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13일 박연희 동포모니터링단장(왼쪽)이 도재영  사단법인 동북아평화연대 이사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서울=동북아신문]궂은 가을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2015년 11월의 어느 금요일, 국회세미나실에서 중국동포이미지에 대한 연구 및 모니터링 활동결과와 함께 중국동포를 중심으로 구성된 동포모니터링단 발족식이 있었다. 3시간 넘게 진행된 행사를 마치고 뒷풀이에 가서 흥분과 다짐으로 수다를 떨다가 각자 아쉬운 발걸음으로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을 탔다.

갑자기 카카오톡이 쉴 새 없이 소리를 높였다. 휴대폰을 열어보니 ‘20·30대 청년 10명 중 6명, 조선족에 부정적’ 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랐는데 오늘 우리가 진행한 행사에 대한 글이었다. 십분도 되지 않는 사이에 악성댓글이 엄청 많이 올라와 있었다.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집으로 돌아와 밤새워 컴퓨터를 켜고 406개의 댓글들을 훑었다. 참을 인자를 가슴에 새기고 끝까지 빠짐없이 읽어 내려갔다. 악성을 넘어 최악이었다. 그 중 6,7개의 댓글이 긍정적인 글이었다. 다시 보고 있다가 또다시 놀랐다. 댓글마다 좋아요 라는 공감란에 한 댓글에 최고로 9백여 개의 엄지손가락 표시가 있었고, 그 아래로 내려가니 6백 개, 5백 개씩 공감표시가 있었다. 그 댓글마다에 또 댓글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길게 한숨을 몰아쉬고 다시 숫자를 헤아려보기 시작했다. 도저히 헬 수가 없었다. 머리가 쑤시고 가슴이 벌렁거렸다.

“조선족은 짱개다. 너네 나라로 가라. 너네가 가버리면 범죄율 반은 줄어든다. 20,30대만 싫어하냐, 40,50대 다 싫어한다. 동포는 무슨 동포냐 백이면 백이 다 중국 사람이라고 한다. 조선족은 육식 족이다. 축구시합을 하면 중국을 응원하는 사람이 조선족이다. 다시 전쟁이 일어나면 북한을 위해 총을 들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조선족이다. 국적이 어디냐 하면 한 치의 주저심도 없이 중국이라고 한다.” ……

중국동포들을 헐뜯다가 나중에는 중국동포들이 한국에 많이 들어온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탓이라고 욕하고 오늘 행사를 후원하신 신경민 국회의원이 정신이 빠졌다고 욕하고 심지어 동포들만 고용한다는 백종원식당도 욕하고 아주 가관이었다. 대부분이 중국동포 때문에 일자리가 없어졌고 임금이 저하된다는 것들이었다. 그렇게 보면 이 댓글작성자가 한국 사회에서도 어떤 지위에 있는 사람인지 짐작이 갔다.

이렇게 험하고 많은 악성댓글은 처음이라 막막하기만 했다. 우리가 중국동포로서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 나서는 것이 옳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가볍게 생각하고 계급장에 눈이 멀어서 흔쾌히 총대를 메겠다고 나선 자신이 얼마나 한심했는지 후회가 몰려 왔다. 그렇다고 이제 내칠 수도 없는 판이라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어느 나라나 이민자들과 소수자들에 대한 원주민들의 반대파들은 있다. 그 중에 인터넷을 통해서 소수자들을 억압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과 우월감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민자들이나 소수자들이 특별히 잘못하기에 그런 심한 댓글을 다는 건 아니다. 결국 스스로의 열등감을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굴이 보이지 않는 인터넷에서 폭력성을 표출하는 것이다.”

이 댓글에서 답안을 찾고 위안을 얻기로 했다.

단원들이 한 결 같이 항의하고 나섰다. 우리가 맞서야 할 사람은 댓글을 다는 그런 류의 사람이 아니니 힘 빼지 말고 우리 할 일이나 하자고 말했지만 내 마음이 누구보다 다급해졌고 원래 악어처럼 한번 물면 놓지 않는 성격에 급차를 가했다. 동포모니터링단이 왜 구성돼야 하는지 불 보듯 빤하게 현실로 다가왔다.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좀 더 숙고해야 할 일지만.

 동포모니터링단 단원들이 임명장을 받고 기념촬영을 했다.
한중수교 23년이 지났다. 동포사회에 대한 시선이 오늘만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냥 가슴만 졸이고 속으로 욕만 하고 반격할 생각도 하지 않았고 법적으로 대응할 엄두는 더구나 내지 못했다. 근근이 몇몇 사람이 모기만한 소리를 냈을 뿐이다. 이제 와서 비뚤어질 대로 비뚤어진 시선을 바로 잡으려고 애쓰고 있으니 어쩌면 우리의 책임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오로지 개인만 생각하고 전체 동포사회를 위해서 한 일이 무엇인지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동포사회 이미지 개선은 우리 동포 자신이 해야 한다. 모니터링 단의 발족은 근근한 시작에 불과하다. 모니터링은 우리에게 생소한 단어이고 익숙하지도 않은 일이다. 우선 우리가 열심히 배워서 자신의 수준을 높여야만 한다. 숫자나 통계로 소리를 높이기에는 역부족이다. 우리가 동포사회의 좋은 이미지를 한국 사회와 한국인들에게 알려야 한다. 한국인들이 우리에게 다가오기를 기다리기보다 우리가 먼저 다가가서 조선족의 역사를 정확하게 알려주어야 한다. 우리가 소리를 높이기에 앞서 우리도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인들과 화합의 장을 만들 수 있다. 동포이미지 개선은 누군가를 반박하고 누군가를 가르치기에 앞서 한국인들과 소통하고 이해하고 화합하는 것이 우선이다.

가을은 한 치의 후회도 없이 저 멀리 떠나고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하지만 새해 이맘때면 또 가을바람이 불어올 것이며 울긋불긋 낙엽이 나무에서 아름답게 물들게 될 것이다. 물방울 하나하나가 모여서 바위를 뚫을 수 있듯이 동포사회에 대한 관심과 성원을 주시는 많은 분들과 우리가 힘을 합친다면 우리도 분명히 동포 이미지개선에 한몫을 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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