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전철에는 어떻게 탈수 있었지만 역에 내렸을 땐 뻐스가 이미 끊긴 뒤였다. 우리 집도 키누요네 집도 역에서부터 걸어갈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내 뻐스는 벌써 끊겼다, 넌?》
    다른 뻐스정류장으로 시간표를 확인하러 갔던 키누요가 녹초가 된 얼굴로 돌아왔다.
    《나도…벌서 30분전에 막차가 떠났어.》
    어둑컴컴한 주위를 둘러보자 정류장 바로 옆에 있는 가로등 하나가 어슴푸레한 빛을 발하고있을뿐 차는 이미 한대도 다니지 않는다. 역 바로 근처의 이 뻐스정류장 뒤쪽은 사람보다 키가 큰 풀들이 무성한 공터로 핑크색 광고지가 덕지덕지 발린벽에 가로막혀있다. 가전제품따위와 부서진 오토바이가 버려진 공터에서는 눅눅한 풀냄새와 분뇨냄새가 풍겨온다. 옆에 서있는 전보대에는 빨간 글씨로 《치한 주의!》라고 쓰인 간판이 철사로 칭칭 동여매져있었다.
    《여기서 로숙해?》
    《무슨! 집에 전화해서 차로 마중나오라고 해야지뭐. 우리 아빠 집에 계실테니까. 하츠 너도 같이 태워달라고 할게.》
    니나가와는 우리 두사람이 하는 얘기를 듣는지 안듣는지 벽에 기대여 쭈크리고앉아있다. 공터에 버려져있는 대형 쓰레기 가운데 하나같다.
    《키누요, 잠간만. 저기, 니나가와, 너희 집 여기서 걸어갈수 있는 거리였지? 우리 둘 재워주지 않을래?》
    니나가와의 모습을 보고있으려니 저절로 입술이 움직였다. 그는 머리카락으로 반쯤 가려진 얼굴을 들어 나를 올려다보았다.
    《우리 집?》
    《그래.》
    《이렇게 늦게 갑자기 들이닥치면 가족들한테 실례잖아. 니나가와도 피곤한것 같고. 그냥 집으로 가는 편이 좋을거 같애.》
    키우요가 곤혹스러운듯 속삭인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오늘밤엔 그를 혼자 두면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괜찮아. 둘다 우리 집에서 자고 가. 자, 가자.》
    니나가와는 몸을 일으키더니 걷기 시작했다.
    《그럼 넌 니나가와네 가고, 나는 이만 여기서 헤여질가?》
    《왜?》
    《그건…아, 그리만 너 혼자서 가면, 니나가와네 부모님이 깝짝 놀라시겠다 그치? 그럼, 그냥 나도 가지뭐.》
    가로등이 드문드문 서있는 언덕길을 셋이 함께 걸었다. 신발뒤축에 들어붙은 스티커 비슷한 분홍색 광고지를 떼여내면서 우리를 안내하듯 자기 집을 행해 앞서 걷는 니나가와의 뒤를 조용히 따라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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