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범송 본지 칼럼니스트/흑룡강신문 논설위원
[서울=동북아신문]1992년 한중 수교 후 본격화된 조선족들의 한국바람은 평온하던 조선족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 중국조선족들의 ‘코리안 드림’을 실현하기 위한 출국 러시는 1990년대 산업연수와 노무송출 등을 통해 급속하게 진행되었다. 특히 2007년에 출범된 한국정부의 방문취업제 시행으로 한국으로 이주한 조선족의 인구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현재 한국에 장기 체류하고 있는 중국동포(귀화•영주권자 포함) 수는 70만에 달한다. 이는 전체 조선족 인구의 1/3이상이 한국에 정착해 생활한다는 말이 된다. 또 조선족이 ‘코리안 드림’ 실현을 위해 한국에 이주한 역사도 어언간 20여 년이 된다. 현 시점에서 그들이 ‘얻은 것’과 ‘잃은 것’에 대한 득실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중국조선족이 지난 20여년 동안 ‘코리안 드림’을 통해서 ‘얻은 것’을 다음의 몇 가지로 개괄•정리할 수 있다.

첫째, 언어가 통하고 ‘문화의 근저’인 고국에서 중국 조선족동포들은 한민족의 문화적 동질감과 민족정체성을 확인했고, 시장경제에 대한 인식전변과 의식전환을 통해 ‘부자의 꿈’을 실현하게 되었다. 둘째, 2007년 방문취업제가 시행되면서 한국에 친척관계가 없는 무연고동포들이 합법적 체류와 취업이 가능해졌고, 많은 조선족들이 ‘불법체류자’ 딱지를 떼고 그동안 전전긍긍하던 생활의 불안 속에서 해탈되었다. 셋째, ‘코리안 드림’에 성공한 부모세대의 지원에 힘입어 수많은 조선족엘리트들이 한국유학을 통해 지한파로 성장했고, 한중 경제문화교류에 중개자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조선족들의 고국 수입은 후대양성의 교육비용으로 충당되었다. 넷째, 현재 재한조선족들은 서울의 대림동 등 지역에 ‘차이나 타운’을 형성해 조선족의 정체성을 지키고 있다. 또한 복수의 동포언론지는 재한조선족의 권익을 대변하고 있고 많은 동포단체가 성립되어 자원봉사와 자선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다섯째, 자본주의사회 시장경제의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익힌 조선족의 전문지식과 경영노하우 및 경제수입은 중국에 귀국한 후 성공적인 창업의 밑거름이 되었다.
반면 중국조선족이 ‘코리안 드림’에서 ‘잃은 것’을 다음의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이혼율 상승에 따른 가정파탄, 편부모가정 양산에 따른 자녀 사회일탈, 민족교육 위기에 따른 주류민족 동화의 가속화이다. 둘째, 결국 ‘주류민족 동화’는 중국조선족의 이중문화와 ‘이중정체성’ 상실을 초래할 것이다. 셋째, 대량출국으로 인한 농촌 공동화와 전통적 민족공동체 해체에 따른 ‘삶의 기반’ 상실이다. 넷째, 최근 조국인 중국 ‘회귀’를 거부하는 재한조선족들의 행태와 조선족의 ‘불체자’ 낙인은 중국정부와 타민족의 신뢰를 상실하고, 기존의 ‘우수한 소수민족’에서 ‘문제의 소수민족’으로 전락될 수 있다. 다섯째, 공동체의식 상실과 개인주의 고착화이다. 현재 많은 재한조선족은 이기주의적 사고방식과 가치관, 물질주의•황금만능주의 병패의 늪에 깊이 빠져 있다.

요컨대 한중 수교 후 한국에 이주한 조선족동포들은 재외동포정책과 자신들의 각고의 노력, 불•합법체류로 점철된 20여 년 ‘코리안 드림’을 통해 삶의 ‘질적 변화’를 이뤘다. 현재 많은 재한조선족들은 열심히 벌어 자식의 교육비용과 살림집, 창업자금을 마련했다. 또한 시장경제 의식전환, 경영관리와 전문기술을 습득했다. 반면 대규모적 인구이동으로 전통적인 농촌공동체의 해체와 도시 민족교육의 위기, 민족정체성 상실에 따른 주류민족 동화가 가속화되는 등 ‘민족자멸’의 미증유적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나가기만 하고 되돌아오지 않는’ 조선족사회의 이주현상에 대한 동포지성인들의 우려가 드디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 또한 70만 재한조선족들의 향후 거취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한편 한민족동포로서 재한조선족과 고국의 한국인들은 작금의 불신과 앙숙관계에서 벗어나 ‘공생공존’의 윈윈 관계를 정립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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