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재한중국동포 역사교육문화탐방을 다녀와서

 
[서울=동북아신문]화창한 봄날인 3월의 마지막 금요일에 재한중국동포 40여명은 재단법인 한국글로벌피스재단이 주최하고 한중무역협회가 주관한 역사교육 문화탐방을 위해 경주로 떠났다. 한중수교 22년이 지났지만 이처럼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문화탐방은 드문 일이었다.

각자의 명찰을 목에 걸고 우리는 관광버스에 탑승했다. 동행자 대부분이 20~30대의 젊은 층이라 50대 아줌마로서는 주눅 들기 마련인데 거기에다 역사교육 문화탐방이라서 조금은 부담이 되었다. 출발한지 십분 만에 노래가사가 적힌 종이 한 장씩을 받아 쥐었다.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란 동요였다. 한국생활 4년에 나름대로 보고 듣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아무리 손꼽아 보아도 내가 알고 있는 동요속의 인물은 10명도 되나 마나 했다. 지식의 함정에서 허우적거리던 차에 한국의 역사적인 인물들을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은 나에게 아쉬움만이 아닌 배움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바야흐로 봄의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는 경주에 드디어 도착했다. 신라의 옛 이름인 서라벌의 품에 안기는 첫 순간이었다. 경주 문화탐방의 첫 코스는 신라초기의 30여기 무덤으로 구성된 대릉원이었다. 대릉원 평지에는 크고 작은 고분들이 터를 잡고 앉아 있었는데 능위에는 작은 풀들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꽃망울을 터뜨릴 것 같은 하얀 목련이 우리를 반겨주는 황남대총과 미추왕릉을 둘러보았고 내부가 공개되어 있는 천마총에 들어가 그곳에 진열되어 있는 자작나무로 만든 말다래에 그려진 천마도와 금관과 금제허리띠 등 국보급 유물을 관람했다.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소나무와 좀처럼 보기 힘든 오죽(검은 대나무)의 모습을 끝으로 우리는 대릉원 관람을 마감하고 잔디밭에서 연을 날리는 사람들을 따라 첨성대로 발길을 옮겼다. 하얀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첨성대는 신라 선덕여왕 때 만들어진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이다. 화강석을 가공하여 기단위에 27단의 석단을 원통형의 곡선으로 쌓아 올리고 그 위에 장대석을 우물정자형으로 축조하여 정상부에서 천문을 살피도록 시설되어 있는 신라시대의 석조물로서 직선과 곡선이 잘 어우러진 안정감 있는 건축물이다.

하늘도 웃으며 화답해주는 첨성대를 지나 동궁과 월지로 자리를 옮겼다. 신라 문무왕 때 연회장소로 지어졌고 인공 연못 위에 화려한 궁이 세워져 있는데 밤이면 조명이 불을 밝혀 더욱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고 한다. 많은 유물이 나왔다는 연못과 넓은 잔디밭을 배경으로 작은 시냇물도 조잘조잘 흐르고 있었다. 신라인의 풍류와 서정을 만끽할 수 있다는 동궁과 월지의 야경을 볼 수 없는 아쉬움을 남긴 채 우리는 핑크빛 진달래의 향연으로 물든 경주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경주역사유적지구내에 위치해 있는 국립경주박물관은 신라의 문화유산을 한 눈에 살필 수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박물관이다.

 
신라의 궁궐터인 월성과 월지, 신라의 능묘가 밀집된 대릉원, 신라의 대가람이었던 황룡사터 등과 이웃하고 있으며 남쪽으로는 한국 불교미술의 보고인 남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상설전시관으로는 신라역사관, 월지관, 신라미술관 등과 특별전시관이 있었고 정원에는 성덕대왕신종과 고선사터 삼층석탑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성덕대왕신종 즉 에밀레종은 한국 최대의 종으로서 높이 3.75m, 입지름 2.27m, 두께 11∼25㎝이다. 신라 35대 경덕왕(景德王)의 아들 혜공왕(惠恭王) 771년에 구리 12만 근(27t)을 들여 완성한 것이다. 신라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듯 우렁우렁한 종소리가 서라벌에 오래도록 퍼지고 있었다. 은은하게 들려오는 그 종소리는 우리에게 한국의 역사를 배우는 시작의 종소리였고 재한중국동포와 한국인들이 한 민족임을 깨우쳐주는 종소리이기도 하다.

에밀레종의 종소리를 귀에 담고 아쉬운 발걸음을 옮겨 우리들의 숙소인 케이티앤지(KT&G) 경주수련관으로 향했다. 맛있는 저녁을 먹고 뒤 이어 역사교육장에 도착했다. 한국사와 코리안 드림과 홍익인간 그리고 조선족이주역사에 대해 세코스로 나뉘어 강의가 있었다. 이재희 강사님의 한국사에 대한 강의를 통해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에 대해서 대체적으로 틀을 잡게 되었다.

잠시 휴식 후에 숙소에 들렸다가 다시 강의 장소로 향하는데 멀리에서부터 격앙된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교육장에 들어서니 바로 한국글로벌피스재단 서인택 회장님의 강의가 한창이었다. 내가 오래도록 고민해왔던 코리안 드림과 남북 간의 통일에 대한 서 회장님의 강의는 오래도록 내 가슴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마지막 강의는 김용선 회장님의 조선족 이주사와 조국과 모국이 분리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것이었다. 강의는 재한조선족은 한국산업건설의 조력자이며 한중경제문화교류의 중개인이라는 자랑스러운 민족심을 가지게 했다. 중국에서 조선족 이주사에 대해서 어슴푸레 알기는 했지만 그날처럼 상세하게 그리고 통계적으로 배우기는 처음이었다. 내 민족의 역사도 모르면서 살아온 자신의 무지에 대해서 반성하는 기회가 되었다.

 
문화탐방의 마지막 날 아침 우리는 수련관 3층에 있는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을 찾았고 개나리, 진달래, 목련, 매화 그리고 벚꽃이 피기 시작한 꽃내음이 절정인 불국사에 도착했다. 불국사는 화려하고 장엄한 부처의 나라를 이 땅에 세워 찬미하던 수도자들이 불도를 닦던 곳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불국사에 있는 청운교 백운교의 모습은 참으로 놀라웠다. 풍부한 상상력과 예술적인 기량이 어우러진 신라 불교 미술의 정수이기도 하다. 다보탑은 신라시대의 석탑인데 한국의 어떤 다른 석탑과도 닮지 않은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 탑으로 목조 건물의 복잡한 구조를 화강석을 이용해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었다.

풀 한포기, 돌 하나 그리고 나무들에 장인의 혼이 피어있는 불국사를 떠나 마지막 문화탐방코스인 천안독립기념관에 도착했다. 경주의 날씨와 달리 천안은 바람이 제법 쌀쌀하게 불었다.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탑 앞에서 인증샷을 하고 작은 태극기들로 조성된 포토존에서 원 없이 태극기 구경을 했다. 5관까지 관람하면서 눈으로 보는 한국사가 듣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움직이면서 보여주는 을사조약, 영상을 통해서 알게 되는 역사가 참 재미나고 흥미롭고 신기했다.

경주여행의 마지막 선물은 문현진 박사의 저서 ‘코리안 드림’이었다. 재한중국조선족의 코리안 드림의 현주소를 찾아야 할 사명을 느꼈다.

잎이 돋아나기 전에 꽃이 지고 마는 목련의 아쉬움을 벚꽃과 진달래 등 또 다른 봄꽃들이 달래주는 경주를 다시 찾을 그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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