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정순 구로남초등학교 이중언어강사

[서울=동북아신문]병신년 새해 첫날 광명시 가학동에 있는 광명동굴에 다녀왔다.

산 입구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입하고 100미터 쯤 계단을 올라가니 동굴입구가 나왔다.

밖은 3℃로서 좀 쌀쌀한 날씨였는데 동굴안은 오히려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사시절 온도가 13℃라고 한다.

안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동굴벽에 "만지지 마세요"란 문구가 쓰인 팻말이 걸려있었다.

동굴속에서 식물이 자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사람들이 만져보기도 하고 심지어 손톱으로 긁어보고 꺾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 좁은 동굴에는 여러 개의 큰 통에 새우젓이 가득 담겨 있었다. 한창 숙성되고 있었다.

한참 들어가니 잘 숙성된 와인을 시음도 하고 판매도 하고 있었다. 새콤달콤하면서도 깊은 맛이 있었다.

이렇게 어두운 동굴속 낮은 온도, 덥지도 춥지도 않은 이 13℃가 젓갈과 와인을 숙성시키기에는 딱 적당한 온도라고 한다.

사람이 성숙하고 훌륭한 인격을 갖추기에 적합한 조건은 무엇일까?

요즘은 부모들이 다 대신해준다. 먹이고 입히는 것은 물론이고 책가방을 학교까지 들어주고 끝나면 차에 태워 학원에 데려다 준다. 어떤 대학에 가고 어떤 학과를 선택하고 어떤 친구를 사귈까, 나중에 진로도 모두 부모가 결정해준다.

부모의 지나친 간섭과 무조건적인 수용, 눈먼 사랑이 오히려 자녀가 고생을 견디지 못하고 쉽게 포기하고 우유부단하고 나약하고 무기력한 사람으로 자라도록 만든다.

젓갈과 와인의 숙성에 필요한 온도가 있듯이 자녀가 바르게 성장하는 데도 필요한 조건이 있다.

부모가 절제 있는 사랑, 일관성 있는 교육태도를 갖고, 자식이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주체성, 자체로 부딪혀 보고 결정하는 독립성을 갖도록 키워야 한다.

실패했을 때는 달려가서 일으켜 세우고 부축해 줄 것이 아니라 ‘넌 할 수 있어’ 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주고 믿음을 가지고 기다려 줘야 한다.

성숙한 인간이 되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고매한 인격을 갖추려면 마치 와인과 젓갈에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듯이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나와 다른 사람들의 삶의 방식, 견해, 언행을 볼 때면 불편하고 언짢은 기분이 들고 심지어 틀렸다고 언성을 높이면서 상대를 바로 잡으려 하는 것을 가끔 목격하곤 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존재이유가 있다. 우리는 모두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들이다. 맞고 틀리고가 어디 있겠는가? 그냥 다를 뿐이지! 내가 불편한 것은 내 인격이 숙성이 덜 되어서 그렇게 느껴질 뿐이다.

동굴안 온도는 그대로인데 여름엔 서늘하게 느껴지고, 겨울엔 포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밖의 온도에 적응된 체감온도일 뿐이다.

우리는 어떤 사물을 볼 때 나의 체감온도로 보고 판단하지는 않는 지를 반성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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