피하여 지구촌 세계시민으로서의 심도 있는 문학으로 자리 잡아가길 바랄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단한 자기 연마로 시인이 살고 있는 삶의 공간으로서의 문화와 모국의 문화를 융합하여 편협한 민족주의 시각에서 벗어난 열린 시각으로 조국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가지고 세계문화시민으로서의 위상을 세계만방에 선양시킬 새로운 혼종문화를 열어 가시길 부탁드린다. 영광의 상을 받는 분들께 축하를 보내며, 이 상의 수상을 계기로 더욱 원숙한 시세계를 열어 가시길 기원한다.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심사위원: 강대환 (시인. 수필가. 지필문학회장) 김관식(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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