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1992년 한중수교 이후 한국기업이 중국의 산동반도와 동북3성 등 인적자원이 풍부한 연해도시로 대거 진출함에 따라 조선족 젊은이들이 한국기업에 전격 취직하기 시작했다. 또한 대우가 괜찮고 언어가 통하며 민족정서가 농후한 재중한국기업은 조선족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재중한국기업에서 조선족직원은 회사의 전직통역과 번역, 재무와 인사팀 등 요직에서 근무하면서 한국기업의 중국 진출 초기에 막대한 공헌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후 기업여건 변화로 중국에서 퇴출하는 한국기업이 많아지면서 조선족들의 한국기업 선호도가 대폭 낮아졌고, 재중한국기업에서 조선족직원의 적극적인 역할도 줄어들고 있다. 특히 한국주재원과 조선족직원간의 상호 신뢰도가 점차 약화되고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조선족직원들은 한국기업에서 갈수록 중용받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그동안 재중한국기업에서 ‘언어우세’가 있는 조선족직원들이 통역을 전담해 왔지만, 최근 들어 한국어를 전공한 한족직원을 통역으로 채용하는 회사가 훨씬 많아지고 있다.

최근 조선족직원이 재중한국기업에서 ‘중용받지 못하는’ 이유를 다음 몇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조선족 특유의 ‘2중언어’ 우세가 상실되고 있다. 오랫동안 조선(북한)어를 사용해온 조선족직원의 한국어•중국어 수준은 전직 통•번역의 기대수준과 거리가 멀다. 둘째, 일부 신입사원과 고학력 유학파의 업무능력은 회사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면서도 그네들이 제시하는 급여조건은 한국회사의 규정된 월급기준을 훨씬 초과한다. 셋째, 일부 젊은층은 눈앞의 이익에 치중해 회사를 자주 옮긴다. 즉 낮은 충성도와 강한 ‘이동성’이 회사의 중용을 받지 못하는 주요인이다. 넷째, 중국에서 생장한 조선족의 체화된 ‘중국인’ 국민정체성이 민족정체성을 중요시하는 한국인의 민족관에 크게 위배된다.

한국기업이 중국 연해도시 진출 초기에는 중국어와 한국어를 모두 잘 구사하는 전문적 통•번역인원이 확실히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는 한민족의 정서와 동포애 및 민족문화를 공유하고, 한중 ‘2중언어’ 우세를 지닌 조선족들이 중국인들보다 재중한국기업에 비교적 쉽게 취직할 수 있는 취업여건을 마련해주었다. 그러나 2000년대부터 한국인과 조선족의 밀월기가 끝나고 권태기에 진입했다. 또 정확하고 표준적인 2중언어 구사능력의 결여로 ‘업무적 차질’이 빚어지면서 기존 조선족직원의 ‘언어우세’가 점차 사라졌다.

한편 한류 붐에 따른 중국대륙의 한국어 열풍과 21세기 더욱 밀접해진 한중관계로, 한국어를 전공한 중국인과 한국유학을 다녀온 중국유학생이 많아지면서 재중한국기업의 직원채용에 선택 능동성을 제공해주었다. 즉 재중한국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조선족직원의 설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게 된 것이다. 최근 재중한국기업은 회사에 높은 대우를 요구하고 회사를 자주 옮기는 조선족직원보다 회사에 대한 불평불만이 적고 한국주재원의 지시를 잘 따르며 인내력이 강한 중국인직원을 더욱 선호하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 대다수의 재중한국기업은 단일한 ‘언어우세’보다는 전문지식과 업무능력을 갖추고 회사에서 일익을 담당할 수 있는 ‘다기능 인재’를 특별 선호하고 있다. 한편 한국기업의 조선족직원들은 낮은 자질로 회사에 대한 공헌도 및 능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 하면서도 무작정 ‘높은 대우’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한국회사 특유의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한국 기업문화의 적응에 실패해 회사를 떠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요컨대 조선족 특유의 강한 ‘이동성’은 한국회사에 근무하는 조선족직원의 아킬레스건으로 재현된다.

최근 일부 조선족직원이 개인적 이익에만 치중해 회사를 수시로 옮기는 폐단적 현상은 한국회사에서 조선족직원이 중용받지 못하는 주요인이다. 현재 일부 젊은층 조선족직원이 한국인 특유의 스트레스와 상명하복의 엄격한 서열문화 등 한국의 기업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회사를 수시로 옮기는 이유는, ① 주재원들로부터 오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엄격한 상하 수직관계에 기인된 한국회사의 강압적 분위기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② 현재 회사에서 상사가 시키는 심부름과 ‘허드레 잡일’은 자신의 업무능력을 키울 수 없고, 또 급여수준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이 또한 중국에서 생장한 조선족직원이 오랫동안 ‘평등적 인간관계’를 주창하는 중국문화의 영향을 받아온 것과 결코 무관치 않다.    

한국주재원과 조선족직원의 갈등과 상호 불신, 반목질시하는 앙숙관계의 또 다른 원인은 조선족직원들의 중국국민 정체성의 체현인 ‘중국인’ 행실이다. 예컨대 일부 조선족직원은 ‘G2’ 경제대국인 중국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과시하면서 고국인 한국을 은근히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한편 중국어가 부실한 주재원들 앞에서 고의로 중국어를 사용하며, 선배와 상사를 존경하는 한국의 기업문화를 무시하고 술좌석에서 주재원 험담을 취미로 삼는다. 또 한국주재원과 한족직원간에 갈등과 불화가 생기면, 무작정 중국인 입장에서 한국인을 매도한다. 그리고 회사가 경영위기에 빠지면 주저 없이 사표를 낸다.

진출 초기 재중한국기업의 중용을 받아온 조선족직원들이 갈수록 ‘백안시 대상’이 되고 있다. 또 최근 한국주재원과 조선족직원간의 깊어지는 알력관계 및 상호 신뢰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악재적 상황’은 재중한국기업의 실패와 직결되는 주요인이 된다. 이러한 앙숙관계 이면에는 한국인 특유의 스트레스와 조선족직원에 대한 한국인의 왜곡된 편견, 조선족직원들의 낮은 종합적 자질과 충성도 및 인내력과 지구력이 결여된 근면성의 부재, 이동성이 강한 조선족사회의 공통된 열근성 등 주객관적 요인이 혼재되어 있다.

요컨대 조선족직원의 강한 ‘이동성’과 낮은 충성도, ‘중국인’ 행실이 회사에 대한 높은 충성도와 종합적 자질 및 민족정체성을 가장 중요시하는 한국주재원들의 ‘눈밖에 나는’ 중요한 이유다. 즉 조선족직원의 불성실한 근무태도와 후진적 직업의식, 체화된 ‘중국인’ 국민정체성이 재중한국기업에서 조선족이 갈수록 ‘중용받지 못하는’ 주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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