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쓰고 망신당한다》는것은 한국의 속담이지만,  바람에 모자가 날려 그것을 주으려고 허둥대는 신사의 꼴을 풍자한것은 영국의 유머다. 그만큼 영국사람과 한국사람은 모자와 체면을 밀접한것으로 생각했다.


―무엇이든 머리에 쓰라
    《충성이 사모(詐謀)냐.》 운운하는 옛날 민요가 있다. 연산군(燕山君)이 왕위에서 쫓겨났을 때 류행되였던 노래라고 한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충성이 실은 사모에 불과한것이었더냐 하는 뜻으로 기회주이적인 조관(朝官)이 향배를 비웃는 말이지만 그것의 연유를 캐면 훨씬 더 함축성 있는 뜻이 된다.
    조선조 궁정의 벼슬아치들은 모두들 《사모(紗帽)》를 쓰고 다녔다. 그리고 의례 그 사모에는 충성이란 글자가 수놓여있었다는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형식뿐 실제로는 《사모》를 쓰고 온갖 《사모(詐謀)》만을 생각하고 다녔다. 그래서 《紗帽》와 《詐謀》가 음이 서로 같은것을 꼬집어 《충성의 사모냐》하는 유머를 만들어낸것이다.


    또 《사모 쓴 도적》이란 말도 있다. 벼슬아치들이 점잖은 사모를 쓰고 도적질을 해먹었다는 뜻으로 관료의 부패상을 지적한 속담이다. 그러고 보면 당대의 사모는 권력의 상징이며 곧 허위의 상징이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것 같다.


    조정에서뿐만아니라 일반인들도 머리에 무엇을 쓰기를 좋아했었다.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이 모자 쓰기를 특히 좋아했던 모양이다. 최남선씨도 언젠가 그 점을 지적해준 일이 있다.


    원래 망건이나 사모는 중국에서 건너온것이지만 중국이상으로 널리 류행되였고, 그 기술도 그들을 릉가할만큼 발달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실이 아니라 인모(人毛)나 말총으로 망건을 만드는 방법이 생겨났고, 그것이 도리여 중국에 역수출되여 《마모 망건(馬毛網巾)》으로 애용되였다는것이다.


    사실 우리는 모자의 왕국이였다. 모자를 쓰기 좋아했다는것은 그만큼 례의가 밝았다는 뜻으로 해석될수도 있다.
    유럽에서는 영국인들이 특히 모자에 대해 관심이 크다. 말하자면 서양의 《실크 해트(영국)》에 대항할수 있는것은 동양의 《갓(한국)》이라고 말할수 있겠다.

 
    《갓 쓰고 망신당한다》는것은 한국의 속담이지만, 바람에 모자가 날려 그것을 주으려고 허둥대는 신사의 꼴을 풍자한것은 영국의 유머다. 그만큼 영국사람과 한국사람은 모자와 체면을 밀접한것으로 생각했다. 모자는 신사와 군자를 만들어내는것이다.


    영국의 수필가 체스터턴은 모자에 대해서 참으로 기발하고 풍자적인 예언을 한 일이 있다. 언젠가 바람이 몹시 부는 봄날의 언덕에서 신사 숙녀들의 모자줏기대회가 열리게 될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제각기 바람에 날려 뒹구는 모자를 주으려고 신사 숙녀들이 허둥대는 모습은 하나의 스포츠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으며, 틀림없이 많은 관객들의 갈채를 받게 될것이라는 의견이다.


    모자는 신사 숙녀를 한층 근엄하게 만드는 마력을 지니고있다. 그래서 《갓 쓰고 망신당하는 일》은 그 역효과에 있어서도 만만찮다.
    모자를 사랑하고 모자의 위엄을 아는 국민들만이 《갓 쓰고 망신당하는》 그 묘미를 절실히 맛볼수 있는것이  아닌가싶다.



―모자는 례의의 기발
    그런데 영국보다도 한국이 한층 더 모자의 존엄성을 인식하고있다는 증거를 우리는 가지고있다. 왜냐 하면 영국인들은 아무리 모자를 애중해도 높은 사람앞에 나설 때는 반드시 그것을 벗는다. 그것이 하나의 례의로 되여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모자(갓)를 벗기는커녕 도리여 더 단단히 쓰고 가는것이 점잖은 례절로 되여있다.


    임금앞에서도 모자를 벗지 않는다. 갓을 쓴채 엎드리는것이다. 그것을 보면 영국의 《실크 해트》보다 한국의 《갓》이 한층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있는것이 아닌가싶다.
    뿐만아니라 모자를 두개씩이나 쓰고 다닌다는 면에 있어서도 이 민족은 단연 모자애호에 있어 세계 제일의 영광을 차지할것 같다. 우리의 옛 조상들은 탕건우에 다시 갓을 쓰고 다녔던 까닭이다. 또 얼마나 그것을 중시했으면 튼튼한 끈으로 매고 다녔겠는가.
    바람에 날려 떨어진 모자를 줏기 위해서 여지없이 신사체면을 망쳐버리는 영국인의 그 거동과는 도시 비교도 안된다. 그들이 모자에 끈을 다는 경우란 생사를 결단하고 나서는 전쟁처에서 군모를 쓸 때에 한한 일이다.


    또 《갓》은 얼마나 가벼운것일가? 모자가 가볍다는것은 그만큼 그것이 발달했다는 증거이다.
    우리는 분명히 모자쓰기를 좋아하는 민족인것 같다. 모자로써 기혼자와 미혼자를 가렸고, 모자로써 일생의 축제인 결혼식을 장식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자를 그렇게 쓰기 좋아했다는것은 그만큼 례의를 존중했다는 증거이지만 반면에 겉치레로써 세상을 살아간 권위주의, 형식주의, 보수주의 등의 풍습이기도 하다.
    못살고 헐벗은 나라에서 《갓》만 쓰고 허청거리던 우리들이였다. 모자로 한몫 보려던 텅 빈 그 허례와 권위의식은 오늘날 《감투》란 말을 남기고말았다. 감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감투싸움》을 벌이고있는 오늘날의 그 정쟁은, 기실 모자를 사랑하던 민족의 유습(遺習)이 아니였던가?


    속이 텅 빈 《갓》을 바라보고있으면 한숨이 나올 때도 있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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