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산들이 휙휙 지나간다.
가끔은 옥수수 뙈기밭도 보인다.
고향에서 이맘때면 흔하게 먹던 노랗고 쫀득쫀득한 찰옥수수가 생각난다.
요즘 옥수수는 개량종인지 흰색이고 별로 찰지지도 않다.
그리고 논도 보인다.
그런데 다 뙈기논이다.
고향에서 보던 무연한 옥수수밭, 콩밭, 논은 보이지 않는다.
한국이 산악지대고 농토가 적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내 고향 훈춘시 방천에 가면 세 나라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두만강철교 너머는 북한이다.
북한이 산과 길, 달리는 트럭들이 보인다.
또 철조망 너머는 러시아인데 러시아풍으로 지은 지붕이 뾰족한 집들이 보인다.
내가 학생들한테 “북한에 산이 가깝게 보였어. 어떻게 생겼을까?” 했더니 어느 학생이 “빨간색”하는 것이었다.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이지만 우리 어른들이 북한=빨갱이 하는 식으로 말하니 자라나는 어린애들의 무의식에 이렇게 각인되지 않았나 하는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두만강을 경계로 중국과 북한, 철조망을 경계로 중국과 러시아로 나뉘어 있다.
또 3.8선을 경계로 남과 북이 갈라져 있고…….
우리는 하나의 지구, 같은 자연 속에서 살지만 이기적인 욕망, 권력다툼, 전쟁, 또 이념의 차이로 많은 경계를 만들어 놓고 그속에 자기를 가두어 놓고 힘들게 살고 있다.
스스로 낮추고 내려놓고, 소통하고 화합해나가려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법정스님의 말씀을 빌면 우리는 이미 생존에 필요한 지식과 기능을 다 배웠다. 어떻게 선행을 베풀어야 하는 것도 다 알고 있다.
이치는 다 이는데 실천을 하지 않을 뿐이다.
오늘 문학의 밤에서라도 먼저 경계를 없애고 마음을 열고 다가가고 서로를 배려하고 소통하는 행동을 나부터 해보면 어떨까……. (배정순 구로남초등학교 이중언어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