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서예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한자서예를 먼저 머리에 떠올리게 된다.그것은 그만큼 한자서예가 오랜 세월 동안 우리들의 인상속에 깊이 뿌리 박혀 있어서이다.

한글 창제전인 삼국시대(고구려,신라,백제)나 고려시대에는 한자서예만이 존재했었다. 1444년 세종대왕님께서 창제하시여 1446년에 반포한 훈민정음(훈민정음)이 세상에 나옴을 계기로 비로소 한글서예도 그 운명이 시작된 셈이다.

판본체(版本體)란 "훈민정음" "용비어천가" "월인천강지곡" 등의 판본(版本)에 나타난 글자를 붓이란 서예도구로 쓴 글꼴을 일컫는 말이다.

창제 당시에는 그 글꼴의 점(●) 과 획이 원필법(圓筆法)으로 되였다.즉 획의 시작부부이나 끝나는 부분에서 모두 반원모양의 형태를 취하는 필법이다.거친감이 없이 매끈하게 느껴지는 시각적 효과가 있다.중국의 전서(篆서)와 같은 점이다.

   월인천강지곡 (月印千江之曲)     원필
                                               

 

 

 

 

 

 

 

 

 

 

 

 

 

 

 

 원필법(運筆法)이 점차 변화를 가져옴으로써 후에 나온 서체들은 방필법(方筆法)으로 그 모양을 달리하였다.방필법은 점(●)이 가로획이나 세로획으로 변하여 씌여졌고 시작부분이나 끝나는 부분에서 원필처럼 반원형태가 아닌 각의 모양을 나타낸다.중국 한자의 예서(隸書)와 유사한 점이 있다.

원필이 방필로의 자연적인 변화는 원필의 경우 필사한는데 소요시간이 길고 번거로운 점이 그 주된 원인이다.

   용비어천가 (龍飛御天歌)     방필

 판본체는 그 글꼴이 반듯하며 대체로 사각형을 나타낸다.획이 전서체처럼 일정한 넓이로 운필되며 시작점의 역입(逆入)과 마무리 부분의 회봉(回鋒)이 그러하다.한자의 소전체(小篆體)처럼 길쭉한 세로모양의 형태와 예서체처럼 납작한 가로모양의 형태를 나타낸다.또 전서나 예서처럼 좌우대칭의 글자가 있는것이 특징적이다.

한글창제로부터 지금까지 무려 오백여년이란 세월이 흘러왔다.한글을 소재로 한 한글서예 특히 판본체도 그 초기보다 많은 변화가 있음을 엿볼수 있다. 획의 변화에서 원필로부터 방필로의 변화,그리고 현재 다양한 획의 기법으로 이어진다.사물은 부단한 변화속에서 발전,생존하는 것처럼 서예 또한 새로운 영역에서 끊임없는 탐구와 실천을 통해 성숙된 모습을 나타낼것이다.

   신현산 작품  판본체

 

 

 

 

 

한글 판본체는 그 획이 간편하여 쉽사리 배워낼수 있는 서체이다.필획의 단순함과 글꼴구조 특성상 무난히 습득할수 있는 장점이 있다.점과 선 그리고 원 등 몇 안되는 필획만 장악하면 누구든 짧은 시일내에 배워낼수 있을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한글 판본체는 한자의 전서체와 예서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획의 형태와 글꼴 구조상 유사한 점이 많다.기필(起筆)의 역입(逆入)과 수필(收筆)의 회봉(回鋒)의 형태와 운필(運筆)법 자체도 전서체와 같다.예를 들면 전서체의 다른 획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 원을 이루는 운필방법과 필순도 판본체와 똑 같다.좌측 반원을 짓고나서 우측 반원을 붙여 마무리 짓는 것이 필순상 일치하다.

    소전체  (小篆體)

한글서예는 한자서예의 영향을 많이 받아 왔음이 이미 역사적으로 증명된 바이다.그러므로 한글서예를 공부하면서 한자서예도 곁들여 습득하는것이 바람직하다.최소한 필획만이라도 익혀 두면 많은 도움이 될것이다.여유가 있다면 함께 공부하는것도 좋은 방법이다.한 서체보다는 두 서체를,두 서체보다는 더 많은 서체를 익히는 것이 보다 넓은 시야를 갖고 더 높은 경지에로의 발돋움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지구력과 지속성을 갖고 연마한다면 누구나 훌륭한 글씨를 쓸수 있을것이다.

글씨는 그 사람과 같다(字如其人)는 말이 있다.훌륭한 인격의 소유자가 되여 아름다운 글씨로 자신의 이미지를 새롭게 가꾸며 멋과 맛이 어우러진 현대문화인으로 거듭난다면 얼마나 뜻 깊은 일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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