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길우 : 문학박사, 수필가, 시인 문학의강 문인회 회장 문학의강 영상낭송회 회장 skc663@hanmail.net
[서울=동북아신문]월남의 전설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곡담’이라는 착한 농부가 있었다. 그는‘난 디에프’라는 아름다운 여인과 결혼을 했다. 그들은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난 디에프’가 죽었다. ‘곡담’은 어쩔 줄을 몰랐다. 그는 한 참을 울다가 ‘난 디에프’의 시체를 끌어안고 강가로 갔다. 배를 띄우고 죽을 때까지 아내의 시체와 함께 정처 없이 떠내려가려는 것이었다.

배는 강을 따라 흐르다가 어느 계곡으로 들어갔다. 배는 어느 기슭에 와 닿았고, 거기에는 머리카락이 하얗게 센 노인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곡담’은 그 사람이 산신령으로 생각이 되었다. 그래서, 그 노인에게 아내를 살려 달라고 애원하였다.  남편인 ‘곡담’의 피를 죽은 아내에게 세 방울을 먹이라고 일러 주었다.

그렇게 하자, 죽었던 ‘난 디에프’는 정말 꿈같이 다시 살아났다. 그는 기뻐서 아내와 함께 배를 타고 집으로 향해 노를 저었다.

오는 도중에 그들은 큰 배를 하나 만났다. 그런데, 그 배의 주인은 ‘난 디에프’를 보자 그만 그 아름다운 모습에 홀딱 반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그는 ‘난 디에프’를 자기 배에 싣고서 도망쳐 버렸다.

 ‘곡담’은 몇 일이 걸려서 아내가 있는 곳을 찾아냈다. 그리고는 어서 도망치자고 말했다.

그러나, ‘난 디에프’는 옛날의 아내가 아니었다. 지금이 훨씬 더 행복하다며 가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곡담’은 달래도 보고 화도 내며 설득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는 울화를 참지 못하여, 그가 아내를 살리기 위하여 흘렸던 세 방울의 피를 돌려 달라고 하였다. ‘난 디에프’는 그러마고 자기 손가락을 가시로 찔러 피 세 방울을 흘렸다. 그러자. 그 여자는 다시 죽어지고 말았다.

 죽은 ‘난 디에프’는 모기가 되었다.

그때서야 그 여자는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 그래서, 사람들의 귓전을 따라다니면서 자기의 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앵앵 울며 다니게 되었다고 한다.물론, 이것은 하나의 전설일 뿐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흥미 이상의 어떤 의미를 느끼게 한다. 자기를 위해서 피까지 흘린 사람을 조금 잘 되었다고 모른 척하고 차 버리는 세태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진실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대우받지 못하는 풍정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아마 ‘난 디에프’는 아내였던 자기에게 “그까짓 피 세 방울”을 치사하게 돌려 달란다고 욕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피 세 방울”을 손가락에서 짜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피 세 방울”은 결코 “세 방울의 피”가 아니었다. 그것은 진실로 아내를 사랑하며, 죽은 아내를 살리려고 온갖 심혈을 다 기울였던 ‘곡담’의 삶의 전부였다. 그러기에, 한 사람이 살 수도, 죽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이 세상에서, ‘곡담’처럼 살아가는 사람이 ‘난 디에프’ 같은 사람들에게서 배반을 당하는 것은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힘이 세다고 ‘난 디에프’를 빼앗아 가는 “큰 배의 주인” 같은 사람도 있어서는 안 된다.

   남의 정성을 깊이 이해해 주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칭찬하고 격려해 주는 세상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 사회가 될 때, 인간은 누구나 자기의 삶을 진실하게 살고, 자기 능력껏 최선을 다해서 엮고자 할 것이다.

그래도, ‘난 디에프’는 늦게나마 모기가 된 뒤에 잘못을 깨닫고 울면서 용서를 빌고 다니니 좀 낫다고나 할까? 세상에는 잘못을 저지르고서도 그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들거나, 그것을 합리화하려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더구나, 자기가 저지른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부끄러워하지도 않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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